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신경(nerve) 조직을 다시 회복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때문에 교통사고, 화재 등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됐을 경우 대부분 치료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3D 기술을 통한 신경 재생이 이루어지고 있다.
20일 미국 ‘메디칼 뉴스 투데이(Medical News Today)’는 과학자들이 3D 이미징(3D Imaging), 3D 프린팅(3D Printing) 등 3D 기술을 활용, 동물 실험을 통해 손상된 신경을 재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연구는 미국의 미네소타, 메릴랜드, 프린스턴, 존스홉킨스, 버지니아 공대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8일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3D프린터와 스캐너 사용해 신경조직 재생
연구팀은 신경세포 재생이 어려운 점에 주목했다. 손상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가이드를 해줄 조직이 필요한데 그 조직이 없었다. 신경이 자라날 수 있도록 가이드 조직을 만드는 일이 역시 매우 어려웠다.

신경 조직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신경이 손상된 바로 그 위치에서 신경이 자라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 또한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이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 것이 3D 기술이다.
연구팀은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즈’를 통해 기존의 신경공학과 신경재생, 줄기세포 기술에 새로운 기술은 3D 프린팅과 3D 스캐너 기술 등을 적용해 쥐 척추세포에서 말초신경을 정상적으로 재생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말초신경(peripheral never)은 신체의 표면과 골격근, 각종 내부 장기로부터 수집된 감각을 중추신경으로 전달하고, 중추신경의 운동 자극을 다시 이들에게 전달하는 통로 기관을 말한다. 말초신경에는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과 운동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이 있다.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통해 말초신경의 가이드 조직을 디자인하고, 최적화 및 제조 과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조직 재생을 위해 미세돌출(microextrusion) 방식의 프린팅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제작한 가이드 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는 동물(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쥐의 좌골신경(sciatic nerve)을 역설계한 다음 3D프린터로 제작한 가이드 조직들을 적정 위치에 배치했다.
쥐에 이식한 가이드 조직들은 해부학에서 활용하고 있던 3D스캐닝 방식을 활용해 접붙이기 방식으로 쥐 좌골신경 내에 이식했다. 그리고 10~12주가 지난 후 걷지 못하던 쥐가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치병으로 여겼던 신경손상 치료길 열려
3D 기술을 활용, 신경조직을 재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신경세포를 재생할 수 있는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이 기술이 향후 사람의 손상된 신경세포를 재생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경재생에 성공한 연구팀은 현재 다음 과정을 준비 중이다. 다음 단계는 사람이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미네소타 대학의 마이클 매칼파인(Michael McAlpine) 교수는 “현재 인체 내에서 신경을 다시 재생 할 수 있는 연구를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있어 3D 기술은 지금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기술이 되고 있다. 호주 연방과학원 (CSIRO)은 최근 3D 프린터인 ‘아캄 전자빔 금속 3D 프린터(Arcam electron beam metal 3D printer)’를 활용, 체내에 이식할 수 있는 티타늄 골격을 제작했다.
‘3D printed titanium sternum and rib cage’란 이름의 이 골격은 54세의 골육종암 환자에게 이식하기 위해 제작됐는데 흉골(sternum)과 갈비뼈 일부를 대신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인조 골격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3D 프린터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인조 골격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인공 장기 들이 제작되고 있으며,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신경 세포 재생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세계 각지에는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운동을 관장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평생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수다. 의료계에 따르면 매년 20만 명 이상이 신경 손상이나 질환으로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로 그동안 걷지 못했던 사람들, 사지가 마비되었던 사람들, 신경장애로 끊임없이 통증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신경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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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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