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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1-05

만능줄기세포의 비밀을 풀다 [인터뷰] 서정선 서울대의대 유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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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피부세포 등 모두 성장한 체세포에 세포 분화 관련 유전자를 가해 줄기세포 성질을 갖도록 유도한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줄기세포 연구 컨소시엄이 체세포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역분화하는 과정의 비밀을 밝혀냈다.

DNA 탈메틸화, 핵심적인 후성유전학적 스위치

서정선 서울대의대 유전체연구소장 ⓒ 서정선
서정선 서울대의대 유전체연구소장 ⓒ 서정선

서울대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소장 서정선 교수)가 iPSC 생성 기전 규명을 위한 다국적 연구컨소시엄인 '프로젝트 그란디오스(Project Grandiose)’와 연구를 진행, 체세포가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 되는 과정에서 DNA 탈메틸화(demethylation)가 핵심적인 후성유전학적 스위치(epigenetic switch)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그란디오스는 캐나다 토론토대 안드라스 나지 교수팀을 중심으로 구성된 연구팀으로 서울대와 호주, 네덜란드 등 총 4개국 47명의 연구원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이다. 2010년부터 체세포가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서울의대 연구팀은 차세대 유전체 분석기술을 통해 염기별 메틸화 수준을 측정, 전분화성 유전자들의 발현 조절이 탈메틸화 스위치에 의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희 연구팀은 이번 논문을 통해 DNA 메틸화가 역분화 전 과정에 걸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DNA의 탈메틸화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역분화의 스위치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후성유전체에 의한 유전자의 정교한 조작은 히스톤 단백질의 변화에 의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정교한 조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DNA 탈메틸화가 선행돼야 하죠. 결국 역분화를 시키는 데에 있어 전능성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프로모터부위의 DNA 탈메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30억 개 염기의 전반에 걸쳐 각 염기 하나 하나의 메틸화를 측정한 후 역분화 과정에서 변화를 나타내는 지역 7,890개를 선정해 양상을 관찰함으로써 가능했습니다."

연구팀은 후성유전체학적 접근법을 위한 'MethylC-seq', 'ChIP-seq', 'RNA-Seq' 등 핵심적인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기술은 마크로젠과의 공동연구로 수행했다. 이로써 초기 역분화 단계에서는 전사인자 결합 부위에 대한 좁은 탈메틸화로 시작되지만 후기 역분화 단계에서는 약 수만 개의 염기를 포함하는 넓은 탈메틸화가 이뤄져야만 줄기세포로의 역분화가 가능하다는 것 역시 규명했다.

특히, 두 단계로 탈메틸화가 일어나는 정상적인 만능줄기세포와 달리 유사만능줄기세포인 F-클래스는 초기 역분화 단계의 탈메틸화만 일어나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는 게 서정선 교수의 설명이었다.

후성유전체 종양발생 우려, 잠재울 수 있을 것

사실 만능줄기세포의 생성에 관한 내용은 그동안 많은 과학자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다 자란 피부 등의 체세포를 통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계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만능줄기세포의 경우 역분화 과정에서 종양발생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 해당 기술에 대한 거리감을 증폭시켰다.

그렇다면 서정선 공동연구팀의 연구결과가 이러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서정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역분화의 전반적인 과정을 밝힌 만큼 같은 접근방법을 통해 후성유전체 종양발생에 있어서의 역할과 억제를 통한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던 것은 프로젝트 그란디오스와의 공동연구를 진행한 만큼 특정 시점에 샘플을 제공받을 수 있었던 게 주요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차세대 유전체 기술을 통한 정확한 메틸화 분석실험기술의 개발과 이용을 접목했다는 점 역시 중요해요. 수성 유전체정보 분석법도 개발한 것이 연구에 큰 역할을 담당했죠."

서정선 교수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약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학회에서 유도 만능줄기세포 전문가인 A. Nagy 박사와 우연히 만남을 갖게 되면서 각 그룹의 장점을 이용한 공동연구를 진행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오고간 것이다. 그 후 Nagy 박사의 방한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됐고 프로젝트 그란디오스(Project Grandiose)가 시작됐다.

"이처럼 순탄하게 공동연구가 시작됐지만, 아무래도 여러 나라와 연구그룹의 공동연구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어요. 한 두 그룹의 지연에 의해 전반적인 프로젝트가 결과적으로 좀 장기화 된 부분도 있죠. 4개국 7개 그룹의 연구자들이 서로의 연구결과를 교환하는 데에 있어 많은 시간이 소모될 뿐 아니라 그 양도 엄청난 만큼 데이터 양을 조기 처리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웃음)"

연구와 관련, 서정선 교수는 "후성 유전체연구는 환경의 가역적인 영향을 반영하는 것으로써 생명체의 환경에 대한 적응연구에 커다란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며 "역분화 과정 전반에 걸쳐 후성유전체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유도만능줄기세포 생성에 있어 DNA 메틸화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DNA 메틸화 조절을 통한 유도만능줄기세포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추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와 암기전 발생을 연구하는 것이 목표라는 서정선 교수. 지금까지 수많은 유전체 의학분야에서 다양한 성과와 업적을 나타낸 그는 "지금까지의 모든 유전체가 후성 유전체연구로 연결돼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이번 연구의 개인적 의미"라고 언급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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