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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4-11-11

혈액 한 방울이 알려주는 것들 약물 과다 투여 여부 등 진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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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병상에 있던 어머니의 몸이 점차 쇠약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들은 손가락을 깨물어 피가 나게 한 후, 이 피 한 방울을 어머니의 입 속에 떨어뜨렸다. 잠시 후, 어머니가 다시 신음을 내며 생명을 유지했다.

지금 보면 다소 비약적인 내용이지만, 이 이야기는 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 속에서 피 한방울은 사람을 살려냈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피 한방울은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지금까지는 어떠한 진단을 내릴 때, 많은 피를 뽑아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수백씨씨(cc)를 뽑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피 한방울만 있어도 진단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생겼다. 피 한방울로 어디까지 진단할 수 있을까.

지난 5월, 만성 대사지환인 동맥경화나 고지혈증으로 오진될 수 있는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을 혈액 한 방울로 쉽고 빠르게 진단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 최만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분자인식연구센터 박사와 유은경 차의과학대학 분당차병원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다. (원문링크)

혈액 한 방울로 많은 것을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오진이 잦았던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 질환은 물론이고, 알츠하이머와 약물 과다투여 여부까지 혈액 한 방울로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 ScienceTimes
혈액 한 방울로 많은 것을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오진이 잦았던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 질환은 물론이고, 알츠하이머와 약물 과다투여 여부까지 혈액 한 방울로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 ScienceTimes

이들은 혈액 한 방울로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 질환을 고콜레스테롤 혈증과 죽상동맥경화로부터 차별화 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성 콜레스테롤과는 다르게 식물성 스테롤은 우리 몸에 거의 흡수되지 않고 배설된다.

하지만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 질환 환자의 경우, 배설되어야 할 식물성 스테롤이 체내에 흡수된다. 문제는 바로 두 스테롤 구조가 매우 유사해 혈액 내 총콜레스테롤 측정기술을 이용하면 오진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식물성 스테롤 판별이 쉽지 않았으나, 이들은 환자들의 식물성 스테롤과 콜레스테롤의 개별 농도를 분석하여 진단 방법을 개발했다.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식물성 스테롤인 시토스테롤, 캄페스테롤, 스티그마스테롤의 비율이 정상인에 비해 최고 2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소수 그룹만 명확히 질병을 진단할 수 있었으며, 혈액을 미국에 보내 결과를 받는 데 약 8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병원에서 혈액이 묻어있는 진단지로 화합물을 추철하고, 정제하며, 질량분석법을 통해 개별 농도를 분석하는데 24시간이 걸렸다.

물론 임상진단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정상인의 스테롤 기준 값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진단이 어려워 희귀 질환으로 인식되던 식물성 스테롤 대사 이상에 대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의 길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약물 과다 투여 여부도 진단할 수 있어

6월에는 혈액 한 방울로 약물 과다 투여 여부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를 통해 발표된 루돌프 그리스(Rudolf Griss) 스위스 로잔대학교(École Polytechnique Fédérale de Lausanne, Switzerland) 교수를 비롯한 공동 연구팀의 연구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혈액 속의 약물 농도에 따라 적색 혹은 청색의 빛을 내는 센서 분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는 약물 과다복영 여부에 대해 손쉽게 자가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분자의 경우, 한 방울 정도의 혈액과 접촉하기만 해도 색이 변하고 일반 디지털 카메라로도 쉽게 관찰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실험실 수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환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도 혈액 속의 약물 농도를 정확히 측정해 즉각 결과를 알려주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연구는 장기 이식 후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약물 과다에 의한 부작용이나 중독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나, 약물 복용량이 너무 적어 약물의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약물 과다복용 여부를 진단하려고 해도 비용 부담이 크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더불어 실험실에서 숙련된 사람들이 처리해야만 하는 불편도 있었다. 이번 연구가 실용화 된다면, 환자들이 보다 저렴하고 간단하게 약물 과다투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도 혈액 한 방울로 진단한다

지난 6일에는 혈액 한 방울로도 간단하게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발표되기도 했다. 김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연구팀은 뇌에 생겨난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혈액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원문링크)

연구진은 행쥐의 뇌에 베타아밀로이드를 넣어 강제로 치매를 일으켰다. 그 뒤, 혈액을 뽑아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가 높아질 수록 혈액에서 많은 양의 베타아밀로이드가 발견되는 것이 발견됐다.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있는 수용체와 붙으면서 뇌혈관장벽을 통해 혈액으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뇌에서 발생한 베타아밀로이드가 혈액으로 전달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서 과도하게 증가해 발생한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도 치매를 진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베타아밀로이드는 혈액 속에서 극히 미량만 존재하기 때문이에 현재 병원 장비로는 분석이 어렵다. 따라서 국내외 병원과 함께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 양을 분석할 수 있는 정밀 장치 개발이 필요하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4-1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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