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5-09-08

마취 하면 정말 머리 나빠질까? 전신마취와 뇌 기능 연관성 있다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마취(anaesthesia)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무감각'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통증을 일시적으로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만, 오늘날 마취는 단순히 통증을 제거하는 일 뿐만 아니라 환자를 보다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전신 상태를 관리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수술을 하기 위해서 마취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데, 종종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과도한 마취에 따른 후유증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 때문인지 예전부터 마취에 대한 속설이 많이 있었고, 속설이 하나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속설이 바로 '전신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라는 것이다. 전신마취를 하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머리가 나빠져서 공부를 못한다는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직까지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전신마취와 뇌 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가 조금씩 발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취를 하면 정말 나빠질까. 마취에 대한 속설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하나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져왔다. ⓒ ISAF Headquarters Public Affairs Office (Wikipedia)
마취를 하면 정말 나빠질까. 마취에 대한 속설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하나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져왔다. ⓒ ISAF Headquarters Public Affairs Office (Wikipedia)

그락 스트랏맨(Greg Stratmann)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7월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 살이 되기 전 전신마취 경험이 있는 어린이 28명의 기억능력과 마취 경험이 없는 같은 나이, 성별을 가진 어린이와 비교했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이들에게 다양한 테두리 색상과 위치가 다른 그림을 보여주고, 이를 기억해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한 살이 되기 전 전신마취 경험이 있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점수가 20% 낮게 나왔다. 공간인식테스트 점수도 21% 낮게 나왔다.

2012년 5월에 발표된 콜롬비아대학교의 연구도 이와 비슷하다. 3살 이전에 전신마취 경험이 있으면 언어구사 및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추리능력 장애 발생 위험이 또래보다 1.73배나 높게 나타났다. (원문링크)

그렇다고 해서 전신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완전히 학계에서 인정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하나의 가설일 뿐, 이를 확정지을 수 있는 완전한 연구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전신마취와 뇌 기능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마취를 해도 의식이 있는 경우 발생

마취를 하면 온전히 의식을 잃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종종 마취 도중 환자의 의식이 깨어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취 중 각성'이라고 부르는 상태인데, 마취 중 각성은 특이한 사례이기 때문에 대중문화에서도 종종 소재로 삼는다.

마취 중 각성은 전신마취 중 흔치 않게 발생하는데, 그 빈도는 보고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0.2~1%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심한 외상 환자의 수술과 제왕절개술, 심장 수술을 위한 마취에서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세 사례는 모두 마취제를 적게 사용하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마취의 심도가 얕아져서 마취 중 각성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별 약물 감수성의 차이도 있다. 마취 약물에 내성이 있거나, 함께 사용한 다른 약물로 인해 약제 내성이 발생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량임에도 충분한 마취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젊은 나이, 비만, 흡연, 장기간의 알코올 섭취도 하나의 변수이다.

마취 중 각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에게 큰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취 중 각성이 일어나면 빠른 시일 내에 환자와 마취의 사이에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 환자의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환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마취 전에는 화장이나 네일아트 등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속설도 있다. 이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마취 중이나 수술 후 혈액순환 상태를 판단할 때, 얼굴이나 손톱, 입술 등의 색깔 변화를 참고하기 때문이다. 화장이나 네일아트는 원래의 색과 달라 잘못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수술실에 들어가거나 마취 전에는 화장과 네일아트를 모두 지우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해서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면 마취가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다. 봉숭아물은 산소계측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5-09-08 ⓒ ScienceTimes

태그(Tag)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