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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1-14

두경부암, 맞춤형 치료길 열리나 [인터뷰] 조병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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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7위의 발병률을 보이고 있는 두경부암(head and neck cancer). 두경부란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 사이를 일컫는 용어로 두경부암은 바로 이 부위의 신체기관인 비강, 부비강, 혀, 입, 연구개, 후두 등에서 발생하는 암을 지칭한다.

국내 두경부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3000여 명으로, 그 중 2/3의 환자가 국소진행성 병기에서 진단을 받고, 10% 환자가 진단 당시 전이성 병변을 지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소 진행성 병기를 가진 환자의 30% 정도는 대부분 2~3년 내에 재발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이 재발성 두경부암 환자는 고식적인 항암 치료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효과적인 항암제가 없는 현실에서 1년 이내로 보고되고 있다.

조병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 조병철
조병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 조병철

표적 치료제 반응 예측인자 찾다

그동안 전이성 두경부암의 치료방법은 백금계 항암치료가 대부분이었다. 치료 효과도 길어봤자 수개월 지속되는데 불과했기에 보다 효과적인 치료방법의 개발인 절실한 상황이었다. 백금계 항암제의 치료도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지만 이 마저도 실패한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의 경우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던 것이다.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난치성 두경부암을 대상으로 한 표적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두경부암의 표적치료제인 EGFR 억제제의 반응 예측인자를 규명해 내 주목을 받고 있다. 조병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팀이 해당 연구를 진행, 향후 난치성 두경부암에 대한 맞춤형 표적 치료제 개발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EGFR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로, 고형암에서 흔하게 과발현 되거나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는 종양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용체다. EGFR 억제제는 이러한 수용체를 억제하는 인자로써 그동안 연구된 표적치료제로는 얼비투스와 이레사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치료제는 반응률이 10% 내외에 그칠 뿐이었다.

"EGFR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로, 여기서 상피세포 성장인자는 우리 몸 속 성장 세포들의 성장과 분화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즉, EGFR은 우리 몸의 정상세포라면 모두 발현을 하고 있는 인자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두경부암을 포함해 많은 암세포에서 이것이 과다 발현 혹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90% 정도의 암세포에서 EGFR이 과발현 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때문에 십 수 년 전부터 EGFR을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가 많이 연구되고 있는 상황이었죠."

조병철 교수팀은 EGFR 억제제 다코미티닙을 49명의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에게 투여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치료 반응률은 20.8%를 보였으며 평균 무진행 생존 기간은 3.9개월로 향상됐다. 이를 토대로 치료효과를 보이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예측인자를 찾고자 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난치성 두경부암에서 다코미티닙 치료효과에 PI3K 시그널 돌연변이 및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규명할 수 있었다. PI3K는 많은 고형암에서 활성화 돼 있는 신호 경로로 암의 생존과 성장, 전이 및 항암제 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경우 이것이 발현하면 암의 발병과 관련이 깊고 암의   성장과 생존을 도울 뿐 아니라 전이를 촉진한다.

"실제로 전체 생존율에서도 PI3K 돌연변이가 없거나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낮게 발현된 환자 군은 생존 기간이 6.4개월 이상 길었습니다. PI3K 시그널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 군이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 군보다 다코미티닙에 대한 반응률(24% 대 0%)과 무진행 생존기간(4.9개월 대 2.9개월)이 향상됐습니다."

차세대 시퀀싱 분석으로 얻은 연구결과

 

PI3K 시그날 신호 경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생존 곡선 ⓒ 한국연구재단
PI3K 시그날 신호 경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생존 곡선 ⓒ 한국연구재단

 

해당 연구결과는 앞으로 PI3K 시그널 돌연변이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에 다코미티닙 등을 사용하기 위한 예측인자로 활용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1세대 EGFR 억제제인 얼비툭스 등은 폐암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폐암의 경우 표적치료제에 대한 예측인자가 점차 많이 밝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상용화도 진행되고 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두경부암의 경우 예측인자가 없었죠. 헌데 이 예측인자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모를 경우 어떤 환자가 더 많은 효과를 볼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표적치료제의 장단점이 존재하긴 하죠. 장점은 기존 치료제에 비해 독성이 덜하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바이오마커(표적치료제)를 모를 경우 10명의 환자 중 많아야 1~2명의 환자에게서만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가의 항암제인데 10명 중 고작 1~2명의 반응만 볼 수 있다면 임상 활용이 어렵죠. 때문에 이번 연구가 중요했던 것입니다."

