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우리 몸 안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세포의 신진대사로 생기는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거둬서 운반하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체액이다.
우리 몸에서 피를 만드는 기관은 발생 단계에 따라 다르다. 처음 배(胚)의 시기 때에는 간, 배의 후기에는 골수와 가장 큰 림프기관인 지라(비장)에서 혈액이 만들어진다. 골수에서는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지라에서는 적혈구와 림프구를 만든다. 몸에 상처가 생기면 적혈구와 림프구를 저장하고 있는 지라에서 이들 단핵세포가 상처 부위로 이동해 치유를 돕는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피를 만들어내는 혈액 줄기세포(조혈모세포)가 정확히 골수의 어디에 있고, 다른 세포와 얼마나 다른지 제대로 알지 못 했었다. 최근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 어린이 연구소(Children’s Research Institute at UT Southwestern, CRI) 연구팀은 처음으로 조직 세척기술(tissue-clearing technique)을 이용해 눈에 잘 안 띄는 조혈모세포의 위치를 알아내고, 이들이 어떻게 유지, 보존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네이처’(Nature) 9월23일자에 게재된 이 연구는 골수 안에 있는 조혈모세포의 미세환경을 이해하는데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
CRI의 이사이자 이 대학 의료원 석좌교수인 션 모리슨(Sean Morrison) 박사는 “골수와 조혈 줄기세포는 마치 건초더미 안에 있는 바늘과 같아서 이전 연구자들은 이들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 심지어 조혈모세포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이 ‘건초더미’를 디지털방식으로 재구성해 골수 안에 있는 모든 조혈모세포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이 세포들이 다른 모든 세포 유형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조혈모세포에서 배타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 표지(genetic marker)를 식별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해파리에서 녹색 형광 단백질을 추출해 조혈모세포의 유전자 표지에 삽입했다. 형광단백질이 삽입된 조혈모세포가 골수 안에서 녹색으로 표시되도록 한 것.
논문의 제1저자이자 CRI 조교수인 멜리 에이커(Melih Acar) 박사는 “뼈와 골수 속을 비쳐 보이게 하는 조직세척법과 고해상도의 공(共)초점 현미경을 사용해 골수의 촘촘한 구석구석을 모두 스캔한 결과 모든 조혈모세포의 위치 및 이들과 다른 세포들과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대규모의 골수 조각들을 영상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골수이식의 안전성과 효율성 크게 높여
이들 연구진의 성과는 새로운 발견과 함께 몇 가지 사실들을 확인해 준다. 먼저 조혈모세포는 몇몇 과학자들이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뼈의 겉질 가까이에 있지 않고 골수의 중앙에 무리지어 모여있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또 조혈모세포는 규칙적인 파동을 나타내는 혈관(sinusoidal blood vessels)과 연계돼 있으며, 분열하거나 혹은 분열하지 않는 조혈모세포를 위한 별도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리슨 교수는 “조혈모세포가 유지되는 미세환경과 메커니즘을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이해하게 됨으로써 실험실에서 조혈모세포를 복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더욱 근접하게 됐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골수 이식의 안전성과 효율을 크게 증대시켜 해마다 골수 이식을 필요로 하는 수천명의 생명을 살리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09-3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