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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1-18

전자 안경으로 어린이 약시 치료 미국안과학회, 근시 약시 새 치료법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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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근시와 약시를 치료하거나 늦출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세계 최대의 안과학술대회인 미국안과학회 제119차 연례 학술대회에서 소개됐다.

11월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 싱가포르 안연구소팀은 5년 간의 임상시험 결과 저용량의 아트로핀(atropine)을 점안하면 많은 용량을 투여했을 때보다 부작용이 거의 없이 어린이들의 근시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근시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근시는 1970년대 전체 인구의 25% 정도에서 최근에는 42%까지 늘어났다. 아시아지역은 근시 비율이 더 높아 우리 나라나 일본, 싱가포르 같은 상위 소득 국가들은 청년들의 80~90%가 근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근시는 대개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 라식 수술 등으로 교정이 가능하나 심각한 근시는 망막 박리, 황반변성, 조기 백내장과 녹내장이 나타날 수 있어 어릴 때부터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

아트로핀 저용량 점안 요법이 어린이 근시 진행을 막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를 이끈 싱가포르 안연구소 도널드 탄 교수 ⓒ ScienceTimes
아트로핀 저용량 점안 요법이 어린이 근시 진행을 막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를 이끈 싱가포르 안연구소 도널드 탄 교수 .

아프로핀 0.01% 용액 근시 진행 억제 효과

연구팀은 안과에서 약시 치료나 동공 확대 등에 쓰이는 아트로핀을 6~12세의 어린이 400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2년 동안 투여했다. 각 그룹에 투여하는 점안액은 0.5, 0.1, 0.01%로 각각 농도를 달리해 매일 밤에 점안하도록 했다. 12개월 후 연구팀은 투약을 중지하고 근시가 더 심해진(-0.5D 이하) 어린이들을 골라 0.01% 농도의 점안액을 다시 2년 동안 투여했다.

이 시험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5년 동안 0.01% 농도의 아트로핀을 투여받은 어린이들이 다른 환자군에 비해 근시가 가장 적었고 ▲0.01% 농도의 아트로핀 점안액을 사용한 어린이들은 처치를 받지 않은 다른 어린이들보다 근시 진행을 50% 가량 늦췄으며 ▲아트로핀 0.01% 점안액은 비록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6~12세 사이의 어린이들이 5년 동안 계속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

고용량을 투여한 어린이들 가운데는 동공이 너무 확대돼 이중초점 안경이나 색안경이 필요하거나, 결막염과 피부염이 생긴 사례도 있었다.

연구팀은 치료의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고 치료의 시작과 지속기간을 어떻게 정할 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과 일본에서 진행되는 추가 연구 결과가 여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이끈 도널드 탄(Donald T. Tan) 안과학 교수는 “아트로핀 저용량 점안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데이터가 확보된 만큼 다른 치료법과 결합해서 쓰면 근시가 심각한 시력 손상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훌륭한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약시의 새 치료법으로 등장한 '전자 눈가림 안경'.  효과는 기존 안대 치료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 약시의 새 치료법으로 등장한 '전자 눈가림 안경'. 효과는 기존 안대 치료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Indiana University

안대와 점안 싫어하는 약시 어린이에 적합

이에 앞서 14일에는 어린이들의 약시(lazy eye, amblyopia)를 치료하는 ‘전자 가림막 안경’이 발표돼 거의 50년 만에 이 분야에서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소개됐다.

환자에 맞춰 조절이 가능하고, 시차를 두고 한쪽 눈 앞이 검게 가려지는 일종의 디지털 안대 같은 이 안경은 안대를 하거나 점안액 투여를 매우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치료 도구로 기대된다.

약시는 어린이 시력손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서 유아기 때 한 쪽 눈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에 비해 근시가 매우 심하거나 사시일 때, 눈의 초점이 이리저리 움직여 잘 맞추지 못할 때 생길 수 있다. 약시는 8세 이전에 치료를 해야 하며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시력 약한 쪽 눈이 실명할 수도 있다.

약시 치료는 안대나 점안액을 이용해 잘 보이는 눈을 일시적으로 안 보이게 막고 대신 시력이 약한 눈을 사용토록 하는 방법을 써왔다. 그러나 어린이 네 명 중 한 명은 점안을 하는데 화를 내고, 15%는 아예 점안을 하지 않으려고 해 치료에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된 전자안경은 시력 교정과 눈가림을 동시에 하도록 고안됐다. 렌즈를 LCD로 만들어 프로그램한 대로 시간 간격을 두고 렌즈가 검게 변해 눈가림 역할을 한다.

미국 인디애나대 글릭 눈연구소( Glick Eye Institute)팀이 이 전자안경과 안대를 석 달 간 비교 임상 시험 한 결과 환자가 시력표에서 두 줄 위 작은 글씨를 식별하는 것으로 나타나 효과가 같은 것으로 입증됐다. 연구팀은 3~8세 사이의 약시 어린이 3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하루에 두 시간씩 안대를 하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4시간씩 전자안경을 쓰도록 했다. 전자안경을 낀 어린이들은 30초마다 시력이 좋은 눈의 렌즈가 투명에서 불투명으로 바꿔지도록 조절했다.

연구를 주도한 다니엘 닐리(Daniel Neely) 인디애나대 소아안과 교수는 “안대나 점안액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이 이 안경을 끼면 몇 초 후에는 렌즈가 다시 밝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돼 치료에 협조적이 된다”고 말했다.

이 안경은 미국 FDA 승인을 받아 ‘Amblyz’라는 브랜드로 미국 안과전문점 등에서 45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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