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평균 한 두개의 돌연변이 인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 돌연변이 인자들이 후대로 유전돼 만나면 심각한 유전성 질병이나 태아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유전학회 학술지 ‘유전학’(Genetics)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는 여러 가족들이 많은 세대를 이어옴으로써 세밀한 조사가 가능한 한 종교 공동체와 의학연구자들의 장기간에 걸친 협동 연구로 진행됐다.

주 저자인 주예 가오(Ziyue Gao) 미국 시카고대 연구원은 “이번 연구 기록들은 유전적 및 사회경제적 요인이 주는 영향들을 혼선 없이 반영하는 새로운 방법을 활용해 질병 돌연변이 보유자 비율을 평가하는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불임이나 유아기 사망을 초래하는 대부분의 유전 질환은 열성 돌연변이 인자에 기인하는데, 이 열성 돌연변이 인자는 염기서열이 변형된 것으로서 한 사람이 한 개만을 갖고 있을 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이 돌연변이 인자가 부모로부터 각각 하나씩 유전돼 두 개가 존재하게 되면 낭포성 섬유증 같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열성 질병 돌연변이는, 인자가 한 개만 있어도 위험한 다른 돌연변이에 비해 훨씬 흔한 편이다. 그 이유는 인자 한 개로도 위험한 돌연변이는 자연도태에 의해 제거되는 수가 많아 실제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이 열성 돌연변이는 정확하게 얼마나 많이 발견되는가.
그 수치를 측정하기 위한 이전의 연구들은 관련 인자를 가진 부모들에게서 태어난 어린이들이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가를 조사하는데 의존했다. 이 방법에 의하면 연구대상 가족에게서 유아사망률이나 발병률이 증가하면 열성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사회경제적 요인이 혼재돼 부정확했다.
예를 들면 어떤 지역에서는 가난하기 때문에 근친 간의 결혼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가족들이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고 의료 혜택도 못 받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발병률이나 사망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가오는 “이런 종류의 연구에는 연구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는 다른 여러 비유전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방법은 이런 문제점을 멋지게 비껴갔다. 무엇보다 연구 대상이 된 후터파(Hutterites) 교인집단 자체가 외부 사회로부터 독립적이며 내부적으로는 사회경제적 평준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터파는 1870년대 유럽에서 북미로 이주한 종교 공동체로 세밀한 가계도를 보존하고 있으며, 헬스케어나 식생활도 개인이나 가족 간 편차가 크지 않은 공동체 생활양식을 유지하고 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캐롤 오버 시카고대 연구원은 사우스 다코타 주에 거주하는 한 후터파 공동체와 20년 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는 생존해 있는 공동체 주민 1500명의 혈통을 13대까지 거슬러 추적할 수 있는 대단위 가계도를 활용해 유전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연구에 참여한 몰리 프르제보르스키 컬럼비아대 인구유전학자는 후터파의 가계도가 18~19세기에 살았던 이 집단의 창립자들에 의해 후대로 유전된 열성 질병 돌연변이의 숫자를 측정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계산은 캐롤 오버 연구팀과 다른 연구자들이 일정 인구집단에서 불임과 유아사망을 야기하는 질병의 발병 주기를 포괄적으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정보를 이용해 연구팀은 공동체 창립자들 가운데 각 5명마다 이런 종류의 돌연변이 인자가 대략 3개씩 존재한다는 계산을 해냈다. 그러나 그 수치는 단지 두 개의 돌연변이 인자를 가진 어린이가 적어도 출생시까지는 살아있다는 것을 전제로 계산된 것이었다. 연구팀은 태아 사망을 일으키는 열성 돌연변이의 추정 비율을 적용해 공동체 창립자들이 불임이나 유아 사망의 원인이 되는 열성 돌연변이를 대략 한개 혹은 두개 가지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자 가오는 “이 수치는 모든 인구집단이 가지고 있는 실제 평균치보다 낮을 것으로 생각되나올바르게 측정된 수치”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의 추정치와는 달리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을 배제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가오는 후터파 창립자들과 같은 고립된 인구집단은 일반적인 인구집단에 비해 해로운 열성 돌연변이 인자를 적게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일반적인 인구집단이 1인당 평균 1~2개보다 조금 더 많은 돌연변이 인자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성염색체에 있는 열성 돌연변이는 제외한 것이다.
그는 또 열성 질병 돌연변이 인자 수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 수치가 한 부부의 유전질환 전이를 예측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적인 통계를 볼 때 대부분의 유아사망은 유전질환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양부족이나 감염 같은 비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놀랍게도 인간의 열성 질병 돌연변이 추정치는 전체 유전자 수가 인간과 다른 초파리나 여러 물고기종들의 추정치와 유사하다. 가오는 “치명적인 열성 돌연변이 인자의 수가 유전적으로 거리가 먼 유기체들에서도 인간과 같이 비교적 일정하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아직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며, “이것은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흥미로운 진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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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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