화병은 한국인에게서만 나타나는 문화관련 증후군의 하나이다.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문화관련 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으로 인정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책마다 해석은 조금씩 다르지만,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해석하는 편이 맞다.
문화관련 증후군은 반복적이고 지역적으로 특수하게 나타나는 이상한 행동 양상 및 고통스러운 경험을 말한다. 쉽게 말해 특정 문화권에서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부적응적인 이상행동이다. 한국의 화병이나 동남아시아의 아묵(Amok)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는 문화관련 증후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증상의 패턴'과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화관련 증후군은 보통의 정신 질환과는 다른 형태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문화관련 증후군은 문화의 병원성 촉진(pathoplastic)에 의해 드물게 만들어진다. 구체적인 증후군으로 나타나며, 비서구적인 개념으로 질환의 원인과 의미가 설명된다. 지금까지 정신질환의 기준은 서구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DSM이었다.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환자가 속해있는 문화권에서의 역사와 사상, 세계관, 압력, 정신세계 등에서 기인하게 된다. 따라서 다른 문화권에서 보기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똑같은 질병의 조건에 해당되더라도 이 문화에 속한 사람은 발병하지만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은 전혀 발병하지 않는다. 발병한 징후에 대해서도 명확하고 객관적인 이상여부를 찾기가 힘들다.
서수연 교수는 문화관련 증후군은 결국 문화권마다 다른 규범들이 다양한 양상을 형성하는데 기여하며, 개인이 타나내는 증상과 징후에 문화적 요인이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관련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마다 독특하게 나타나는 문화관련 증후군
그렇다면 문화관련 증후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한국의 화병이다. 화병(火病)은 조용하고 점잖은 행동을 강요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에서 스스로의 분노나 답답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참다가, 그 화가 비틀어져서 내면적 질환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이름이 화(火)로 인해 생긴 병(病)으로 굳어진 것이다.
우울증이나 정신불안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감정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억압받는 소극적인 성격이거나, 반대로 화를 지나치게 잘 내는 다혈질 성격에서 잘 드러난다. 과거에는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현대에 들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젊은 사람에게도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비슷한 사회적 분위기를 가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도 화병과 비슷한 문화관련 증후군이 나타난다. 바로 '아묵'(Amok)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겉으로는 온화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내부에서는 화를 눌러 참고 산다.
감정이 억압된 생활을 하는데, 이것이 어느 한계점에 달하게 되면 억눌렸던 것이 터져서 이유 없는 묻지마식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심하게는 묻지마 살인행위를 한다. '아묵'이라는 명칭은 식민지 시절 인도네시아인의 이 행위를 본 서양인들이 매우 강한 인상을 받고 이런 광란의 행위를 뜻하는 인도네시아어 '아묵'을 그대로 명사화했다.
이외에도 동남아시아 및 중국 남부에서 나타나는 코로(Koro), 중국 및 도교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주화입마(走火入魔)등이 있다. 이처럼 문화관련 증후군은 비서구문화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피블록토(Piblokto)처럼 이누이트 및 북극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5-1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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