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 있는 오두막에 대해 설명한 글이 있다. 어른은 이 글을 읽고 자신이 봤던 오두막과 상상 속의 오두막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봤던 것인지 아니면 상상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어른과 아이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시각적 정보의 활용' 때문이다. 어른의 경우, 시각적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적 사고를 한다. 하지만 아이의 경우, 시각적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비과학적 사고를 한다. 상상과 기억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올해 4월 프랑스의 캉 바스노르망디 대학(Université de Caen Normandie) 연구팀은 시각적 정보가 과학적 사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8세 아동 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을 발표했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37명은 뇌를 촬영하면서 수학과 관련된 과제를 진행했다. 과제가 끝난 뒤, 촬영한 뇌의 이미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비교를 위해 나머지 아이들은 뇌 촬영을 하지 않았고, 이미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과연 아이들이 보았던 사진이 과학적 사고를 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까.
이후 연구팀은 아이들에게 '줄리'라는 캐릭터를 소개하면서, 한 가지를 고르도록 했다. 줄리가 꿈을 꾸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몸의 어디가 필요한지를 물었다. 연구팀은 아이들에게 △뇌 △손 △발 △눈 등 다양한 신체가 그려진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선행된 연구에서 이미지를 본 아이들의 70%가 줄리에게 '뇌'와 '마음'이 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아무것도 보지 않은 아이는 '뇌' 혹은 '마음'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답했다.
시각적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아이들은 생각을 하면 뇌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각과 뇌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시각적 정보가 과학적 사고를 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다음 연구를 보면 아이들이 과학적 사고를 하는데 있어 시각적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뇌' 주머니 속에서 '생각'을 꺼내는 아이들
지난해 8월 학술지 '인지발달'(cognitive development)를 통해 비노드 메논(Vinod menon) 교수는 재미있는 연구를 발표했다. 원래 7-9세 아이들은 '뇌'와 '생각'을 구분지어 생각하고, 그래서 '뇌'를 옮기면 '생각'도 옮겨진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원문링크)
이를테면 코끼리의 뇌를 물고기에게 이식하면, 앞으로 물고기는 코끼리처럼 생각한다고 예상하는 것이다. '뇌'라는 주머니에서 '생각'을 꺼내 다른 주머니로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을 일종의 물건처럼 생각해서 옮길 수 있다고 보았다. 뇌와 생각을 밀접하게 관련짓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다.
시각적 정보가 부족하고, 이와 관련된 과학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다. 앞서 소개한 캉 대학의 실험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시각적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으로 직접 보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과학적 사고의 핵심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각적 정보', 기억과 상상을 구분하는 기준
흥미로운 것은 같은 '시각적 정보'라고 해도 어른과 아이가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는 과학적 사고를 하기 위해 시각적 정보를 필요로 하지만, 어른은 기억과 상상을 구분하기 위해 이를 필요로 한다.
일상에서는 기억과 상상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아도 괜찮을 때가 있지만,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만약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형사는 목격자의 기억에 의존하여 사건을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만약 목격자가 기억과 상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클락 푸스(Clark-Foos A)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Dearborn, USA) 교수는 어른에게 있어 시각적 정보는 '기억'과 '상상'을 구분 짓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난 3월 학술지 '기억'(memory)를 통해 밝혔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다른 사람의 기억과 상상을 구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과반수의 사람은 실제 기억과 상상력을 구분해냈다. 물론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기억과 상상력에 의존한 두 글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중요한 질적 차이가 있었다. 기억에 의존한 글은 객관적인 시각적 정보가 더 많이 나타났다. 반면, 상상력에 의존해 쓴 글은 소리나 계절 등 주관적인 추상적 정보가 더 많이 나타났다. 즉, 실제 눈으로 보면서 저장해둔 '시각적 정보'가 기억과 상상의 구분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일련의 연구를 통해 눈으로 보고 얻게 되는 ‘시각적 정보’가 어른과 아이에게 서로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눈으로 보는 행위’가 사람에게 있어 과학적 사고를 하게 해주고, 사실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5-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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