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가 어린이들의 성장 발달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랭고니 의료원 연구진은 6월 30일 온라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에서, 널리 사용되는 두 종류의 어린이용 항생제를 실험용 암컷 쥐에 투여한 결과 항생제를 주지 않은 쥐들에 비해 무게가 늘고 뼈가 더 커지는 이상징후를 보였고, 두 종류의 항생제 모두 장관(腸管)에 서식하는 대규모 미생물군집을 교란시켰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 쥐들에게 광범위 항생제인 아목시실린과 소아과에서 점차 사용이 늘고 있는 타일로신(tylosin) 및 위 두 가지의 혼합 약제 등 세가지 항생제를 투여해 실험을 했다. 소아과에서 항생제를 쓰는 방식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생후 2년 된 어린이들에게 주어지는 것과 같은 숫자의 처방전과 같은 용량의 약을 실험용 쥐들에게 투여하고, 대조군 쥐들에게는 아무런 약도 주지 않았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마틴 블래스터(Martin Blaser) 교수(중개의학, 뉴욕대 인체 미생물 프로그램 이사)는 이번 연구가 쥐를 대상으로 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항생제에 노출되면 중대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다른 여러 연구 결과들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그는 축적된 데이터들이 소아과 처방전의 지속기간과 형태를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생물학적 대가를 전혀 치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항생제를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블래스터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적인 어린이들은 10세가 되기까지 10코스의 항생제를 투여 받는다.
항생제 투여, 생물학적 대가 치러야 할까
이번 연구는 발달 초기의 중요한 시기에 어린이들이 항생제에 노출되면 장내의 미생물 환경을 교란시키고 인체의 신진대사를 영구적으로 재구성하게 되며 비만 성향을 보이게 된다는 블래스터 교수의 이전 연구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짧지만 고용량의 타일로신 투여가 몸무게를 늘게 하는 가장 확연하고 오래 지속되는 영향을 주었고, 아목시실린은 키를 크게 하는 필수 요소인 뼈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DNA 분석자료에 기초해 볼 때 항생제는 또한 장내의 미생물군을 교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래스터 교수는 “항생제는 유기체의 풍부함과 다양성의 측면에서 그리고 군집 구성 혹은 그 구성의 본질적인 면에서 미생물 군집의 생태계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미생물 종에도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특정 대사기능과 연계된 미생물 유전자의 비례 수도 바꾸어놓았다.
그는 이 같은 광범위한 변화를, 한 나라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농부들이 갑자기 장사를 하는 상인으로 바뀌어진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미생물 유전자 경제계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것이 미생물 군집 안에서 전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타일로신, 체중증가와 장내 미생물군 교란 위험 커
연구자들은 타일로신이 아목시실린보다 미생물 군집에 훨씬 큰 충격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공저자의 한 사람인 로라 콕스(Laura M. Cox) 박사는 “항생제의 영향이 누적적이어서 항생제 투여 횟수가 문제가 된다”며, “우리는 두번째 항생제 투여 후의 마무리 과정을 중단하도록 어느 정도 간섭하고, 세번째 투여 후에는 더 많은 간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에 노출된 미생물 군집은 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용 쥐들을 41일 동안 고지방식을 먹게 하는 실험을 했을 때 항생제 노출이 안된 대조군은 하룻만에 장의 미생물군이 새 환경에 적응한 데 비해 아목시실린에 노출된 쥐 가운데는 적응에 2주가 걸리기도 했고, 타일로신에 노출된 쥐 중 일부는 한달 이상이 지나도 고지방식에 적응하지 못 했다고 콕스 박사는 밝혔다.
연구진은 최근 어린이들에 대한 처방이 늘고 있는 타일로신이 체중 증가와 장내 미생물 교란 현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특히 우려스럽다고 걱정한다. 이들은 누적되는 증거들을 보면 항생제 남용의 잠재적 부작용에 대해 더욱 잘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07-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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