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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06-16

노인성질환의 억제방법을 찾다 [인터뷰] 김준곤 포스텍 화학과및첨단재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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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노화가 발생하면서 우리 인체는 일명 ‘노인성 질환’으로 불리는 다양한 증상들을 수반하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 병과 파킨슨 병, 이형당뇨병, 해면양뇌증(광우병) 등이 있는데 모두 아밀로이드 섬유화와 관련이 있다.

아밀로이드 섬유화란 몸 속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이 특정한 생리적 작용을 통해 커다란 덩어리(응집체)를 형성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덩어리는 체내의 정상 세포를 망가뜨려 비정상적인 상태로 만들고 이것이 노인성 질환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김준곤 포스텍 화학과및첨단재료과학부 교수팀이 노인성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섬유화를 억제하는 방법을 발견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그 결과는 성과를 인정받아 화학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준곤 교수팀은 노인성질환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섬유화 억제방법을 발견했다. (사진왼쪽부터 최태수연구원, 김준곤 교수, 이홍희 연구원) ⓒ 김준곤
김준곤 교수팀은 노인성질환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섬유화 억제방법을 발견했다. (사진왼쪽부터 최태수 연구원, 김준곤 교수, 이홍희 연구원) ⓒ 김준곤

단백질과 억제물의 상호작용 유도로 아밀로이드 섬유화 지연

“일반적으로 체내의 단백질은 물과 상시 접해있는 상태가 대부분입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일부 서열은 소수성 잔기를 갖고 있죠. 이런 소수성 잔기는 물과 상호작용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에 녹아 있게 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에 소수성 잔기가 각각 물에 녹는 것 보다 소수성 잔기끼리 뭉쳐 물이 접촉하는 면적을 최대한 줄이고 에너지 측면에서 유리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어요. 물에 녹아야 하는 많은 단백질들은 스스로의 소수성 잔기끼리 뭉쳐 구형에 유사한 구조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어떤 특정 환경에 놓인 단백질들은 혼자 해결하기보다 서로의 잔기를 가려주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그 중에서도 아밀로이드 단백질(amyloid protein)은 특별한 경우에 속합니다. 단백질 하나하나가 연속적인 베타 평판 구조로 배열되죠. 결국에는 배열된 길이가 점점 길어지면서 전자현미경 등으로 관측했을 때 섬유의 형태로 보이는 거대한 응집을 형성합니다. 이것을 아밀로이드 섬유화라고 불러요. 아밀로이드 단백질들의 섬유화는 다수의 질병과 관련됩니다.

대표적인 예로서 이형 당뇨의 아밀린(Amylin), 치매(Alzheimer's disease)의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단백질, 그리고 타우(Tau) 단백질의 응집현상 등이 있어요. 동맥경화의 경우에도 아포지방단백질 A1(apolipoprotein A1) 응집현상이 관련된 현상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이외에도 당뇨환자에게 인슐린(Insulin)을 과다하게 투여해 발생하는 응집현상도 환자의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노인성 질환과 아밀로이드 섬유화가 연관된 이유는 아밀로이드성 단백질들이 뭉치면서 생긴 응집체들이 조직에 피해를 입혀 본래의 기능을 못하도록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밀로이드 섬유화는 인체가 나이를 먹을면서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질환일까.

이에 대해 김준곤 교수는 “아밀로이드 섬유화는 체내에 존재하는 단백질들이 일으키는 현상이므로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아밀로이드 섬유화에 의한 질환을 가질 수 있다”며 “특히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 응집체를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노인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 반면 특별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의 경우 단백질 응집현상이 촉진돼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퇴행성 질환을 가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곤 교수팀은 단백질의 특정 부분에 결합하는 쿠커비투[7]릴 기반의 초분자화학을 이용해 단백질 사이의 비정상적인 상호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페닐알라닌 잔기가 단백질들끼리 뭉쳐 덩어리를 형성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 쿠커비투[7]릴과 단백질이 결합해 복합체를 형성했을 때 쿠커비투[7]릴의 거대한 크기가 단백질의 자가조립에 필요한 구조적 배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여기서 쿠커비투[7]릴은 속이 빈 호박 모양의 나노물질로 글리코루릴이라는 분자 6개가 이어진 거대한 고리화합물을 지칭한다. 쿠커비투[7]릴은 호박을 자른 후 속을 파낸 모양을 하고 있어 그 속에 다양한 분자나 이온을 넣을 수 있고 이온을 붙여 ‘나노캡슐’을 만들 수 있어 각광을 받는다.

