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의 발전과 함께 뇌수술도 크게 발전하였다. 사실 뇌를 수술한다는 것은 상당히 발전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뇌는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에 속하며, 신체의 각 부분을 통솔하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두터운 뼈 속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뇌 수술이 근대에 들어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뇌 수술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최근 약 3600년 전, 중국에서 뇌수술이 이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주 홍(Zhu Hong) 지린대학(欢迎光临吉林大学)교수의 연구이다. (관련링크)
연구팀은 과거 신장(新疆) 위구르(ئۇيغۇر) 자치구 샤오허 무덤에서 100여구의 미라를 발견하였고, 그 가운데서 4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한 미라에서 뇌 수술의 흔적을 발견하였다. 놀라운 것은 뇌수술을 받은 후에도 최소 한 달 이상은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뇌 수술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미라 두개골에 남은 지름 50밀리미터(mm)의 구멍으로 확인되었다. 당시 수술을 진행한 의료인은 두개골을 여는 초기 형태의 개두술(開頭術)을 진행하여, 머리의 일부 뼈를 제거하였다. 문제는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뇌수술을 '왜' 했는가이다.
연구팀은 아마도 정신병, 간질성 발작, 두통 등을 치료하고자 수술을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인류의 뇌 수술은 동굴 벽화에도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의료행위이다. 중국에서 발견된 미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뇌수술 흔적이 남아있는 미라가 있다.
이 여성의 미라는 뇌수술 외에도 외상을 치료한 흔적이 함께 남아 있었다. 이는 당시 의학 수준이 상당히 높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현재와 같은 정교한 수술도구, 마취 기술, 살균 시설 등이 미비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뇌수술이기 때문에 상당히 놀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정신질환을 뇌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근대에도 이어졌다. 1935년 11월 12일 리스본에 있는 산타 말타 병원에서 이뤄진 최초의 근대적 뇌 수술 역시 뇌 정신 질환을 위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믿음이 아닌 실제로 치료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뤄진 의료행위이다.
2300년 전에도 고난도 뇌수술 진행한 바 있어
고난도 뇌 수술은 이 이후에도 계속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유골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2300년 전 뇌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유골 2구가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유골 2구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부 절개술의 흔적으로 보고 있다. (관련링크)
약 2300년 전 사망한 고대 파지리크(Pazyryk)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골들 중 한 구는 30대 여성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은 수술을 받는 도중 또는 수술을 받은 직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두부 절개술은 머리에 구멍을 뚫어 질병을 치료하는 수술인데, 합병증 때문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수술이기도 하다.
유골을 연구한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Росси́йская акаде́мия нау́к) 고고학협회 관계자는 19세기 중반에 두부 절개술을 받고 살아남은 환자들은 10퍼센트(%) 남짓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였다. 두부 절개술이 그만큼 위험한 수술에 속했으며, 매우 심가한 뇌 손상을 입었을 때에만 실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유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3D 기술을 이용, 두부 절개술을 받은 두개골을 정밀 분석하고 당시 과정을 재현하는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 오늘날에도 두부 절개술은 매우 진보한 신경외과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다년간의 연습과 방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2300년 전 당시에도 현재와 비슷할 정도로 상당히 의학 기술이 발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마도 파지리크족은 고대 그리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의 의서와 자료를 접하고, 이에 대한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번에 발견한 2300년 전 유골 2구에 있는 뇌수술은 흔적은 뇌수술 역사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00년 전 남미 고대인들도 뇌수술 진행
흥미로운 것은 잉카제국이 생기기 전인 700~1200년 경 번성했던 와리 문명(Cultura huari)에서도 놀라운 수준의 뇌 수술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다니엘 쿠린(Danielle Kurin)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박사팀이 이와 관련된 연구를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와리 문명은 서기 700년 경, 페루의 중부 산악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문명이다. 중부 해안 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전체를 통일한 최초의 대제국이지만, 1100년 무렵부터 쇠퇴하기 시작했으며, 1200년 경 알 수 없는 이유로 멸망하였다.
연구팀은 페루 지방의 도시 안다우아일라스(Andahuaylas) 지역에서 발굴한 32구의 유골을 분석하였다. 이 유골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바로 뇌 수술의 흔적이다. 물론 이들 문명이 발달했다고는 해도, 지금과 같은 살균 시설이나 정교한 수술도구, 마취 기술들은 미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수술을 집도한 사람은 머리에 작은 구멍을 뚫는 '천두술'로 환자를 치료한 것으로 보인다. 천두술(burr hole opening)은 특수한 추를 사용하여 두개에 작은 구멍을 뚫는 조작으로, 신경외과 수술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수술로 통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와 같은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들이 완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머리에 구멍을 뚫는 충격을 가하게 되면 뇌가 위험하게 부풀어 오르거나, 신경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당시 와리 문명인들은 오늘날 의사들이 하는 방법과는 조금 다른 기술로 수술을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외과 수술의 실패로 사망한 시신은 의학 용도로 기증되어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와리 문명인들은 뇌 수술 뿐만 아니라, 심장 등 다른 외과 영역에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연구를 통해 뇌 수술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과 비교해봤을 때, 상당히 열악한 환경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들의 의학 기술은 실로 대단했다는 점도 추정해볼 수 있다. 현대의학기술의 발달로 뇌 수술이 이어진 것이 아니라, 현대에 이르러 보다 정교하게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5-0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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