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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5-28

재생의학 치료 위한 발판 마련 [인터뷰] 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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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학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단초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을 조절하는 새로운 단백질 기능을 규명, 이로 인해 당뇨병이나 척수손상 치매 등 줄기세포 치료를 필요로하는 질병 연구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번 연구는 백성희 서울대 교수와 부경진 박사, 이호 국립암센터 대학원 교수, 황대희 기초과학연구원 교수, 빈진혁 포항공과대학교 박사과정이 주도해 진행한 것으로 연구결과는 지난 4월 10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누구도 몰랐던 ‘폰틴(pontin)’ 의 역할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는 하나의 수정란이 분열해 여러 가지 조직과 세포를 갖는 개체로 성장한다. 이는 수정란 내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에 기인하는 것으로 세포의 전분화능을 조절만 할 수 있다면 신경세포와 피부세포 등 다양한 세포조직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세포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되면 생명공학은 그야말로 새로운 흐름에 맞닥뜨리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분화능에 대한 원리는 명확히 규명되지 못했다.

부경진 박사가 속한 연구팀은 일반적인 유전자 조절인자로만 알려져 있던 폰틴(Pontin)이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 유지에 필수적인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 써 줄기세포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희팀은 연구를 통해 마우스 배아줄기세포가 분화하면서 폰틴(Pontin) 단백질의 발현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폰틴은 체내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있어 전사조절인자의 공활성인자로 작용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전자의 전사 과정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셈이죠.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 유지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하는 전사조절인자인 ‘옥트-4(Oct-4)’의 공활성인자로서 폰틴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옥트-4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조절인자들이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저희팀이 이번 연구를 통해서 옥트-4의 공활성인자로서 폰틴의 역할을 규명한 것이 배아줄기세포의 비밀을 푸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 내 폰틴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해당 폰틴 유전자를 조건부로 없앨 수 있는 이른바 ‘폰틴 조건부 결핍 배아줄기세포’를 제작했다. 실험 결과 폰틴이 발현되지 않는 배아줄기세포에서는 전분화적 특성이 사라진 채 분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폰틴이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을 유지하는 유전자들을 유지시킴과 동시에 분화를 촉진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억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밝혀냈다.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은 생명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역할은 온전히 규명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배아줄기세포의 배양조건에서 전분화능을 유지시키기 위한 조건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배양되는 분화된 세포를 위한 조건과는 많이 다를 뿐 아니라 그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에도 기술적·경제적 어려움이 따른다. 부경진 박사는 “이러한 어려움은 역설적이게도 전분화능을 유지시키는 기전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즉 제한된 알려진 조건을 엄격히 통제한 가운데 줄기 세포를 연구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번 연구와 같이 줄기세포의 비밀을 푸는 연구들이 활성화되면 점점 더 줄기세포의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저희팀은 또한 폰틴이 분화된 세포를 다시 역분화시켜 전분화능을 갖는 유도망을 줄기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기를 바라고 있죠.”

아줄기세포에서의 폰틴의 역할. 폰틴의 발현이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 유지에 중요함을 확인함. 폰틴은 공활성인자로서 배아줄기세포의 유지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전사인자인 Oct4와 결합해 그 표적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한다.  ⓒ 한국연구재단
아줄기세포에서의 폰틴의 역할. 폰틴의 발현이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 유지에 중요함을 확인함. 폰틴은 공활성인자로서 배아줄기세포의 유지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전사인자인 Oct4와 결합해 그 표적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한다. ⓒ 한국연구재단

배아줄기세포 제작해 시작한 연구

부경진 박사팀이 이번 연구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생체 내 모델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 있다. 부경진 박사는 “배아줄기세포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생체 내(in vivo) 모델을 통해 연구를 해야한다는 점”이라고 이야기 했다.

“생체내 모델을 통해 연구하기 위해서는 특히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 조건부 유전자 결핍 배아줄기세포를 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아마 이 점이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던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이외에도 여러 공동연구팀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이 중요했어요. 암센터에 계신 이호 교수님 실험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폰틴 유전자를 조건부로 없앨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제작해 연구를 시작한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죠.”

부경진 박사가 속한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의 조절과정에서 크로마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크로마틴의 구조와 기능은 크로마틴 조절인자에 의해 결정되는데, 폰틴이 바로 그 고절인자 중 하나인 것이다.

“이러한 인자들은 정상적인 생리 작용이나 발생 과정뿐 아니라 질병과 같은 병리적인 현상과도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폰틴의 경우 암발생을 촉진할 수 있는 크로마틴 조절인자로서 연구돼 왔습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암 발생과정에서의 폰틴의 역할을 연구하기 위해 폰틴 유전자가 없는 마우스 모델을 제작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발생 과정상에서 배아줄기세포의 형성과 유지에 폰틴의 역할을 발견하면서 이번 연구를 수행하게 된 것이죠.”

이번 연구를 하며 줄기세포에 대한 공부를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다는 부경진 박사는 “역시 해보지 않은 분야에 뛰어들면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를 건네기도 했다.

“아무래도 생소한 분야였으니까요. 연구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특히 조건부 유전자 결핍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제작 기술이 국내에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에 일본에 가서 이 기술을 배워와야 했습니다. 배아줄기세포 분리 배양기술을 일본에서 배워와서 국내에서 확립한 마우스 모델에 적용했어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조건부 유전자 결핍 배아줄기세포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신의 생물정보학적 분석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생물학자에게는 조금 익숙하지 않은 정보학이나 통계학을 접목시켜 연구했던 점들이 어렵기도 했죠. 그럼에도 여러 공동 연구자분들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난관을 거쳐 결국 5년만에 연구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웃음)”

이번 연구는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을 조절하는 새로운 단백질 폰틴의 기능을 규명, 줄기세포를 활용한 당뇨병 및 척수손상이나 치매 등의 질병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폰틴이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 유지에 필수적인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저희팀의 연구결과인, 배아줄기세포의 전분화능 유지와 유도성 만능줄기세포 형성에 폰틴 단백질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용해 재생의학 치료제의 개발에 있어 새로운 단초와 지식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욱 더 연구에 정진하고 싶습니다. 폰틴의 기능을 좀더 밝혀내는 연구를 하는 동시에 줄기세포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새로운 열쇠를 찾아내는 연구에도 좀 더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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