“그동안 저희 연구실은 쿠커비투[7]릴과 다양한 분자들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수성 잔기인 페닐알라닌과 쿠커비투[7]릴의 상호작용도 연구했죠. 아밀로이드 섬유화 과정 중 소수성 잔기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안정화 되는데요 만약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의 페닐알리닌에 쿠커비투[7]릴을 결합시킨다면 섬유화 과정을 전반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페닐알라닌이 소수성 잔기로써 섬유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했어요. 하지만 페닐알라닌을 목표로 섬유화 억제를 시도하는 연구실은 저희가 최초였죠.”

기존에도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이 일으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은 다수 진행된 바 있다.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의 섬유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 중 임상단계에서 실패한 경우도 있고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공통점인 한계점은 실제로 환자들에게 적용시켰을 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안타깝게도 이러한 부분은 저희 연구실에서도 완성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특정 분자를 이용한 섬유화 억제연구만 한정지어 이야기 한다면 작용기작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않은 점이 한계점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저희 연구팀은 정확한 작용기작을 통해 섬유화 억제를 위한 합리적인 접근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김준곤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 약 3년의 시간을 들였다. 지난 2011년 초 연구에 돌입한 후 올 2014년 초까지 진행한 것이다. 김준곤 교수는 “본래 저희 실험실에서 ‘주인-손님 화학’과 ‘아밀로이드 섬유화’는 서로 독립된 연구 주제였다. 각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인-손님 화학’을 이용해 아밀로이드 섬유화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붙잡는다면 섬유화를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손님 화학’은 주인역할을 하는 분자가 자신의 분자구조 내에 손님 분자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안정한 복합체를 형성하는 현상을 이야기 한다. 아밀로이드 섬유화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특정부분에 쿠커비투[7]릴이 선택적으로 결합한다면 단백질들끼리 자가조립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연구과정을 이야기했다.

시간과의 싸움으로 이뤄낸 성과

좋은 연구결과를 얻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러한 결과를 내기까지는 수많은 ‘싸움’이 필요했다. 자기와의 싸움, 시간과의 싸움, 한정된 연구비 안에서의 고민 등 많은 내적 갈등을 지혜롭게 헤쳐나갔기에 얻을 수 있는 결과였던 것이다.

“처음 저희가 이 연구를 진행했을 때 아직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을 재현성있게 진행시키는 기술이 없었습니다. 연구 초반 일 년정도는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의 섬유화 진행의 재현성을 확보하는 데 투자했습니다. 그 후에 쿠커비투[7]릴이 아밀로이드성 단백질과 작용해서 단백질의 섬유화를 제지시킨다는 실험결과를 얻었고 이후에는 저희가 세웠던 가설, 즉 ‘선택적으로 단백질의 페닐알라닌과 작용을 한다’는 것에 대해 증명하는 실험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양의 단백질과 다양한 첨단 분석장비의 이용이 필요했어요. 이를 위해 연구비를 수주하는 게 여의치 않았죠.”

뿐만이 아니다. 실험이 끝난 후 논문출판을 위해 각 학술지에서 지정하는 검토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검토자들의 연구 분야나 선호하는 연구 방법에 따라 논문에 대한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리뷰어들은 제시된 작용기작의 증명을 흡족하게 여기기도 했지만 일부는 미흡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쿠커비투[7]릴의 섬유화 억제 기작 타당성을 증명하는 것에 있어 저희의 실험적 증거만으로 충분하다고 설득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백질과 쿠커비투[7]릴이 분자수준에서 어떻게 거동하는지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제시했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추가적인 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3주라는 짧은 시간에 검토자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수행해야 했습니다. 촉박한 시간 동안 추가적인 실험과 컴퓨터를 이용해 모의실험을 수행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웃음)”

100세 시대로 불리는 현대사회.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오래 사는 것’ 보다 ‘건강하게 오래사는’ 삶을 갈망한다. 때문에 건강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계속해서 증대되고 있다. 김준곤 교수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서 퇴행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다양한 치료전략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퇴행성 질환의 치료제로까지 개발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 비록 이번 실험 결과도 실질적인 치료제로 쓰이기 위해서는 많은 후속연구와 개발이 필요하지만 저희 실험실을 포함한 많은 연구실에서 이번 논문으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추후 연구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가늠했다.

김준곤 교수팀의 연구는 ‘주인-손님 화학’을 기반으로 하는 초분자화학을 단백질의 상호작용 연구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단백질의 상호작용은 우리 몸의 기능 조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번 연구는 우리 스스로 몸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 섬유화를 일으키는 단백질들에 한해서만 실험을 수행했지만 앞으로 다양한 단백질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인공세포와 신약개발, 더불어 약물전달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준곤 교수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은 만큼 더욱 분발하고 노력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아직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진 연구실이지만 국제적인 연구기관들과 적극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조금이나마 마련된 만큼, 우수한 연구성과를 낼 수있도록 더욱 힘쓰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6-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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