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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06-03

보톡스 대체할 전달물질 발굴될까 [인터뷰] 전영수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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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행동, 기억 등은 인간의 두뇌 활동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뇌를 이루고 있는 신경세포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그 중 신경전달은 가장 중요한 작용 중 하나로 언급된다. 신경전달이란 용어 그대로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특정 신호가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전달되는 것을 의미한다.

신경전달물질 분비는 세포 내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저장하는 시냅스소낭과 신경세포막 간의 막융합에 의해 일어난다. 이러한 과정을 일컬어 '시냅스소낭 막융합' 이라고 하는데, 신경전달이 정교하고 신속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조절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으로 강조된다.

중요한 과정인 만큼 신경관련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신경전달과 시냅스소낭 막융합과정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하지만 시냅스소낭 막융합의 분자수준의 기전은 아직도 밝혀야 할 부분이 많은 채로 남아있다.

전영수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사진 왼쪽)팀은 보톡스를 대체할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 분석시스템을 발굴했다. ⓒ 전영수
전영수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사진 왼쪽)팀은 보톡스를 대체할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 분석시스템을 발굴했다. ⓒ 전영수

신경전달 과정 이해 한 차원 높아져

시냅스소낭 막융합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는 그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신경세포를 이용한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는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연구방법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분자기전 연구나 대용량 분석연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분석시스템은 합성 리포좀에 시냅스 스네어 단백질을 도입해 제작한 스네어 단백질리포좀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생체막이 아닌 인공 리포좀을 사용한다는 한계가 있어요. 때문에 단백질 발현이나 분리정제 문제, 계면활성제 사용 문제, 재현성 부족과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등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합성리포좀 연구결과가 생체막 또는 신경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얻은 결과와 상충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죠. 현재는 시냅스소낭 막융합을 손쉽고 신속하게 저비용 및 대용량으로 분석할 수 있는 분석시스템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영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시냅스소낭 막융합을 안정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효모를 이용해 인간 신경세포 신호전달 체계를 모방함으로써 해당 연구를 성공시킨 것이다.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학술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저희팀은 인간 신경세포사이에서 일어나는 신경전달을 매개하는 시냅스소낭 막융합 현상을 단세포 진핵생물인 효모에 구현했습니다. 생체막융합 현상은 진핵세포(핵을 가진 세포)를 생성하고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때문에 모든 진핵세포에 진화적으로 잘 보존돼 있다고 여겨져 왔지만 다른 연구가 필요했어요.

저희팀은 고도로 진화된 인간의 신경세포에서 시냅스소낭 막융합을 매개하는 단백질(스네어)이 효모에서 일어나는 전혀 다른 형태의 막융합을 매개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개발한 시냅스소낭 막융합 분석시스템을 이용해 기존의 연구(신경세포를 이용한)가 제안한 시냅스소낭 막융합 분자기전에 대한 개념 중 하나가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했죠. 새로운 분석시스템이 시냅스소낭 막융합 분자기전 연구에 성공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시냅스소낭 막융합은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로 분비시키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신경전달 과정을 살펴보면 하나의 신경세포에 저장된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로 분비되고, 이것이 다른 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의해 인지 되면서 신호가 전달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소낭이라는 생체막 주머니 안에 저장돼 있고 시냅스소낭이 신경세포막과 막융합을 하게 되면 그 안에 있던 신경전달물질이 세포 밖으로 분비돼 시냅스 쪽으로 나가게 된다. 이것이 시냅스소낭 막융합이다.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신경전달과정의 핵심이기 때문에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는 매우 중요합니다. 두뇌활동을 제어하거나 신경관련 질병을 치료하고자 할 때 시냅스소낭 막융합 과정이 제어 타깃이나 치료 타깃이 되는 것이죠. 시냅스소낭 막융합 과정의 억제인자로 잘 알려진 보툴리늄 독소,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톡스가 통증치료나 신경관련 질환 치료에 이용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신경전달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도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게 되면 근육마비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효과를 이용한 것이 보톡스에 의한 주름제거 등 미용치료에요.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는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입니다. 당시 노벨상은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에 큰 공헌을 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들 수상자 중 두 명인 제임스 로스만(James Rothman) 교수와 토머스 쥐트호프(Thomas Sudhof) 교수는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에 직접적으로 공헌을 한 과학자들입니다."

이처럼 시냅스소낭 막융합을 연구하기 위한 기존의 연구가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한계가 없던 것은 아니다. 전영수 교수는 "시냅스소낭 막융합이라는 하나의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다른 수천여 개의 세포내 현상을 고정시켜 놓고 분석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세포나 생명체를 이용한 모든 연구의 한계이기도 하다.

