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는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수시로 체내의 혈당을 점검하고, 점검 결과에 따라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등의 번거롭고 신경을 써야하는 과정은 과거에 비해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하루에도 몇 번 씩 점검하고 투여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슐린 공급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스스로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 ‘스마트 인슐린(Smart Insulin)’이 개발되어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스스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인슐린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임상시험을 거치게 된다면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 링크)
구조가 변경된 인슐린이 혈당을 스스로 조절
인슐린은 호르몬의 한 종류로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생체 내에 혈당이 올랐을 때 인슐린이 분비되고, 반대로 혈당이 내려갔을 때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면서 스스로 혈당의 균형이 조절된다.
그런데 주사로 맞는 인슐린의 분비는 이런 식으로 알아서 조절할 수가 없다. 일정량의 인슐린을 투여했을 때, 체내의 혈당 수준에 맞게 적당한 양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투여한 인슐린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인슐린을 적용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투여량이 부족하여 생기는 고혈당 문제나, 반대로 투여량이 과다해서 생기는 저혈당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오르게 되고, 운동을 하면 혈당이 낮아지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를 주사로 맞는 인슐린으로는 세밀하게 조절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인슐린 펌프처럼 인슐린 투여를 돕는 장치들이나, 인슐린의 지속성을 조절해주는 기술들이 개발되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인슐린 용량을 환자가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진전된 것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 유타대의 대니 추(Danny Chou)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Ins-PBA-F’라는 이름의 신개념 인슐린을 개발하여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인슐린은 혈당이 높을 때 선택적으로 활성화되어, 환자가 조절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혈당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 때문에 ‘스마트 인슐린’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새로운 인슐린은, 자연적인 인슐린에 페닐보론산(phenylboronic acid)이라는 화합물질을 결합시킨 것이다.
스마트 인슐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평상시에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일하게 작동을 하는 시점은 포도당이 페닐보론산에 결합할 때인데, 혈당이 높을 때 포도당과의 결합이 늘면서 인슐린 작용을 높인다. 반면에 혈당이 낮을 때는 포도당과 쉽게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슐린의 작용이 줄어들게 된다.
14시간 동안 자율 조절 성공
유타대 연구진은 개발된 스마트 인슐린을 가지고 동물실험에 착수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실험쥐에 이 스마트 인슐린을 적용한 결과, 14시간 동안 혈당을 성공적으로 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의 관계자는 “한 번의 주사만으로도 반복적이고 자동적인 혈당 강하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 인슐린은 정상 쥐와 마찬가지로 식사 후 혈당을 정상으로 돌리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의 주사제 인슐린보다 훨씬 효과가 빠르면서도, 장기간 효능이 지속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추 교수는 “스마트 인슐린은 당뇨병 치료에 커다란 발전”이라고 자평하면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지금 이 시간에도 수시로 혈당을 검사하여 인슐린을 주입해야 하지만, 스마트 인슐린을 사용할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시도했던 실험쥐 외에도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임상실험을 진행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하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을 2년 이후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획기적인 성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루 1~2회 정도의 인슐린 투여로 운동이나 식사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당뇨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스마트 인슐린 외에도 미국에서는 혁신적인 당뇨병 치료기술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인슐린 베타세포 외부배양 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 사이언스가 꼽은 ‘2014년 한해를 빛나게 해준 10대 과학기술연구’에 선정되기도 한 이 기술은, 현재 하버드 의대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 대학의 관계자는 지난해 말 보도자료를 통해 줄기세포를 베타세포(Beta Cell)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타세포란 췌장 내에서 인슐린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세포다. 과거 다른 연구자들이 베타세포의 전 단계까지 줄기세포를 분화시킨 적은 있지만,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만든 것은 하버드대의 경우가 처음이다.
당뇨병은 자가 면역반응의 이상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 생산이 부족해지는 경우에 발생하기 때문에, 베타세포를 외부에서 대량 배양하여 원래의 췌장 기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하버드대가 밝힌 연구 목표다.
기존의 치료방법들은 베타세포 자체를 개선하기 보다는, 부족한 인슐린을 채워 넣기 위해서 인슐린 주사를 직접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근본적인 치료로 보기 힘들고, 무엇보다 저혈당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시방편적인 성격이 강했다.
반면에 하버드대가 개발 중인 기술은 기존 치료방식의 부작용을 피해,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방식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외부에서 베타세포를 배양하여 이식하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기존 치료들과는 차원이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연구진이 시도했던 동물실험의 결과를 살펴보면, 외부에서 배양한 베타세포를 당뇨병 걸린 실험쥐에게 이식하자 2주 만에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의 관계자는 “동물실험에서 거둔 탁월한 효과로 인해 검증 기간이 짧아질 수도 있다”라고 예상하며 “그렇게 된다면 머지않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5-03-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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