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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5-04-23

여성질환 연구, 실험은 '수컷' 위주 의약분야 '젠더혁신포럼'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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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까지 동물을 활용한 연구에서도 생식 관련 연구가 아닌 이상 사용된 동물의 성별이 따로 기록된 적은 없었다.  10개의 학문 중 3개를 제외한 연구에서는 수컷과 암컷을 모두 사용하거나 암컷만 사용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암컷에 대한 실험을 별로 하지 않았고 여성 또는 암컷이 걸린 병의 진행경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여성이 더 많이 걸리는 질환도 여전히 수컷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젠더혁신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2일 오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국내 의약학 분야 연구개발에서 젠더혁신 선도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있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관한 '제5회 과학기술 젠더혁신포럼'이 열렸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태 젠더서밋에서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젠더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는 다른 배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젠더서밋이 제대로 열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제5회 젠더혁신포럼이 22일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 ScienceTimes
제5회 젠더혁신포럼이 22일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 ScienceTimes

권광일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의약품 임상평가 가이드라인에 있어 성별차이를 어떻게 연구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젠더혁신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 발표였다. 실제로 권광일 교수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1950년대 독일에서 일어난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계기로 여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여성을 임상실험에서 제외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전에도 여성이 임상 시험에 포함되는 경우는 적었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여성은 임상 시험에서 배제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임상 시험에 여성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권교수는 의약선진국에서 발행한 의약품의 성별차이 관련 가이드라인과 문헌조사와 함께 국내 성별차이에 따른 부작용 발생 의약품 조사 및 유병율 차이를 나타내는 질환 사례를 조사하였다.

미국 FDA의 경우, 오히려 여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의약품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초기에는 배제하도록 했으나 2차 임상시험부터는 참여가 가능하다고 '정의'만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1993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고, 가임기 여성까지 초기 임상 시험 참여를 허가하였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것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EMEA, ICH 같은 유럽 기관의 경우 여전히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상시험 관련 지침들의 전반적인 내용은 임상시험에서 여성 참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여성 단독의 임상 시험 관련 지침은 없으며 필요성만 제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권광일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여성이 피험자로 참여하는 당위성을 제시하며, 위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피험자에게 제공하고 피험자가 자발적으로 임상 연구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 ScienceTimes
권광일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여성이 피험자로 참여하는 당위성을 제시하며, 위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피험자에게 제공하고 피험자가 자발적으로 임상 연구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 ScienceTimes

한국도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의약품 성별차이에 관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적 추세를 따르고 그와 동시에 국내 여성의 건강과 보건적인 측면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국내 의약품 임상 평가 시에 성별 차이를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여성 환자가 더 많기 때문에 남성에게도 유효한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질환별로는 권고사항이 존재하고 있다. 강제하지 않아도 '권고'만 하더라도 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회사 측에서는 성별 차이에 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권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의약품 종류에 따라 성별의 차이가 나타나고 질환의 종류에 따라서도 성별의 차이가 나타났다. 골다공증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에게 13배 이상 많이 나타났다. 반면 헤르니아(탈장)의 경우 남성에게서 월등히 많이 나타났다.

즉, 성별에 따른 독립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의약품 종류와 질환의 종류에 따라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기까지는 성별에 상관없이 비슷하게 나타나도,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성별에 따른 독립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임상시험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여성을 임상시험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기임상시험에서 여성피험자를 포함함으로써 성별에 따른 잠재적 차이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에 참석자 모두 동감하였다.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젠더혁신이 필요한 이유를 헌법에 있는 기본권에서 찾았다. ⓒ ScienceTimes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젠더혁신이 필요한 이유를 헌법에 있는 기본권에서 찾았다. ⓒ ScienceTimes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젠더혁신이 필요한 이유를 헌법에서 찾았다. 헌법에는 모든 영역에 있어 각 사람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누구나 어떤 영역에서 성별이나 나이에 차이 없이 모두가 '균등한' 기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성-젠더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Value based Health' 즉 가치 중심의 보건을 통해 젠더혁신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증진은 결국 수명연장과 삶의 질 현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 역시 건강증진의 시작이며 이 모든 바탕에는 젠더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50대 인구부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으며,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부터 여성이 더 많은 이른바 '여초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는 지금까지 의학분야 임상시험에서 여성이 배제된 것에서 벗어나 젠더혁신을 통해 여성을 포함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젠더,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안 원장에 따르면 2012년부터 한국에서도 젠더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2013년부터 사업에 착수하였고,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원에서 심혈관희귀질환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권 교수도 한국의 식약처에서도 성별에 따른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문에 응답하고 있는 권광일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 ScienceTimes
질문에 응답하고 있는 권광일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 ScienceTimes

권 교수와 안 원장의 발표가 끝난 후, 질의 및 응답시간이 있었다. 탈리도 마이드 사례를 들어 오히려 이것이 역설적인 이야기라는 의견이 나왔다. 피해자가 여성이었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여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어야 했던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더불어 임상 시험 단계에서 암컷과 수컷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 미리 진행되었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의 경우, 동물실험을 더욱 엄격하게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에 대해 더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시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만약 남성과 여성을 모두 시험하도록 강제화 할 경우, 제약회사는 상당히 복잡한 상황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최소한의 데이터만 나올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성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젠더혁신은 성-젠더 분석을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을 말한다. 과학기술 분야, 특히 의학분야에서 젠더혁신은 여성과 남성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Sex) 차이를 기반으로 질적으로 향상된 연구를 목표로 한다.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릴 2015 아시아-태평양 젠더서밋에서는 이와 관련된 보다 심도깊은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5-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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