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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5-02-23

타액 검사로 질환 진단한다 자폐아, 췌장암, 10대 남성 우울증 진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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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액(침)은 상당히 많은 일을 한다. 음식을 삼킬 때 마찰이 줄도록 입 안에서 음식물을 부드럽게 만드는데 일조하며, 감염에 저항하는 몇 가지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감염 물질에 직접적으로 접촉하여 방어 작용을 하기도 한다. 맛을 느끼게 하는 것 역시 타액이 하는 일 중에 하나이다.

타액은 단순히 소화에 도움이 되거나, 감염을 방어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아주 적은 양의 타액으로도 다양한 질환을 검사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타액 검사로 자폐 아동을 진단하거나, 10대 남성의 우울증을 예측할 수 있기도 하다. 췌장암 여부 역시 알 수 있다.

지금까지는 타액과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연구가 이뤄진다고 해도 주로 소화와 관련된 분야에서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제는 간단한 타액 검사를 통해 복잡한 질환을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2월, 간단한 타액검사를 통해 10대 남성의 우울증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전까지 타액 검사와 같은 신체내 지표를 이용하여 우울증을 진단하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특히 관심을 받았다.

타액 검사를 통해 10대 남성의 우울증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 코르티솔 수치가 남성과 여성에 있어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인데, 이를 통해 조기에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ScienceTimes
타액 검사를 통해 10대 남성의 우울증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 코르티솔 수치가 남성과 여성에 있어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인데, 이를 통해 조기에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ScienceTimes

매튜 오웬(Matthew Owens) 캠브리지대학(University of Cambridge, UK) 교수팀은 향수 소아청소년 남성들의 성인 우울증 발생여부를 미리 예측하는데 침 속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12~19세 사이 남성 1858명을 대상으로 타액을 수집하였다. (원문링크)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바로 코르티솔(cortisol) 수치이다. 코르티솔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분비되는 일종의 스트레스 호르몬인데,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즉, 코르티솔 수치가 높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에 참가한 대상자의 타액을 분석하였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기분장애 설문지 작성을 통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우울 증상을 알아보고 향후 3년까지의 정신병력도 추가적으로 조사하였다. 단순히 신체적인 상태만 알아본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정신상태도 함께 알아본 것이다.

분석한 결과, 경미한 우울 증세와 높은 코르티솔 수치를 기록한 남성은 이 수치가 정상 또는 낮은 남성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14배 증가하였다. 여성의 경우에는 남성보다는 높은 수치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역시 높은 코르티솔 수치를 보인 환자가 우울증 유병률이 4배 높게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이 차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코르티솔이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기반으로 임상에서 10대 여성의 우울증을 미리 진단하는데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타액 검사를 통해 10대 남성의 우울증 유병률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향후 이들의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전문의들도 우울증을 진단하는데 있어 보다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전문의들 역시 우울증을 진단하는 방법은 대부분 환자와의 상담이었기 때문이다.

타액 검사로 자폐아 진단할 수 있어

지금까지 자폐아 검사의 가장 간단한 방법은 16~24개월 유아를 대상으로 유아 자폐검사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켈리 웜우드(Kelly L. Wormwood) 교수를 비롯한 클락슨 대학교(Clarkson University, USA)와 뉴욕 주립대학(State University of NY, USA) 연구팀은 간단한 타액 검사로 자폐아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원문링크)

이들은 자폐아가 정상아에 비해 타액에 들어있는 특정 단백질의 수치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착안하여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6~16세 사이 자폐아 6명과 정상아 6명을 대상으로 타액 속 단백질을 비교분석하였다. 여기에는 질량분석법(mass spectrometry)가 이용되었다.

분석한 결과, 자폐아는 9가지 단백질이 정상아보다 훨씬 많게 나타났으며, 3가지 단백질은 적거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백질은 면역 반응과 관련된 기능을 수행하는데, 위장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 수치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연구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타액 속 단백질 표지로 자폐아와 정상아를 구분할 수 있다는 첫번째 연구결과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분자유전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자폐아 검사의 생물학적 진단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단순히 타액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에서는 소변 검사를 통해 자폐증을 진단하기도 하며 미국에서는 3D 스캐닝으로 자폐증의 전조증상을 찾아내기도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아동의 자폐증 조기 진단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보다 빠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췌장암 여부도 타액 검사로 알 수 있어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췌장암은 복부 초음파,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 촬영 등 다양한 진단을 통해 내려지게 된다.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타액 속의 특정한 박테리아를 통해 췌장암의 진단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페드로 토레스(Pedro Torres) 샌디에고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USA) 박사 연구팀은 췌장암을 앓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타액에 특정한 종류의 박테리아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구팀은 63명의 여성과 68명의 남성의 타액을 비교분석하였다. (관련링크)

조사 대상자 중 췌장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14명이고, 비종양성 췌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13명, 다른 형태의 암에 걸린 사람은 22명이었고 나머지 10명은 건강한 성인이었다. 이들의 타액 속에 있는 다양한 박테리아를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 특정 박테리아의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췌장암 환자는 다른 성인에 비해 타액에서 장선상균(Leptotrichia)와 캄필로박터(Campylobacter)의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트레포네마(Treponema), 베이요넬라(Veillonella)의 수치는 매우 적게 나타났다. 특정 박테리아의 수치가 비교적 높거나 낮게 나타난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췌장암은 진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췌장암의 증상은 치료할 수 없을 상태가 된 후에도 발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질환 중 하나인데, 진단 당시 진행암인 경우가 많으며 소화기암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불량해 진단 후 1년 이내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에 속하기도 하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췌장암을 일으키는 특정 박테리아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는 곧 타액 검사를 통해 췌장암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진단이 어려운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5-0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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