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각자의 생활 주기가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녁 늦게까지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이 주기가 다른 이유는 바로 체내시계에 있다. 생체리듬을 나타내는 일종의 몸 속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먼 해외에 다녀올 경우, 시차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체내시계의 오차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만약 체내시계도 원래대로 재설정 할 수 있다면, 시차 적응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시몬 아미르(Shimon Amir) 콘코디아 대학교(Concordia University, Canada) 교수와 나훔 소넨버그(Nahum Sonenberg)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 Canada)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특정 단백질이 체내시계를 재설정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연구를 지난 4월 발표했다. (원문링크)
이번 연구를 주목해야 하는 점은 바로 시차 적응 문제 뿐만 아니라, 각종 수면장애와 우울증, 자폐증과 대사이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면장애나 우울증도 일종의 체내시계의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연구의 핵심은 바로 'elF4E'라는 뇌 속에 있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빛에 의해 자극되면서 인산화 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그로 인해 체내시계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빛에 의한 인산화 반응은 광합성에서 빛에너지를 사용하여 아데노신 이인산(ADP)와 무기인산(Pi)로부터 아데노신 삼인산(ATP)를 합성하는 반응이다.
사람 몸 속에 있는 생체시계는 대략 하루를 주기로 변화한다. 생체시계에 의한 생체리듬은 식욕이나 수면욕을 느끼게 하는데, 선행된 연구에서 이 체내시계가 빛에 크게 영향을 받는 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연구팀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elF4E 단백질의 인산화 작용 여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했다. 먼저 이 단백질을 변이시킨 그룹과 정상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빛과 어둠에 따른 생활 주기를 12시간에서 10.5시간으로 줄였다. 그리고 이들이 쳇바퀴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관찰하였다.
인산화 작용이 체내시계 재설정의 열쇠
그 결과, 단백질 변이로 인해 인산화 작용을 하지 못하는 그룹에서는 체내시계가 차질을 보였다. 쳇바퀴를 돌리는 모습 역시 정상 그룹에 비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사람으로 따지면 시차를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보이는 것과 같다.
결국 elF4E 단백질이 빛에 의해 인산화 작용을 하고, 이것이 체내시계 재설정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단백질을 이용한다면 시차 적응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더불어 생체시계의 오차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면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해가 뜰 때 눈을 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제때 햇빛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단백질이 인산화작용을 하지 못하면서 다시 생활이 힘들어지고, 이런 상황이 악순환된다.
따라서 아침에 일어날 때 확실히 햇빛을 받는 생활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계절 바뀔때마다 생체시계 바뀌는 이유
그렇다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분이 조금씩 변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계절을 탄다'라고 표현하는데, 겨울이 되면 울적해지거나 봄이 되면 마음이 설레는 것을 말한다. 계절이 변화할 때마다 유전자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변화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크리스 월리스(Chris Wallace) 캠브릿지 대학교(Cambridge University, UK)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이 지난 5월 발표한 내용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단백질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계절을 탄다고 밝혔다. 1000명이 넘는 사람의 유전자를 조사했다. 유전자는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겨울철에 면역 시스템이 훨씬 활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특정 염증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부분은 바로 우리 몸속의 모든 세포에 있는 같은 유전자 코드였다. 특별한 상황에서 이 유전자가 풀려나고, 이 유전자가 리보핵산(RNA)에 노출된다. 리보핵산은 유전자가 만든 코드를 통해 단백질을 만들게 된다.
연구 결과, 혈액 세포 속에 있는 약 5000개의 유전자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겨울철에 염증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바로 적도 지역에 위치해 있는 잠비아의 경우에는 우기 때 염증 질병이 많아 진다는 것이다.
계절별로 나타나는 질병 치료 가능성 ↑
즉, 유전자가 계절별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여러 변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적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낮 시간의 길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빛이 생체 시계에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유전자가 조절받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환경이 변화하게 되면 이 변화에 맞춰 조화를 이루기 위해 유전자도 적응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연구를 보면 특정 질병에 나타나는 시기를 예상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치료 가능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겨울철에 심장병이나 류마티스 관절염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유전자가 계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면역 시스템과 관련이 있으며, 이로 인해 생체시계가 변화하는 사실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전자는 날씨 변동이나 인종의 차이, 생활 습관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단백질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계절별 변화의 원인을 한 가지에만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점은 계절별로 나타나는 질병이 다른 이유를 알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5-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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