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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4-04-04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회공포증 여러 원인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타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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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적을 놀라게 하던 전쟁의 신 '포보스'가 있었다. 바로 이 포보스의 이름에서 공포를 뜻하는 'phobia'가 유래되었다. phobia는 strong unreasonable fear, 즉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매우 강력한 두려움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두려워 하는 증세라고 표현하여 '공포증'(恐怖症)이라고 한다. 13세기 철학자들이 악마공포증 등에서 처음 사용했고, 19세기에 이르러 정신과학에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실성 없는 특수한 종류의 공포를 말한다.

공포증의 가장 큰 특징은 설명할 수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상을 벗어난 병적인 상태이다. 그래서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 상황을 서둘러 피하려고 하며,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공포증에는 대표적으로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이 있다. 특정(specific)공포증은 말 그대로 어떤 특정한 대상 또는 상황에 대한 공포를 뜻한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고소 공포증, 비행기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상황을 무서워하는 폐쇄 공포증이 여기에 속한다.

▲ 사회공포증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너무 무끄러워해서 사회 활동이 어려운 상태로, 어린 아이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로, 오랜 시간동안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Science Times

그 중에서도 현대에 들어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공포증과 광장공포증이다. 사회공포증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너무 부끄러워하고 불안이 너무 심해서 사회 활동이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일반인의 5~10%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데, 주로 10대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사회공포증을 가진 학생들은 대중 앞에서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을 잘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10대에 별다른 문제없이 지낸 경우라도 종종 30~40대에 처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생기면서, 동시에 자신이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의심할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공포증은 좋은 인상을 만들려는 자신의 욕구와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같지 않을때 나타나는 일종의 병적인 증세를 말한다.

발병 후 치료까지 10년이 걸릴 수도

사회공포증이 위험한 이유는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남 앞에서 얼굴이 쉽게 빨개지거나 당황해하는 상황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내성적이다' 혹은 '수줍음이 많다'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학창시절 조용하고 얌전하다고 평가받던 학생이 성인이 되어 외출도 거의 하지 않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증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이 사람은 갑자기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일까.

결코 이 사람은 '갑자기' 변한 것이 아니다.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바로 사회공포증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떠는 이유를 그저 수줍음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심리학>에서는 심각한 사회공포증을 사회불안장애로 보았다. 긴장과 불안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되면, 이를 단순한 증상으로 보기 보다는 하나의 장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인공포증, 사회불안증 등이 모두 사회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원인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타나

사회공포증은 다른 정신건강 문제와 비슷하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연구자들은 불안과 공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찾고 있다.

사회공포증이 같은 가족 내에서 잘 발생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유전적인 요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불안 행동을 학습해서 일어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 전달물질의 불균형도 하나의 원인으로 연구되고 있다. 세로토닌은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회공포증을 가진 환자들에게서는 신경전달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게 작용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편도체(amygdala)라고 불리는 뇌 영역이 과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편도체는 공포 반응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일부인데,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편도체를 가진 사람이 사회적 불안감을 일으키는 과장된 공포 반응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사회공포증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에는 공황발작(panic attack)과 같은 형태로 불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상황을 피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능에 저하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정상생활이 가능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인 DSM-IV-TR에서는 다음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사회불안장애로 보고 있다.

1)친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거나 타인으로부터 심사받을 수 있는 사회적 상황 또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현저하고 지속적인 공포가 있다. 개인은 창피를 당하거나 난처해질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증상을 보이게 될까 두려워한다.

2) 두려워하는 사회 상황에 노출되면 거의 예외없이 불안반응을 일으키며 공황발작이 상황에 의해 반드시 나타나거나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3) 공포가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다.

4) 두려워하는 상황이나 일을 회피하거나, 심한 불안이나 고통을 느끼며 인내한다.

5)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 생활, 직업적 기능, 사회적 활동이나 관계에 현저한 방해를 받거나 공포증이 있는 것에 대해 현저한 불편감이 있다.

6) 18세 미만인 경우에는 기간이 적어도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7) 다른 불안장애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8) 다른 병(신체질환 또는 정신질환)이 있을 때에는 그것과 관련이 없어야 한다.

 

정신과적 상담을 통해 우울장애와 구별되어야 하며, 성격 장애와의 구별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일부 성격 문제는 사회화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사회화에 대한 요구가 결핍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진단받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정신 치료와 약물 치료가 병행된다. 두 치료를 함께 하는 경우에 더 좋은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청소년기에 시작되지만 만성 질환으로 발전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슬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14-04-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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