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리면 배와 생강을 함께 삶아 먹으면 좋다.”
“벌에 쏘였을 때는 환부에 된장을 바르면 빨리 회복된다.”
감기 등의 질병을 앓거나 벌 등에 쏘여 피부가 부어오를 때 어른들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한두 번은 들었을 것이다. 일명 ‘민간요법’으로 불리는 구전 치료법은 예로부터 대대로 전해오면서 대중 사이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확실한 신뢰도는 갖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벌에 쏘인 환부에 된장을 바르는 것은 높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된장은 그 자체로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벌독의 산성 성분을 중화시켜 주고 염도가 매우 높아 벌독으로 인한 부종을 가라앉히는 데도 일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구전으로 전승되는 의료요법에 대해 국내 연구그룹이 충남지역 민간요법을 질환별로 분류‧정리한 보고서를 발행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침구경락연구그룹이 1천여 건의 충남지역 민간요법을 효능과 안전성 위주로 검증하고 근거를 확보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의학연구원은 구전 전통지식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입장이다.
민간요법, 질환별로 분류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지난 2011년부터 민간요법 활용기반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충남지역의 민간요법을 한 곳에 정리한 ‘한국 민간요법 발굴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간요법 발굴보존과 DB 구축을 위한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사업은 지식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 전통지식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 관련 전통지식인 민간요법의 소멸을 방지하고 해외침탈로부터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시작했습니다. 올해로 3년째 민간요법 보존을 위해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데 해가 다르게 지식 보유자인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있어요. 이에 따라 보존대상인 민간요법 또한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죠. 이러한 이유로 이 사업은 매우 특수하게 분류되며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어요. 시급성을 요하기 때문이죠.”
민간요법이란 이름 그대로 예부터 민간에서 생활 경험이나 구전, 가계전승을 통해 내려오는 치료법을 의미한다. 이상훈 박사팀은 충남의 지역성이 대별되는 서해와 인접한 태안, 원산도, 서산을 비롯해 계룡산국립공원 및 칠갑산도립공원 권역에 속하는 공주, 논산, 대전, 계룡, 청양, 부여 등 총 9개 지역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심층면담방법으로 이뤄진 조사는 지역주민의 전통민간요법 사용법과 실태 등에 대해 진행됐다.
“이번에 진행된 충남지역 조사는 전국조사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크게 산간지역과 해안지역으로 나눠서 산간지역에 해당하는 계룡산과 칠갑산 도립공원 일대를 조사했고, 해안지역으로는 태안 해안 국립공원지역 및 기타 섬지역들을 대상으로 했어요. 총 27개 마을에서 114명의 민간요법 보유자들을 만나서 1천474건의 민간요법을 채록해서 정리했습니다. 호흡계, 순환계, 비뇨생식기계, 부인소아과 등 16개 분류로 나누고 사용된 약재나 도구별로 색인을 만들어서 찾아보기 쉽도록 정리했죠.”
사실 일반 대중의 생각에 민간요법은 결국 민간요법으로 그칠 것 같지만 실제로 상당수의 민간요법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 의료분야에서도 민간요법에서 힌트를 얻은 후 과학적 검증을 거쳐 새로운 치료기술이 개발된 사례들이 꽤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아스피린을 들 수 있어요. 해열 진통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아스피린은 이집트 파피루스에 효능이 적혀 있을 만큼 오래 전부터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살리실산이라고 하는 유효성분을 찾아내 대량생산이 시작됐고 그게 바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아스피린이에요. 최근에는 개구리가 부드러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점액에 포함된 라날렉신(ranalexin)이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슈퍼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차세대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죠.”
이상훈 박사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말린 개구리를 참기름에 개어 상처에 바르는 방법이 민간요법으로 쓰여 왔고, 이탈리아에서는 입안에 상처가 났을 때 작은 개구리를 물고 있는 민간요법이 사용되곤 했다”며 “얼핏 보기에는 아무 효과가 없을 것 같지만 이러한 민간요법이 과학적 연구를 거쳐서 새로운 의료기술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보고서에서는 16가지 질환분류만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본 연구에서 개발하고 있는 DB에서는 질환 분류뿐 아니라 향후 전통지식과 관련한 지식재산권 분쟁 등에 대응하기 위해 IPC특허코드 분류, 한국전통지식자원분류(KTKRC, Korean Traditional Knowledge Resource Classification) 전통지식 분류코드 등을 함께 분류해놓고 있다. 사용되는 재료별, 요법별, 조사 지역별로 각각의 분류를 통해 향후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일반인에 비공개로 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 역시 추후 대중에게 점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민간요법에 대한 보고서를 편찬하는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 구전 전통의료지식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상훈 박사는 보고서 발행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전통의료지식을 지키고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의 흐름을 짚어줬다.
“지난 2010년 10월 31일 일본에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됐습니다. 예전에는 석유나 석탄, 금속 같은 지하자원만 자원으로 인정을 받았다면 이제는 한국의 고유한 식물이나 동물 같은 생물자원도 생물 유전자원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거죠. 더불어 그러한 유전자원과 관련된 전통지식 또한 보호받을 수 있게 됐고요.
