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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5-01-07

벌집에 발모 촉진 성분이 들어 있다? 프로폴리스, 항염증‧탈모 치료 기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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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빠져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새해가 희망의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벌집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플로폴리스(Propolis)가 탈모를 치료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기 때문이다.

프로폴리스는 꿀벌이 식물로부터 수집하는 수지질의 혼합물이다 ⓒ Wikipedia
프로폴리스는 꿀벌이 식물로부터 수집하는 수지질의 혼합물이다 ⓒ Wikipedia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일본의 과학자들이 그동안 항염증 성분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프로폴리스가 탈모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졌다고 보도하면서, 특히 염증에 의한 탈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 링크)

염증에 의한 탈모에 도움 주는 프로폴리스

탈모는 전 세계 수천만 명의 남성과 여성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동양인들은 5만~7만개 정도의 머리카락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의 수가 100개가 넘으면 탈모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정상인의 머리카락은 하루에 약 50~70개 정도 빠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12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탈모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수를 조사한 결과, 2007년 16만 명에서 2011년에는 19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탈모 치료에는 프로페시아(Propecia)와 로게인(Rogaine) 등의 약물이 이용되고 있다. 프로페시아는 원래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였고, 로게인은 고혈압 치료제였지만 발모를 촉진하는 부작용이 발견되어 현재는 탈모 치료제로도 이용되고 있다.

홋카이도대의 실험과정 개요도 ⓒ hokudai.ac.jp
홋카이도대의 실험과정 개요도 ⓒ hokudai.ac.jp

하지만 발모를 촉진하는 두 약물의 분자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모든 탈모 환자들에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지금도 효과적인 약물을 찾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의 프로폴리스 연구는 지금까지의 탈모 치료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끌고 있는 홋카이도대의 켄 코바야시(Ken Kobayashi) 교수는 “프로폴리스가 염증에 의한 탈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꿀벌이 벌집에 구멍을 붙일 때 사용하는 프로폴리스의 소염 특성은 새로울 것이 없다. 심지어 고대인들도 프로폴리스를 상처 치료에 사용했으며, 현대에서 와서는 화상이나 여드름, 그리고 종양 치료 등에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폴리스가 탈모를 막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 같은 효과를 연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코바야시 교수는 “머리카락이 성장하려면 머리의 상피 조직 세포가 활발하게 증식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염증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프로폴리스의 활용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호르몬에 의한 남성형 탈모에는 효과 없어

코바야시 교수와 연구진은 우선 실험용 쥐의 일정한 부위를 면도하여 체모를 제거했다. 그리고 해당 부위에 프로폴리스 추출물을 발라 나타나는 증상을 관찰하였다. 실험에 사용된 프로폴리스 추출물은 에탄올을 사용하여 추출한 것으로서, 카페인산(caffeic acid)과 캠퍼롤(kaempferol) 등의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들을 함유시켰다.

관찰 결과 프로폴리스를 바른 쥐의 체모가 바르지 않았던 대조그룹에 비해 훨씬 빠르게 진행되었음이 눈에 띄었다. 특히 프로폴리스 추출물은 마우스의 등에서 발모 생장기(anagen)를 유도시킨 것으로 파악되었다.

코바야시 교수는 “프로폴리스 추출물은 모낭 구조에 이상을 유발시키지 않으면서도, 돌출부의 줄기세포나 털망울(hair bulb)의 기질 등을 활성화시켜서 발모 생장기를 유도했다”고 전하며 “프로폴리스가 체모 케라틴세포들의 증식을 유도하여 발모를 촉진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연구진의 한 관계자도 “털을 밀은 쥐가 비록 대머리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만을 놓고 볼 때, 우리 연구진은 프로폴리스가 머리를 자라게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 외에도 프로폴리스를 바른 쥐들의 모낭과 줄기세포는 바르지 않은 쥐들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모낭은 체모를 만드는 피부기관이고, 줄기세포는 체모로 자랄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프로폴리스는 원형탈모증같은 염증성 탈모에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원형탈모증협회
프로폴리스는 원형탈모증같은 염증성 탈모에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원형탈모증협회

이 같은 일련의 실험과정을 거치며 연구진은 프로폴리스의 항염증작용이 탈모 증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대부분의 탈모 증상이 염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피부과학 아카데미 회원이자 피부과 전문의인 조 다이아나 드랠로스(Zoe Diana Draelos) 박사는 “머리가 빠진 사람 모두가 벌집을 자신의 마리에 문지르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며 “프로폴리스의 소염 특성이 남성형 탈모에는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드랠로스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들이 탈모가 시작되는 까닭은, 특히 남성의 경우, 사춘기에 분비되는 스테로이드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두피 윗부분의 모낭 일부를 막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드랠로스 박사는 “호르몬에 의한 탈모는 염증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밝히며 “염증이 머리카락에 손상을 입히려면 특별한 의학적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 조건들이란 원형 탈모증 같은 질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드랠로스 박사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프로폴리스가 원형 탈모증 같은 염증성 탈모에 효과적인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쥐와 사람의 피부가 다른 만큼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현재 프로폴리스가 염증이 있는 모낭에 미치는 효과를 시험관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임상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코바야시 교수는 “프로폴리스는 부작용이 없는 천연 재료”라고 말하며 “향후 프로폴리스와 미녹시딜을 함께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0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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