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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12-11

청각장애인 위한 생체모사 기술 개발 [인터뷰] 허신 기계연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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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기술이 개발됐다. 허신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자연모사연구실 박사팀이 생체모사 인공달팽이관의 핵심 기술을 만든 것이다. 이는 귓속의 달팽이관을 모사해 소리를 감지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로, 생체기계전자 소자의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모두가 들을 수 있는 기술

허신 기계연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 박사 ⓒ 황정은
허신 기계연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 박사 ⓒ 황정은

허신 박사팀이 개발한 연구는 신개념 인공와우의 핵심소자인 ‘생체모사 무전원 인공 기저막 소자’다. '무전원 인공 기저막' 이란 생체 전기신호를 발생하는 달팽이관의 기저막과 유모세포를 모사한 소자를 의미, 실로폰과 유사한 사다리꼴 형상의 압전박막 인공 기저막은 소리의 주파수 성분을 분리해 주는 기능과 분리된 주파수 신호를 자체적으로 발생한 전기신호로 변환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개발된 인공 기저막 소자는 생체 달팽이관의 기저막과 유모세포의 기능을 모사해 소리 신호의 주파수를 기계적으로 분리하고, 각각의 분리된 주파수 성분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청신경을 자극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한 소자는 달팽이관이 손상된 장애인들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든 기술입니다. 달팽이관의 원리를 들여다보면 소리가 고막과 이소골을 통해 주파수를 밀어주게 됩니다. 달팽이관은 액체로 둘러싸여 있는데 소리의 주파수가 이 액체를 뚫고 가야하는 거죠. 실로폰과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로폰을 보면 사다리꼴 판이 긴 것부터 짧은 것까지 있잖아요. 짧은 막대에서는 고음이 나오고 긴 막대에서는 저음이 나오죠. 즉, 짧은 막대는 고주파, 긴 막대는 저주파가 나오는 것이죠."

소자는 압전박막 인공 기저막, 전극채널, 액체 챔버, 신호입력부로 구성돼 있다. 소리의 음압이 고막을 통해 이소골의 접속핀과 연결된 소자의 입력부에 전달되면 이 음압에 의해 챔버 내부의 유체를 통해 소리가 전파되는 게 생체모사 인공기저막 소자의 작동 원리다. 전파된 소리 주파수는 압전소재 인공 기저막의 특정 위치의 주파수와 공진현상으로 국부적인 변형이 발생하고, 그 변형에 따라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결국 이것이 소리의 각 주파수 성분에 대한 전기신호를 발생하는 원리인 셈이다.

"달팽이관에는 유모세포가 존재합니다. 이 세포가 균일하게 배열이 성장돼 있죠. 특정 위치 기저막 부분이 진동하게 되면 그 위의 헤어셀이 운동을 하게 돼요. 저희는 압전박막에 패턴을 만든 뒤 주파수에 의해 특정부분이 변형되고, 전기가 발생해 전기신호가 출력되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총 13개의 전기신호를 만들 수 있어요. 참고로 우리 인체는 약 1000여 개의 전기신호를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당 기술은 소리 신호를 주파수대역 100~5000 헤르츠(Hz)에서 6채널의 주파수 성분을 분리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다. 생체적합성 타이타늄 소재를 사용해 40×20mm 크기로 패키징 할 수 있어 체내 이식도 가능하다. 허신 박사는 "해당 소자는 소리를 기계적으로 주파수 분리를 해주고 각 분리된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역할까지 한다"며 "거기까지가 이 소자의 역할이다. 이것이 압전 소자인데, 이 때 발생하는 전기신호가 청신경을 자극할 만큼 큰 신호는 아니다. 때문에 전기신호를 증폭시켜줄 수 있는 전자모듈이 필요했다. 이 역시 다른 과제를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두 장치를 개발한 후 실험용 마우스에서 검증을 해본 결과 이식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이야기 했다.