예를 들어 한국인이 새우젓을 소화불량에 사용해왔다는 기록이 있으면 향후 외국에서 새우젓에서 소화제를 개발했을 때 한국의 전통 지식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개런티를 지불하도록 바뀐 것이죠. 그래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전통지식을 최대한 많이, 빨리 보존해서 증거를 남기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또한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한국 전통지식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관련 전통지식인 민간요법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따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2011년도부터 5차년에 걸쳐서 민간요법 보존사업을 실시, 충남지역은 2012년도 2차년도 조사대상으로 선정돼 현장 방문조사를 통해 민간요법이 정리됐다.
각 지역별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다른 만큼 질병이나 상해에 대응하는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이 박사는 “민간요법을 조사하다 보면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자연환경과 관련된 민간요법이 조사되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계룡산일대 민간요법의 경우 ‘밤’과 관련된 요법들이 많이 조사됐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면 지네에 물렸을 때 다른 지역은 물린 부위를 계란에 담그라고 이야기하는 데 반해 충남 지역에서는 밤의 속껍질을 으깨서 바르라고 권유합니다. 충남지역 내부에서도 해안가 지역은 소화불량에 새우젓을 사용하고 속쓰림에는 굴 껍질을 갈아 마시는 요법이 있지만 내륙지역은 전혀 다른 방법을 제시하죠. 이처럼 충남 내에서도 내륙지방과 해안지방의 민간요법은 모두 달라요.”
“민간요법 보유자, 점점 사라져 시급함 느끼죠”
방대한 분량의 민간의료요법을 한 권의 보고서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 조사와 취재가 관건이다. 저장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문서화 작업으로 옮기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야 하는데, 이 박사는 이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며 조사과정을 회고했다.
“일단 민간요법 보유자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세요. 그러다보니 봄에 찾아가 조사한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가을에 다시 찾아갔더니 돌아가신 경우가 대단히 많았어요. 조사를 하다가 약장사로 오해를 받아 쫓겨나기도 하고 기독교 신앙이 투철하신 몇몇 분들은 ‘민간요법은 미신’이라며 알고 있는 것을 말씀하시지 않으시더군요. 민간 요법을 이야기하는 순간 미신을 믿는 사람으로 오해받을까봐 걱정하신 거죠. 그런 분들을 설득하는 데 굉장히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뿐만이 아니다. 민간의료요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이다 보니 이들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 박사는 “각 지역의 방언을 이해하고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과거에는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약재였지만 현재는 사라져버린 약재들을 활용한 민간요법의 경우에도 어떤 약재를 사용했는지 조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간요법 조사는 의약 관련 전통지식에 대한 내용과 주변에 널려 있는 생물자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인의 단순한 구술채록만으로는 수준 높은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약용 식물 및 동물 등에 대한 지식을 가진 생물분류학 전문가, 그리고 한의학 지식을 가진 한의학 전문가 등이 함께 연구에 참여해야 하는 다학제적 조사 작업인 것이다.
때문에 연구팀은 여러 단계의 조사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민간요법 및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적 농축임어업 등의 자료를 선행적으로 조사했다. 이어 현장조사 전문가가 방문조사를 실시, 질적 연구 방법을 통해 수행한 1차 자료를 기반으로 다시 생물분류학 전문가와 한의학 전문가들이 검토 후에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들은 보완 작업을 거쳤다.
전통의료지식을 지키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더욱 활발한 전국조사가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이 박사는 “민간요법 지식의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대규모 전국조사가 매우 필요하다”며 “조사된 내용을 생물분류 전문가들과 한의학 전문가들을 통해서 재분류하고 정리해내는 작업 역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특허청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지식을 DB화 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농촌 전통지식이나 산림 관련 전통지식 등을 각 부처에서 부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특허청의 한의학 DB는 문헌에 기반을 둔 데이터베이스이고 농촌 전통지식과 산림이나 식물자원을 조사하면서 함께 조사하는 전통지식은 아무래도 의약관련 전통지식으로 전문화되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현재 빠른 속도로 전통의약 지식이 소멸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예산과 노력만으로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향후 20년 안에 대규모의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 박사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김치 유산균을 세계적 식품기업인 ‘네슬레’에 침해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우리는 김치 유산균이 당연히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는 해당 유산균을 특허로 출원했고, 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네슬레가 소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전통지식이라 하더라도 해외 기업이 특허출원을 낼 경우 재산권이 일순간 넘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민간요법 집대성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향후 지식자원 강국이 되기 위한 콘텐츠로 민간요법의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의료적, 신약개발 차원에서 전통지식이 보존되고 다양하게 활용되는 게 중요해요. 보고서가 잘 정리된다면 한국 지식자원으로 등재되면서 해외 제약회사나 화장품회사 등이 국내 전통지식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겠죠.”
