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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07-07

알츠하이머 발병, 예측 가능하다 바이오마커 변화, 기억과 사고력 측정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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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능력 등이 점차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저하돼 정상적인 인격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개인적 사회적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고통스런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65세 이상은 5~10%의 치매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는 9%를 넘어서 노인 11명에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치매에는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있고 전체 환자의 50% 이상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속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원인과 발병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현재로서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단백질이 뇌에 침착돼 뇌세포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발병의 핵심 기전이라고 보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 역시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행을 지연시키고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들이 나와 있어 가능한 한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관련 학계에서는 바이오마커 검사나 기억력 및 사고력 테스트를 통해 치매의 발병 여부를 중년에 미리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정상인도 나이 들면서 바이오마커에 변화 생겨

미국 워싱턴대 신경학과 앤 페이건(Anne Fagan) 교수팀은 중년에 알츠하이머병 핵심 바이오마커에 변화가 생기면 수년 안에 치매가 발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7월 6일 ‘JAMA Neurology’)

앤 페이건 워싱턴대 신경학과 교수(왼쪽)와 대학원생 커트니 섯븐(Courtney Sutphen)은 중년 때의 뇌척수액 변화를 확인하면 후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Michael C. Purdy
앤 페이건 워싱턴대 신경학과 교수(왼쪽)와 대학원생 커트니 섯븐(Courtney Sutphen)은 중년 때의 뇌척수액 변화를 확인하면 후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Michael C. Purdy

이번 연구는 10년 이상 모은 자료와 45~75세 사이 169명의 정상인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참여자들은 10년 단위로 초기 중년(45~54세), 중기 중년(55~64), 후기 중년(65~74)으로 구분해 3년마다 모든 임상검사와 인지기능 영상검사 및 뇌척수액 바이오마커 분석을 받고, 최소 두 차례의 평가를 받았다.

분석 대상 바이오마커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세포에 침착되는 주성분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알츠하이머병으로 뇌세포가 손상됨에 따라 뇌척수액에서 증가 현상을 보이는 뇌세포 구성요소인 타우(Tau) △염증 반응의 표지자로서 뇌세포가 생산하는 단백질인 YKL-40 △양전자 단층촬영(PET)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침착 현상 등이다.

연구진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초기 중년 그룹이 처음에는 뇌척수액의 아밀로이드 베타 42 수치가 낮았으나 수년이 지나면서 뇌에 침착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중기 중년에서 후기 중년으로 넘어감에 따라 몇몇 사람들에게서는 타우 단백질과 다른 뇌손상 바이오마커가 급격히 증가하고, YKL-40 단백질 수치도 모든 연령 그룹에서 올라가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전 연구에서는 이런 바이오마커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을 때 변화가 생긴다고 보고됐으나, 더 규모가 큰 데이터를 이용한 이번 연구에서는 정상적인 중년의 개인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바이오마커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변화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APOE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더욱 확연하게 나타났다. 이 유전자를 두개 가진 사람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확률이  1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년 때부터 행동변화 조짐 있는지 관찰 필요”

기억과 사고력 테스트에서 점수가 낮으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기 십수년 전에 이미 발병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최근에 나왔다.

미국 러시대 의료원 쿠마 라잔(Kumar B. Rajan) 박사는 6월 25일 ‘신경학(Neurology)’ 저널에발표한 논문에서 “명백한 알츠하이머병 증상에 앞서서 나타나는 사고와 기억력의 변화는 수십년 전부터 시작된다”며, “현재로서는 그럴 위험이 있는 개인들에게서 병의 시작을 알리는 변화를 검출해 내기가 어려우나,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결국 치매를 앓게 된 환자 그룹 중에서 일찍부터 병적 변화가 시작된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이 없고 평균 나이 73세인 유럽계 및 아프리카계 시카고 주민 2125명을 대상으로 18년 동안 매 3년마다 기억력 및 사고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중 23%의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17%의 유럽계 미국인이 연구 기간 중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았다. 조사 결과 기억력과 사고력 테스트에서 전반적으로 나쁜 점수를 받았던 사람들이 결국 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의 첫 5년 동안에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높은 점수를 얻은 이들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치매 평가를 실시하기 13~18년 전에 수행한 테스트에 의거해 볼 때, 표준인지검사에서 한 단위가 낮은 점수를 받으면 향후 치매에 걸릴 위험이 85%(1.85배) 높았다.

라잔 박사는 “현재 알츠하이병 발병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은 어떤 육체적, 생물학적 변화가 기억력과 사고력 손상에 앞서 나타난다고 보고 있으며, 만약 그렇다면 이 과정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병을 예방하려면 중년의 나이 때부터 발병 과정을 세심하게 연구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07-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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