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모든 연령에게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비만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져 있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비만과 관련된 연구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바로 아동비만과 노년기 비만이다. 아동 비만의 경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노년기 비만의 경우, 복부 비만이 장기적으로 기억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러시대학 메디컬센터와 미국 국립보건원의 연구진은 복부 비만이 장기적으로 기억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복부 비만은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출혈, 뇌졸중 등 실험관 계통을 비롯하여 당뇨와 같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에 비해 남성들이 2~3배 많으며, 중년 남성의 약 40%가 체중에 상관없이 복부 비만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연구팀에 따르면 복부 비만이 있으면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에서 지방대사에 관여하는 PPAR-알파 단백질이 줄어들면서 기억기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원래 이 단백질은 주로 간에서 지방대사에 관여하기 때문에 간에 가장 많고 복부에 지방이 많은 사람은 이 단백질 수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연구를 주도했던 러시 대학 메디컬센터 신경과전문의 칼리파다파한 박사는 이 단백질이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해마에도 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단백질이 부족하면 해마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고 밝혔다.
해마에 PPAR-알파 단백질이 부족한 쥐는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이 단백질을 보충해주면 이러한 기능이 회복된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골수 키메라 기술을 이용하여 간과 해마 어느 한 쪽에만 PPAR-알파 단백질이 결핍된 쥐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간에만 이 단백질이 있고 해마에는 없는 쥐들은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간에는 없지만 해마에는 이 단백질이 있는 쥐들은 기억력과 학습능력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는 복부에 지방이 많으면 먼저 간의 PPAR-알파 단백질 수치가 떨어지게 되고, 뒤를 이어 뇌를 포함한 몸 전체 조직에서도 이 단백질이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복부 비만은 노년기에 나타날 치매를 예고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노년기 비만, 오히려 건강에 도움될 수도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노년기에 비만은 오히려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미국 임상영양 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을 통해 지난달 발표된 호주 멜버른의 디킨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이다.
연구팀은 65세 이상의 20만 명의 BMI와 사망 관련 통계를 비교했다. 그 결과, 가장 사망률이 낮은 이들은 BMI가 적정 수준으로 권고되는 수준을 넘어선 이들로 나타났다. 적정 수준으로 권장되는 22~23의 BMI를 보이는 사람들은 오히려 사망률이 크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 BMI가 20~20.9인 경우에는 사망률이 19% 높아진 데 비해 33~33.9인 이들은 사망률이 8% 높아지는 데 그쳤다. 체질량지수가 비만 및 건강과 관련하여 적절한 기준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적정 BMI를 18.5~25로 제시하고 있다. 비만인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살을 빼라고 권고하는 것 보다는 다른 처방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의 캐릴 나우손 교수는 설명했다.
비만의 역설, BMI에 의문을 제기하다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는 사실 과거부터 꽤 오랫동안 거론되어 왔던 학설로, 통통한 사람이 정상 체중의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것을 뜻한다. 비만이 질병의 근원이라는 건강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이슈였기 때문이다.
2013년 5월 네이처는 BMI를 '대충 만든(crude) 지표'라고 비판하기도 했으며, 사이언스지 역시 더 나은 지표가 필요하다는 펜실베니아대 의대 렉스포드 아히마, 미첼 라자 교수의 기고를 실어 BMI에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뚱뚱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연구는 키와 체중을 기준으로 비만을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체지방 비율이나 체지방이 어느 부위에 있는지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의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키, 체중, 허리둘레 등 다양한 원인을 통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주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팀은 18세 이상 성인 남녀 12,785명을 대상으로 14년간 추적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정상체중이지만 마른비만인 사람들이 비만인 사람들 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체중이지만 복부비만인 마른 비만의 위험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기존의 의학적 상식을 뛰어넘는 가설과 연구들이 많은 학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약간의 위험성이나 예외적 사실들이 밝혀졌다고 해서 기존의 모든 의학상식을 부정하거나, 가설 및 학설을 맹신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적 사실은 100% 확실한 것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험적 효과 혹은 가설은 오랜 기간 동안 신중하고 엄격한 연구 과정을 통해 고찰되어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BMI : 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 통해 지방의양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 비만도 판정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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