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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05-21

암세포 신호 차단해 면역력 높인다 베타카테닌이 흑색종 면역치료 방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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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새로운 암 치료제인 면역항암제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으면서 이에 대한 의약계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허가 대상 품목은 외국계 제약사가 신청한 흑색종 면역항암제 3종(MSD의 키트루다, BMS·오노약품의 옵디보, BMS의 여보이).

‘체크포인트 억제제(checkpoint inhibitor)’로 불리는 이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스스로를 숨기는 은폐 기능을 무력화시켜 환자의 면역체계가 암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 항암제다. 기존의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과 내성 등이 적고, 치료 효과가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1세대 항암제로서 성장이 빠른 세포를 공격하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모발이나 혈액 세포 같이 빨리 자라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머리가 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또 현재도 많이 쓰이는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의 유전자를 공격해 증식을 막지만 해당 유전자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고 내성이 생기면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비해 면역항암제는 ‘타겟’을 공격하는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에서 분비하는 특정 단백질이 면역세포(T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암세포 스스로를 숨기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잘 인식해 퇴치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면역항암제는 특성상 대부분의 암에 적용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30개 이상의 암종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며, 두경부암, 방광, 위암, 신장암, 호지킨 림프종 등에서는 이미 효과가 입증됐고, 대장암, 유방암에서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새 항암제 시판 허가 이후 정보 교류를 위한 심포지엄이 다수 열리는 한편, 새로운 면역항암제와 기존의 표적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표적항암제로 주요 암세포를 사멸시킨 다음 면역항암제로 재발이나 전이를 막아 완치에 이른다는 계획이다. 이 방법은 막대한 약제 비용과 치료 표준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면역항암제의 반응률 현재는 25% 수준

면역항암제는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지켜보아야 할 점도 없지 않다. 원리상 면역 기능이 증가함에 따라 면역반응에 의한 폐렴, 장염, 간염, 뇌하수체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약을 투여한 후 암세포가 줄어드는 등의 변화를 보이는 반응률이 현재 25% 정도로 통상적인 항암제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세계 의학계에서는 이 약의 효과를 증진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샌디에고) 의대 연구진은 암이 상당히 진행됐거나 전이된 전립선암 환자에게 체크포인트 억제제가 잘 듣지 않는 점에 대해 연구한 결과, 면역을 억제하는 B세포가 치료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이 면역억제성 B세포를 제거한 후 특정한 화학요법으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상당히 전이된 전립선암을 성공적으로 제거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치료법을 ‘화학면역요법’이라고 명명했다[네이처(Nature) 4월29일].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마이클 카린(Michael Karin) 석학교수는 “유사한 면역억제성 B세포가 전립선암 이외의 다른 암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며, “여러 다른 암에서 체크포인트 억제제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B세포가 개입된 면역억제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면역항암제 치료를 어렵게 하는 암세포의 신호체계를 차단할 수 있다면 면역치료 효과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개념 암 치료제인 면역항암제가 국내에도 출시되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사진은 분자 기반의 흑색종 세포 사진.  ⓒ National Cancer Institute
최근 신개념 암 치료제인 면역항암제가 국내에도 출시되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사진은 분자 기반의 흑색종 세포 사진. ⓒ National Cancer Institute

흑색종 암세포, 베타카테닌 생산해 면역치료 방해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최근 흑색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암세포들이 세포간 메신저인 베타카테닌을 대량으로 생산해 면역세포(T세포)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함으로써 치료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네이처(Nature) 5월11일]

논문의 저자인 토머스 가제프스키(Thomas Gajewski)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흑색종에서 면역 T세포의 공습을 방해하는 ‘세포 내재 암 유발 경로’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말하고, “이 경로를 통해 많은 암종들이 면역체계의 감시를 피하기 때문에 암세포 안에서 이 신호들을 차단하는 전략을 개발하면 T세포의 역할을 회복시키고 면역 항암치료의 잠재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NT/베타카테닌 시그널은 증식이나 분화 같은 세포적 결정들을 포함해 수많은 세포 프로세스에 속하는 엄격하게 통제되고 다기능적인 경로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암세포 내부에서의 다양한 신호 양상을 추적하기 위해 흑색종 환자들의 암세포 조직 샘플을 활용했다. 면역 T세포가 침범하지 않은 환자 91명의 조직을 T세포가 염증을 일으킨 환자 106명의 조직과 비교했다.

그 결과 활성화된 베타카테닌 신호의 존재 여부가 두 그룹 사이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으로 나타났다. T세포의 침입을 막은 암세포 가운데 49%는 베타카테닌이 목표로 한 6개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한편 높은 수준의 베타카테닌 신호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T세포가 침범한 암세포 중에서는 4%만이 유사한 신호패턴을 보였다.

논문의 공저자인 스테파니 스프랭거 연구원(박사후 과정)은 “높은 베타카테닌을 지닌 암세포는 CD103+로 알려진 일단의 수지상 세포들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베타카테닌이 없는 암세포들은 CD103+ 수지상 세포들을 이끌어내는 CCL4 면역신호분자를 만들어내지만, 베타카테닌 레벨이 높은 암세포는 CCL4 표출을 억제한다”고 밝혔다.

수지상 세포는 나뭇가지 모양을 한 면역세포의 일종으로서 피부나 폐, 소화기 통로 같은 경계영역을 순찰하다 위험한 미생물이나 세포적으로 손상된 곳을 발견하면 림프절과 T세포에 위험신호를 전달하는 항원 제시 역할을 한다.

“면역항암제에 반응 없는 흑색종 환자, 수지상 세포 주입 도움 될 것”

한편 연구진은 암에 걸린 쥐를 치료하기 위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면역치료제인 단일클론 항체 anti-CTLA4와 anti-PD-L1 두 가지의 체크포인트 억제제를 사용했다. 이 약제를 투여하자 베타카테닌이 결여된 암세포는 치료에 반응했으나 베타카테닌을 가진 암세포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스프랭거 연구원은 “면역치료제에 대한 저항력은 암세포에 직접 CD103+ 수지상 세포들을 주입해서만 소멸시킬 수 있었다”며 “이 같은 간섭을 통해 T세포가 암세포에 침투해 축적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자들이 지적했듯 “흑색종에서 ‘암세포 내재 베타카테닌 신호’가 표출되는 면역학적인 주된 결함은 CD103+ 수지상 세포들이 제대로 보충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가제프스키 교수는 “항암 T세포의 반응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대한 이면의 분자적 기전을 이해하면 환자들이 새로운 면역치료에 잘 반응할 지의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역치료에 1차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은 환자 자신의 CD103+ 수지상 세포들을 직접 암세포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도울 수 있고, 또는 짧은 기간 집중된 방사선 치료로 암 조직에 염증을 일으켜 면역적 각성상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베타카테닌을 막는 약품 개발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연구는 흑색종을 대상으로 했지만 WNT/베타카테닌 신호 경로는 여러 암종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anti-CTLA4이나 anti-PD1과 같은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 가운데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3명 중 1명 정도이고, 결과는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05-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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