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식품 첨가물 중에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첨가물은 나트륨과 당류(糖類)다. 나트륨은 고혈압 및 심혈관 질환을 발생시키고, 당류는 비만과 당뇨를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두 성분 모두 온갖 형태의 만성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킨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두 성분의 차이점도 있다. 나트륨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나트륨 권장량은 2000밀리그램(mg)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당류에 대한 규제는 기준치가 제각각이라 국가별로 상당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당류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당류 중에서도 특히 과당(fructose)이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발표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당은 설탕보다 저렴하면서도 당도는 높아
미 농무부(USDA)에서 지난 2010년에 배포한 ‘미국인을 위한 음식 섭취 지침’에는 하루 칼로리 섭취에서 과당이 차지하는 비중을 ‘19퍼센트(%)까지 허용할 수 있다’라고 언급한 반면, 미 국립과학아카데미 소속 의학 연구소(IOM)의 자료에는 ‘25퍼센트까지 허용한다’라고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경우는 나트륨 함량에 대해 까다로운 주문을 한 것처럼, 과당의 함량에 대해서도 10퍼센트라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심지어 ‘가장 건강에 이상적인 과당 섭취 함량은 5퍼센트 이하’라는 견해를 권고사항으로 밝히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건강관련 기관에 따라 과당 함량의 기준치가 제 각각이어서, 어느 기관의 발표가 가장 정확한 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과당의 어떤 성분이 문제가 돼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일까?
과당은 설탕보다 달지만 제조원가가 싸고 가공이 용이해 국내외 식품업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단 맛을 내는 것은 둘 다 비슷하지만 과당과 설탕은 태생이 다르다. 설탕이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생산되는 것과 달리 과당은 옥수수에서 추출해낸다. 또한 과당은 설탕보다도 체내 흡수가 더 빠르고, 단맛도 1.4배 정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하루 동안 섭취하는 칼로리 중 과당의 함량이 5퍼센트(%) 미만이 될 경우, 조기 사망을 일으키는 질병 및 당뇨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보도하여 세계보건기구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관련 링크)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구결과는 미 세인트루크 아메리카심장연구소의 제임스 디니코라토니(James DiNicolantonio) 박사와 연구진이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과당이 제 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발표하면서, 과당의 섭취량을 지금보다 더 엄격히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제 2형 당뇨병이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당뇨병으로서, 신체 세포들이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이 떨어질 때 발생한다. 운동이나 식이요법, 그리고 기타 약물요법 등으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반면에 제 1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세포가 파괴되어 발생하는 당뇨병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부족해진 인슐린을 몸속으로 투여해 주어야만 하기 때문에,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이라고 부르며 소아에서 주로 발생한다.
디니코라토니 박사와 연구진은 그동안 당분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들 연구진은 동물 실험을 통해 고혈압 및 심혈관질환에 해를 끼치는 주범이 많이 알려져 있는 소금이 아니라 설탕이기 때문에 당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당뇨 환자나 당뇨 전 단계에 놓여있는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80년의 당뇨 환자가 대략 1억 5300만 명 정도였던 반면에, 2008년에는 3억 4700만 명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3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당뇨 환자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고령 인구가 늘어났고, 점차로 경제 수준이 올라간 국가의 국민들이 병원을 빈번하게 활용하면서 진단율이 높아진 것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들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원인으로, 높은 칼로리를 가진 식단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것을 들고 있다. 특히 칼로리가 높은 패스트푸드와 당분이 듬뿍 첨가되어 있는 탄산음료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현재 2900만 명의 당뇨 환자가 존재하는데, 이는 인구 열한명 중 한명 꼴로 당뇨 환자가 있는 셈이다. 또한 언제든지 당뇨환자로 발전할 수 있는 당뇨 전 단계의 인구가 8900만 명에 달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비싼 의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들 때문에 국내에서도 당분 섭취 기준치를 하루 빨리 정해 소비자들이 적정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사정에 맞춘 당류 섭취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의약안전처의 관계자도 “한국인의 전체 당분 섭취량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고 전하면서 “아직은 관련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지만, 이를 보완하면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현재의 가공식품 표시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식품 포장에 표시돼있는 당류의 양은 그램(g)으로만 표시되어 있어, 하루 권장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당분의 함량을 줄이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특히 강한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과당의 사용을 줄이는 것은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탄산음료나 각종 디저트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반발은 물론, 해당 음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쉽게 식생활 습관을 바꾸려고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의견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종류를 떠나 당분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설탕이든 과당이든 당분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최근 발병률이 크게 증가한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당이 많이 들어간 가공 식품 대신 과일이나 채소 같은 자연 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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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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