조병철 교수팀의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여겨볼 사항은 차세대 시퀀싱 분석기법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다코미티닙으로 치료받은 49명 환자의 종양 조직과 혈액을 이용해 유전자 돌연변이, 유전자 증폭, 단백질 발현양을 분석하고 환자의 종양 반응과 연관성을 살펴봤다. 이후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 최초로 얻어진 시료를 이용해 차세대 시퀀싱과 나노스트링, 면역 염색 및 ELISA등 통합분석법(Multi-Omics)을 적용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그동안 진행된 연구들은 대부분 간단한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면역력 염색이나 특정 유전자를 시퀀싱 하는 정도였죠. 아마 이번 차세대 시퀀싱 분석기법은 저희가 최초로 두경부암에 적용한 게 아닌가 싶어요. 이를 통해 염기서열을 분석해 2세대 치료제에 대한 예측인자를 발굴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고 할 수 있겠죠."

시퀀싱 분석기법이 중요하지만 그동안 난치성 두경부암에서 고효율 분석법을 이용한 종합적인 바이오마커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여러 기관의 임상 연구에서 종양 시료를 구하기 어려웠고 차세대 시퀀싱 등 통합분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적은 종양 시료에서 여러 분석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움 등 난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병철 교수팀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두경부암 분과의 적극적인 연구 참여로 산‧학‧연간의 적극적인 공동 연구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그동안 언급된 어려움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연세암병원의 주도로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두경부암 분과 소속의 국내 병원에서 다기관 임상 연구가 진행됐으며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연구는 많은 기관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울 수 있었습니다. 한 목표를 향해 여러 기관이 합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만든다는 목적 하나로 마음을 합해 주셨기에 보다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무려 9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어요."

여기에 더해 조병철 교수팀이 2010년도 경 미국의 제약회사인 파이저(Pfizer Inc.)부터 약재를 무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서 연구는 더욱 가속도를 낼 수 있었다. 사실 두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1, 2위의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임상연구 제재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일을 많지 않다. 무엇보다 기업에 이윤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병철 교수팀의 연구력을 믿고 지원이 이뤄졌으며, 이는 동양권 최초의 사례다.

"그렇다 해도 연구과정은 쉽지 않았어료(웃음). 다기관 연구인데다가, 각각의 연구자들이 환자로부터 동의를 얻고 조직을 보내줘야 했어요. 뿐만 아니라 그 조직을 얻는 방법이 수술이 아닌 바이옵시(Biopsy, 환자의 병이 있는 부위의 조직을 약간 잘라내 직접 눈이나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 였기 때문에 더 까다로웠습니다. 수술조직이라면 수술할 때 얻을 수 있으니 사이즈도 크지만, 바이옵시의 경우 조직이 매우 작아요. 밀리미터(mm) 단위에 불과하죠. 이 작은 조직으로 실험을 하기 때문에 조직량을 매우 아껴서 실험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더 어려웠죠. 테스트 결과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정말 가슴을 졸였습니다. 한 번 실패하면 그 조직을 다시 얻을 수도 없으니까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얻은 값진 성과를 거둔 만큼 조병철 교수는 앞으로 해당 연구를 더욱 심화시키고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제약회사 뿐 아니라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와 손을 잡고 난치성 두경부암에 대한 치료를 더욱 현실화 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두경부암에만 연구가 그치는 게 아닌, EGFR 억제제가 테스트 돼야 하는 식도암과 췌장암 등의 예측인자를 찾는 연구도 계속 진행하고 싶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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