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인 남모(47)씨는 새해를 맞아 20년간 피워온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다. 남씨는 “담뱃값도 너무 많이 오르고, 금연 구역도 갈수록 늘어나 이참에 금연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런 결심도 작심삼일, 남씨는 얼마 전 부터 다시 담배에 손을 대고 있다. “직장 초년병 시절부터 매일 반 갑 이상 피워온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하며 “니코틴 패치 같은 금연 보조제를 사용해 봤고, 금연학교도 다녀 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씨처럼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흡연자들은 이미 니코틴에 중독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하는 경우 성공률이 3~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에 근거하여 니코틴 백신이나 약물 요법을 병행한다면, 금연 성공률을 훨씬 높일 수 있다.
기존 니코틴 백신의 부작용 제거한 새로운 기전
신기술 전문 매체인 기즈맥(gizmag)은 항체를 생산하여 니코틴 중독을 치료함으로써 금연자들의 면역체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전하면서, 기존의 니코틴 백신이 가지고 있던 부작용을 없앤 새로운 백신이 금단 증상으로 고생하는 금연을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관련 링크)
지금까지의 니코틴 백신은 니코틴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여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하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합텐(haptens)이라 불리는 니코틴 유사물질을, 크기가 더 큰 운반 단백질과 결합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성된 항체는 니코틴 분자에 결합한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항니코틴 항체들이 니코틴 분자들과 결합하여 중추신경계 진입 및 뇌 도달을 차단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까지 개발된 니코틴 백신들의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이 같은 기전의 백신은 뇌가 더 이상 니코틴에 반응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흡연욕구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다양한 금단증상들을 수반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확실한 효과가 있는 예방약으로 불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기존의 니코틴 백신들은 두 가지 형태의 니코틴 가운데 한 가지 유형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전체 흡연자들 중에서 약 30퍼센트 정도만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백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있었다.
미국의 항체 전문 연구기관인 스크립스(Scripps) 연구소의 킴 잰더(Kim Janda) 박사와 연구진은 기존 니코틴 백신의 이런 문제에 주목했다. 잰더 교수는 “니코틴은 마치 거울에 비친 이미지처럼 우형(right-handed version)과 좌형(left-handed version)의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고 밝히며 “이 중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의 99퍼센트가 좌형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개발된 니코틴 백신은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항체 형성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크립스 연구진은 좌형 니코틴 합텐에만 작용해 훨씬 강력한 항체반응을 이끌어 내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으로 연구개발의 방향을 수정했다. 그리고 좌형 및 우형이 50 대 50으로 복합된 니코틴부터 시작하여, 순수 우형 니코틴 또는 순수 좌형 니코틴을 추가로 준비했다.
이어서 연구진은 좌형 니코틴에 최적화된 백신을 투여한 실험용 쥐에서 훨씬 효과적인 면역반응이 유도되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좌형 니코틴에 최적화된 백신을 투여한 그룹에서 형성된 항체들의 수치가 우형 니코틴 백신을 투여한 그룹에 비해 4배나 높게 나타난 것이다. 반면에 50 대 50 유형의 복합 니코틴 백신인 경우에는 항체 형성을 촉진한 효과가 좌형 니코틴 백신의 60퍼센트 수준에 그쳤다.
잰더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미래의 니코틴 백신 개발이 좌형 니코틴 유형을 중심으로 이루어 저야 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코카인이나 헤로인 등의 의존성 약물들에 대항하는 백신을 개발할 때도 주로 사용되는 유형의 분자물질을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니코틴 대사 정도에 따른 맞춤형 약물 치료
스크립스 연구소가 새로운 기전의 니코틴 백신으로 금연 관련 기술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사이, 미 펜실베니아대의 연구진은 니코틴의 대사(metabolism) 정도에 따른 맞춤형 약물 치료법으로 금연을 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니코틴이 정상적으로 대사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경구용 약물인 바레니클린(varenicline)을 이용했을 때 니코틴 패치보다 금연 상태를 현저히 많이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천천히 대사가 진행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니코틴 패치에서 더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금연 약물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바레니클린은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여 흡연 욕구를 줄여주고 니코틴 금단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또한 담배를 다시 피워도 끊기 전과 같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바레니클린은 현재까지 개발된 금연보조제 중에서 가장 높은 금연 성공률을 보이는 약물이다.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바레니클린이 금연하려는 사람들에게 니코틴 패치보다 효과적이었지만, 약물과 관련된 총체적인 부작용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펜실베니아대 정신의학과의 교수인 캐린 레먼(Caryn Lerman) 박사는 “이번 결과는 흡연자들이 니코틴을 대사하는 비율에 기초한 치료법이 금연 성공률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레먼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니코틴 대사가 천천히 진행되는 사람과 빠르게 진행되는 사람의 차이는 금연을 시작한 후에 니코틴이 신체에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에 달려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대사가 정상인 흡연자들은 니코틴 수치가 보다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에 굴복하여 다시 담배를 피우기 쉽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레먼 박사는 “바레니클린은 흡연자들의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의 수치를 높이는 약물”이라고 소개하며 “이 같은 약물의 도움으로 흡연에 대한 욕망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레니클린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이다. 이 외에도 드물지만 변비, 복부팽만, 수면장애, 자살 충동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의 관계자는 “이 약을 복용하는 중에 불안초조, 우울증, 자살에 대한 생각이나 자살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는 즉시 복용을 중지하고 담당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에는 금연을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니코틴 대체요법도 성행하고 있다. 이 요법은 금연 후 생기는 금단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담배의 유해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순수 니코틴을 외부에서 공급해주는 방법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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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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