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일본의 의사 사이쇼 히로시(稅所弘)가 쓴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아침형 인간'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에디슨처럼 아침형 인간으로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도 퍼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모두 성공하는 것일까. 주위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데도 업무 능력이 훌륭한 사람이 있고, 늦은 밤에 오히려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생활하는가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능력이 있고, 건강상에 큰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그런데도 일반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인간보다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런 인식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4월 학술지 '임상 내분비학·신진대사'(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을 통해 발표된 김난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인간보다 건강하다고 한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47~59세 사이 162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생활과 수면 습관을 분석하였다. 이들 중 480명은 아침형 인간, 95명은 저녁형 인간으로 분류되었으며 나머지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그룹별로 체지방, 허리둘레를 측정하였다. 골다공증 측정 검사와 포도당 부하검사도 함께 실시했다.
그 결과, 저녁형 인간은 체지방과 혈중 지방이 아침형 인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 아침형 인간보다 저녁형 인간에게서 비만인 경우가 3배나 많게 나타났다. 당뇨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건강이 나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늦게까지 깨어있어 야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녁형 인간이 좋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아
그렇다고 해서 아침형 인간이 무조건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저녁형 인간이 좋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 연구팀은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저녁형 학생이 귀납추리 능력 및 문제해결 능력에 있어 아침형 학생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링크)
귀납추리는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 또는 원리로부터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명제 및 법칙을 유도해 내는 추리개념이다. 쉽게 말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로부터 일반적인 것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학교 성적은 저녁형 학생보다 아침형 학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의 시간표가 아침에 맞춰져 있기 때문엔, 저녁형 학생이 그만큼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저녁형 인간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시인, 발명가, 예술가 등 창의적인 면이 강하다고 밝혔으며, 아침형 인간은 공무원이나 회계사 등 논리적인 면이 강한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중 어떤 것이 더 좋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침형 인간은 저녁형 인간보다는 계획적이고 실천적인 삶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집중력이 강한편이며, 자기제어를 잘하기 때문에 더 나은 성과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2011년 학술지 '학습과 개인차'(Journal learning and individual differences)를 통해 이와 관련된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아침형 인간은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반면, 인지능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나타났다. 반면, 저녁형 인간은 학업성취도는 떨어지지만 인지능력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링크)
이러한 성향의 차이로 인해 이들이 선택하는 직업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아침형 인간은 관습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편이다. 그래서 오전에 미팅을 하고 근무를 시작하는 회사의 직장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침형 인간의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에디슨이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있다.
반면 저녁형 인간은 창의적인 생각이 주로 밤에 나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예술가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사업가적인 모험을 즐긴다. 자극이나 위험 감수와 연결된 호르몬 수치가 밤이 되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저녁형 인간의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모차르트가 있다.
사실 인간형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나누기는 어렵다. 아침형이나 저녁형 상관없이 자신의 수면 사이클을 최대한 유지하고, 깨지더라도 원상복귀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5-09-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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