사실 해당 기술을 듣게 되면 많은 대중들은 '보청기와 뭐가 다른가' 라는 궁금점을 갖게 마련이다. 언뜻 보면 두 기술이 유사한 듯 하나, 사실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보청기는 나이가 들거나 생활습관으로 인해 유모세포가 떨어져나간 사람들을 위한 장치다. 소리는 결국 유모세포의 떨림을 통해 소리의 주파수를 인식함으로써 들리는 것인데, 유모세포가 떨어지게 되면 소리를 미세하게 듣기 힘들어지므로 보조 장치가 필요하게 된다.

"이소골은 소리를 전달하는 지렛대 역할을 합니다. 즉, 고막에서 들어오는 압력이 이소골을 통해 더욱 크게 증폭되는 것이죠. 달팽이관은 액체로 돼 있기 때문에 공기 중의 주파수를 액체로 된 달팽이관까지 밀어주려면 힘이 세야 해요. 때문에 지렛대 원리가 작동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소골에 염증이 발생하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요. 미는 힘이 약해진 거죠. 즉, 보청기는 청력이 약한 사람을 위한 보조장치 입니다. 그러나 인공달팽이관은 달팽이관 자체가 손상됐을 때 이식해주는 기술인 셈이죠."

더 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개발된 생체모사 인공기저막 소자 ⓒKIMM
개발된 생체모사 인공기저막 소자 ⓒKIMM

달팽이관의 손상은 주로 태아일 때, 임산부가 약 복용을 잘못해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즉 달팽이관 자체가 선천적 기형에 의해 제 기능을 못하거나 신경 발달이 미약한 경우 인공달팽이관 시술이 필요하게 된다.

"기존의 인공와우 달팽이관 소자는 마이크로폰 소자를 사용해 소리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한 다음 신호처리 전자 칩을 통해 주파수 분리가 진행됐습니다. 때문에 전력소모가 크고 체내 및 체외 장치로 기기가 구성돼 있어 청각장애인들이 해당 기계를 사용할 때마다 기기가 외부로 노출 됐어요. 즉 장애가 그대로 노출되는 거죠. 하지만 이번에 저희가 개발한 생체모사 인공 기저막 소자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전력소모가 적고 완천 체내이식이 가능 합니다. 또한 작동 원리가 실제 달팽이관의 소리 감지 메커니즘과 유사하기 때문에 신호처리를 한 층 간단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습니다."

허신 박사팀이 해당 연구를 진행한 이유는 청각장애인들의 불편에 귀를 기울이면서 시작한 것이다. 허 박사는 "생체 모사와 관련한 소자연구를 해보고 싶던 차에 이비인후과 교수님과 만나는 기회가 생겼다"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달팽이관의 메커니즘이 기계적인 만큼 한 번 진행 해보며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 했다.

"이비인후과 전공 교수님과 세미나를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달팽이관 손상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000 명 중 약 1명꼴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기존의 인공 와우는 체내로 장치가 드러나기 때문에 실생활에 적용하는 데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어요. 때문에 새로운 인공 와우가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달팽이관과 비슷한 기능과 구조를 갖는 장치를 만들면 청각 장애인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러한 기존 인공 와우의 한계를 극복하고, 허신 박사팀이 개발한 소자는 체내 이식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인공 와우를 대체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인 만큼 실질적으로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보다 높은 기술의 이식 기기를 제공할 수 있고, 산업적으로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인공 와우 시장에 대한 대응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달팽이관이 손상돼 청각 고도장애를 지니고 태어나는 아기가 1천 명당 1명 꼴이라고 합니다. 해마다 400~500명에 이르는 선천적 청각장애아들이 태어나는 거죠. 개발된 생체모사 인공달팽이관 소자 기술은 체내이식형 인공와우 및 에너지 수확소자, 수중 음향센서, 특수용 음향분석기 등에도 응용이 가능합니다. 해당 기술의 세계시장 규모는 매우 커요. 2020년에는 약 26억 달러(한화 약 2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될 정도입니다. 앞으로 저희 연구팀은 더욱 차별화된 원천 기술을 개발할 것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12-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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