"생명체는 말할 것도 없고 배양세포조차도 수 만 개의 유전자와 단백질에 의해 매개되는 수천 여 개의 세포내 과정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때문에 분석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환원주의적 방법론, 즉 관심 있는 현상만 분리해서 연구를 하고자 하죠.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 분야에서는 시냅스소낭 막융합을 매개하는 단백질만 과발현하고 분리 정제해, 이를 합성리포좀에 끼워 넣는 식으로 인공적인 시냅스소낭을 만들어 연구에 이용해 왔습니다.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의 다른 수상자인 제임스 로스만 교수가 이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어요. 그 역시 주로 이 방법을 이용해 시냅스소낭 막융합 현상의 분자기전을 규명해 왔죠. 이는 시냅스소낭 막융합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 할 수 있고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석 또한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합성 지질과 과발현된 단백질을 이용해 제작한 인공 리포좀을 이용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공 리포좀을 이용한 연구 결과와 신경세포를 이용한 연구결과 간에 서로 상반되거나 상충하는 내용도 많이 있었죠. 따라서 이 두 방법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제 3의 분석법 개발이 요구돼 오던 상황이었습니다."

전영수 교수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네어 단백질 유전자를 효모에 도입했다. 생체막융합 현상이 진화적으로 잘 보존돼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인간의 신경세포에서 발현하는 시냅스소낭 막융합 매개 단백질 3종(스네어)의 유전자를 효모에 도입한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을 안정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 형질전환 효모를 제작했고 이들 단백질이 효모의 액포로 이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전 교수팀은 효모의 액포를 분리, 시험관에서 이들이 막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관찰해 인간의 스네어 단백질에 의해 효모 액포가 막융합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

"추가 실험을 통해 인간의 스네어 단백질에 의해 일어나는 효모 액포막융합의 양상이 인간의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시냅스소낭 막융합의 양상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효모는 저렴한 비용으로 대용량 배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희가 제작한 형질전환 효모로부터 액포를 분리하기만 하면 인간의 스네어 단백질을 발현하는 액포를 항상 분리해 낼 수 있어요.

따라서 인공 리포좀을 이용한 실험과 달리 재현성 있고 안정적인 분석이 가능하죠. 신경세포나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불가능했던 시냅스소낭 막융합에 대한 저비용․대용량 고속 분석이 가능하게 된 셈입니다."

질전환 효모의 액포를 이용한 시냅스소낭 막융합 분석시스템 모식도 ⓒ 한국연구재단
질전환 효모의 액포를 이용한 시냅스소낭 막융합 분석시스템 모식도 ⓒ 한국연구재단

준비된 연구, 준비된 결과

전영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논문에 게재하기까지 약 4년의 시간을 들였다. 광주과학기술원에 부임한 후 실험실에 대학원생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작한 첫 프로젝트 연구였다.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2년 전에 거의 모두 획득했어요. 하지만 새롭게 개발한 분석법을 이용했고 다소 엉뚱한 접근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분석법이 기존 분석법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실험적으로 보이는 과정에서 예상 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됐어요."

생체막융합 연구는 전영수 교수가 박사과정 때부터 해오던 연구다. 당시 생체막융합 연구 중 일명 대세로 불리던 것은 합성 리포좀을 이용한 연구였는데 전 교수는 "내가 주로 이용한 효모(생명체)에 이러한 연구를 적용하면 전혀 맞지 않는 내용들이 많았다"며 "자연스럽게 합성 리포좀을 대체할 수 있는 생체막융합 연구방법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번 연구는 그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시냅스소낭 막융합의 분자기전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합성․인공 리포좀을 이용한 실험의 재현성 결핍 등 여러 문제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에 기존 연구기법과 함께 상호보완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시냅스소낭 막융합 연구분야에서 기존 연구방법이 갖고 있는 한계점을 보완하는 제 3의 연구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서 스네어 단백질만으로도 생체막융합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했죠. 또한 기존의 분석법으로는 불가능했던 시냅스소낭 제어 물질, 즉 보톡스 대체 물질에 대한 저비용 및 대용량 스크리닝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이번 연구가 갖는 의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된 연구는 저비용으로 대용량 분석이 가능하게 했으므로 시냅스소낭 막융합을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물질, 예를 들어 저분자화합물과 펩타이드와 천연물 등을 스크리닝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현재 통증치료와 미용치료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보톡스는 보툴리늄 세균에서 분리한 매우 치명적인 신경 독소입니다. 보톡스가 시냅스 소낭 막융합을 매개하는 스네어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소이므로 극소량만 사용할 경우 통증치료와 근육제어에 효과가 있지만 매우 위험한 세균에서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요. 그리고 너무 강력한 독성 때문에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사용될 수 있는 단점이 있죠. 이러한 보톡스를 대체하고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은 물질을 발굴하는데 본 시스템이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6-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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