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수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참선이나 명상, 요가는 오늘날에도 종교적인 수련법으로서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심신을 안정시키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정신적 충격을 참선을 통해 완화시키고, 통증이나 비만을 줄이는데 도움을 얻는가 하면 운동경기의 성적을 향상시키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도 명상의 의학적 효과를 확인한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어 앞으로 명상의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중심적 혹은 보조적 치료술의 하나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먼저 지난 2월 미국통증학회 학술지인 ‘통증’에는 만성 목 통증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명상을실시한 결과 표준화된 운동치료를 실시한 그룹에 비해 목 통증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목 근육에서 느끼는 불편감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독일 연구자들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만성 목 통증으로 목의 경직도가 점점 심해지는 89명의 환자들을 무작위로 명상그룹과 운동그룹으로 나눠 치료를 시행했다. 저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명상이 고통을 견디고 감소시키는데 특별한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명상, 알츠하이머 인지장애 진행 늦추고, 편두통 완화에 효과 보여”
최근에는 명상의 효과에 대해 좀더 포괄적이고 기초적인 연구가 소개됐다. 미국 웨이크 포리스트 침례병원 의사인 레베카 어윈 웰즈 교수와 신경생물학 및 해부학자인 페이들 자이던 교수는 각각 인지장애와 편두통 및 고통과 분노 감소에 대한 명상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명상이 인지력이 저하되는 것을 늦추고 편두통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며, 집중적인 명상훈련을 통해 고통과 일상의 분노를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마음과 신체의 상호간섭 효과에 대해 연구해 온 웰즈 교수는 그동안의 탐구를 통해 “명상이 인간의 뇌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별개의 임상연구에서 그는, 아직 치매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기억력 등에 약간 문제가 있는 경도 인지 장애와 편두통의 치료법으로 쓰이는 ‘마음 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BSR)라 불리는 명상과 요가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토했다.
첫번째 연구에서 경도 인지장애가 있는 55~90세 사이의 실험 대상자들에게 8주 동안 MBSR 치료를 하자 기존의 통상적인 치료를 받았던 사람들보다 뇌의 기능적 연결성이 현저하게 향상되고, 감정과 학습,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부위가 덜 위축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뇌의 기능적 연결성은 기억을 되살리는 것과 같은 자기성찰적인 사고를 하는 동안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명상이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크게 손상된 뇌 부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웰즈의 두번째 연구에 따르면 8주 동안 MBSR을 받은 편두통 환자들은 표준치료를 받은 다른 환자들에 비해 좀더 짧고 덜 자극적인 편두통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들은 또 전에는 심했던 발작이 좀더 완화되고 발작 주기도 좀더 길어졌으며, 편두통에 대해 자기 통제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버드의대에서 펠로우로 있는 동안 이 연구를 시작한 웰즈는 “위의 두가지 연구는 대상자가 적은 선행연구로서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매우 놀랄 만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명상은 안전하고, 명상을 하는 동안 외부적인 간섭도 비교적 덜 받는다”며, “이를 통해 인지력 저하를 늦추고 편두통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얻는다면 많은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상 실시한 연구대상자 일상의 분노 39%까지 줄어”
한편 웨이크 포리스트 침례병원 신경생리학 및 해부학 조교수인 페이들 자이던(Fadel Zeidan) 박사도 명상의 효과와 역량에 대한 새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자이던 교수는 논문에서 이전에 한번도 명상을 해본 적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0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정신을 집중한 명상훈련을 실시한 결과 고통과 일상의 분노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표준적인 MRI 장치보다 더 오랫 동안 효과적으로 뇌의 활동과정을 촬영할 수 있는 특수 기구를 통해 뇌의 특별한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그는 고통에 대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명상을 하는 동안 피부 일부에 섭씨 49도까지 점차적으로 열을 가할 수 있도록 한 후 열이 올라감에 따라 고통의 등급을 매겼다. 이 결과 참가자들이 명상을 하는 동안에는 단순히 눈을 감고 있을 때에 비해 고통의 강도가 40% 정도 덜 했고, 불쾌감도 57% 정도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하는 동안 대상자들의 뇌 이미지 영상에는 위치를 감지하거나 고통의 강도에 관여하는 뇌 부위의 활동은 둔화되고, 주의력과 감정통제 능력에 관계된 부위의 활동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 관련 연구에서는 대상자들이 명상을 실시한 후 매일 겪는 분노가 많게는 39%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대상자들이 명상을 하고 있는 동안 그들의 뇌를 스캔해 보니 사고와 감정, 걱정 조절 등에 관여하는 대뇌피질 영역이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이던 교수는 “이런 일련의 연구를 통해 명상을 하는 동안 고통과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뇌의 어느 부분과 연관된 것인지에 대해 더 나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며, “뇌가 스캔되는 동안 명상을 하도록 하면 원리적으로는 불교승려 같은 이들이 수천년 동안 명상에 대해 이야기해 온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던 교수와 웰스는 현재 두가지의 새로운 연구를 함께 시도하고 있다. 자이던 교수가 주도하는 한 분야는 마음을 모으는 명상이 어떻게 고통을 줄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지에 대해 좀더 정확한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고, 웰즈가 이끄는 다른 연구는 명상과 편두통에 대한 초기 연구를 더욱 많은 실험대상자에게 확대 적용해 심화하는 것이다. 자이던 교수는 “우리 연구는 명상이 행동에서나 두뇌활동에서 괄목할 만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 사람들에게 명상이 고통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제시한다”고 말하고, “명상이 어떻게 작용하며 구체적으로 무엇이 포함돼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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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4-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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