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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4-03-13

길 잃으면 여성에게 묻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길눈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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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소설에서 ‘길눈이 어둡다’라는 표현을 접한다. 이는 가 본 길을 잘 찾아가지 못할 만큼 길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길눈’은 한 번 가 본 길을 잘 읽혀 두어 기억하는 눈썰미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흔히 길을 잘 찾지못하는 길치들에게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들에게 문제는 날이 갈수록 초행길에 어두워져 어디로 가려고만 하면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압박은 더욱 초행길에 길눈을 어둡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압박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지적인 수준과는 상관없는 이른바 ‘길치’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매번 반복적으로 곤욕을 치르게 된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길을 찾는 것 자체가 두려워서 대인관계가 힘든 경우도 있다.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준이 아닌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사실 지능이 낮거나 치매와 같이 지각발달에 따라 방향감각이 없고 길을 잘 잊어버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보통의 지능을 가진 평범한 일반인이 그런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며, 전문가들도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네비게이션 보급이 일상화됨에 따라 목적지를 찾아갈 때 예전처럼 지도를 찾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도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오거나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갈때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연합뉴스

길눈을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마음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길눈을 고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이와 관련된 방향이나 장소 감각은 경험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프란체스카 가쿠치 박사팀의 연구가 올해 초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되었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먼저 실험쥐 뇌의 측두엽과 해마 부위를 관찰하였다. 해마는 사건이나 공간을 탐색할 때,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 부위의 발달과정을 파악하면 방향감각이 선천적인 것인지 경험을 통해 습득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방향감각과 관련된 신경부위는 태어난 지 2주 만에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갓 태어난 아기 쥐도 어른 쥐처럼 자기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향감각이 어느정도 타고 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공간지각 능력은 성장하면서 정도의 차이가 크게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방향감각은 원래부터 발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감각은 방향감각보다 조금 늦게 나타났으나, 이 또한 선천적인 측면이 강하게 나타났다.

낯선 곳에서 길 잃으면 여성에게 묻는 것이 좋다

흥미로운 것은 성별에서도 길눈의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공간지각능력이 더 발달해있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멕시코에 위치한 멕시코시티 국립자율대학 연구팀은 오히려 여성에게 길을 묻는 것이 좋다는 연구를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남녀 그룹에게 야외에서 버섯을 따오도록 한 뒤, 과학적인 장치를 이용하여 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남녀 모두 비슷한 양의 버섯을 가져왔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에너지를 70% 더 많이 소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냐하면 남성은 버섯을 찾으려고 이쪽, 저쪽으로 훨씬 더 많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한 번 간 길은 다시 번복하지 않았다. 이는 남성이 지도를 읽는 능력은 여성보다 뛰어나지만, 여성이 한 번 간 길을 잘 기억한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인 길눈에는 여성이 훨씬 밝다는 것을 뜻하며, 이런 차이는 이미 선사시대부터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발표하였다. 선사시대에 남성는 먼 들판에서 사냥꾼의 역할을 했던 반면, 여성은 일정한 구역 내에서 채취꾼으로의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될 수도

길눈은 선천적인 영향이 있지만, 후천적으로 노력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과학적인 증거는 부족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시공간 능력은 뇌의 두정엽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길맹과 관련된 뇌 영상이 있거나 규명된 것은 아니다.

길치 문제는 기억에 대한 불확신의 문제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연구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 및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종이와 연필을 이용한 2차원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테스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하나의 대안으로 반복적인 훈련이나 특정 뇌의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극 강도를 세게 해서 주도적으로 직접 찾아가게 만들어 관련된 경험을 쌓게 만드는 것이 하나의 훈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비게이션의 등장으로 과거에 비해 보다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GPS가 수신되지 않는 지역이나 아주 협소한 지역에서는 네비게이션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종종 지도를 눈으로 보면서 찾고, 길눈이 어두운 것에 고민하는 것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daum.net
저작권자 2014-03-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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