이 박사가 속한 연구그룹은 올해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민간요법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상훈 박사는 “내년에는 서울과 기타 누락지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총 5차년에 걸친 전국 민간요법 1차 발굴조사를 마칠 것”이라며 “2016년부터 다시 2차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벌에 쏘였을 때는 환부에 된장을 바르면 빨리 회복된다.”
감기 등의 질병을 앓거나 벌 등에 쏘여 피부가 부어오를 때 어른들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한두 번은 들었을 것이다. 일명 ‘민간요법’으로 불리는 구전 치료법은 예로부터 대대로 전해오면서 대중 사이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확실한 신뢰도는 갖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벌에 쏘인 환부에 된장을 바르는 것은 높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된장은 그 자체로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벌독의 산성 성분을 중화시켜 주고 염도가 매우 높아 벌독으로 인한 부종을 가라앉히는 데도 일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구전으로 전승되는 의료요법에 대해 국내 연구그룹이 충남지역 민간요법을 질환별로 분류‧정리한 보고서를 발행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침구경락연구그룹이 1천여 건의 충남지역 민간요법을 효능과 안전성 위주로 검증하고 근거를 확보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의학연구원은 구전 전통지식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입장이다.
민간요법, 질환별로 분류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지난 2011년부터 민간요법 활용기반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충남지역의 민간요법을 한 곳에 정리한 ‘한국 민간요법 발굴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간요법 발굴보존과 DB 구축을 위한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사업은 지식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 전통지식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 관련 전통지식인 민간요법의 소멸을 방지하고 해외침탈로부터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시작했습니다. 올해로 3년째 민간요법 보존을 위해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데 해가 다르게 지식 보유자인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있어요. 이에 따라 보존대상인 민간요법 또한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죠. 이러한 이유로 이 사업은 매우 특수하게 분류되며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어요. 시급성을 요하기 때문이죠.”
민간요법이란 이름 그대로 예부터 민간에서 생활 경험이나 구전, 가계전승을 통해 내려오는 치료법을 의미한다. 이상훈 박사팀은 충남의 지역성이 대별되는 서해와 인접한 태안, 원산도, 서산을 비롯해 계룡산국립공원 및 칠갑산도립공원 권역에 속하는 공주, 논산, 대전, 계룡, 청양, 부여 등 총 9개 지역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심층면담방법으로 이뤄진 조사는 지역주민의 전통민간요법 사용법과 실태 등에 대해 진행됐다.
“이번에 진행된 충남지역 조사는 전국조사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크게 산간지역과 해안지역으로 나눠서 산간지역에 해당하는 계룡산과 칠갑산 도립공원 일대를 조사했고, 해안지역으로는 태안 해안 국립공원지역 및 기타 섬지역들을 대상으로 했어요. 총 27개 마을에서 114명의 민간요법 보유자들을 만나서 1천474건의 민간요법을 채록해서 정리했습니다. 호흡계, 순환계, 비뇨생식기계, 부인소아과 등 16개 분류로 나누고 사용된 약재나 도구별로 색인을 만들어서 찾아보기 쉽도록 정리했죠.”
사실 일반 대중의 생각에 민간요법은 결국 민간요법으로 그칠 것 같지만 실제로 상당수의 민간요법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 의료분야에서도 민간요법에서 힌트를 얻은 후 과학적 검증을 거쳐 새로운 치료기술이 개발된 사례들이 꽤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아스피린을 들 수 있어요. 해열 진통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아스피린은 이집트 파피루스에 효능이 적혀 있을 만큼 오래 전부터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살리실산이라고 하는 유효성분을 찾아내 대량생산이 시작됐고 그게 바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아스피린이에요. 최근에는 개구리가 부드러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점액에 포함된 라날렉신(ranalexin)이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슈퍼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차세대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죠.”
이상훈 박사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말린 개구리를 참기름에 개어 상처에 바르는 방법이 민간요법으로 쓰여 왔고, 이탈리아에서는 입안에 상처가 났을 때 작은 개구리를 물고 있는 민간요법이 사용되곤 했다”며 “얼핏 보기에는 아무 효과가 없을 것 같지만 이러한 민간요법이 과학적 연구를 거쳐서 새로운 의료기술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보고서에서는 16가지 질환분류만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본 연구에서 개발하고 있는 DB에서는 질환 분류뿐 아니라 향후 전통지식과 관련한 지식재산권 분쟁 등에 대응하기 위해 IPC특허코드 분류, 한국전통지식자원분류(KTKRC, Korean Traditional Knowledge Resource Classification) 전통지식 분류코드 등을 함께 분류해놓고 있다. 사용되는 재료별, 요법별, 조사 지역별로 각각의 분류를 통해 향후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는 일반인에 비공개로 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 역시 추후 대중에게 점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민간요법에 대한 보고서를 편찬하는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 구전 전통의료지식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상훈 박사는 보고서 발행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전통의료지식을 지키고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의 흐름을 짚어줬다.
“지난 2010년 10월 31일 일본에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됐습니다. 예전에는 석유나 석탄, 금속 같은 지하자원만 자원으로 인정을 받았다면 이제는 한국의 고유한 식물이나 동물 같은 생물자원도 생물 유전자원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거죠. 더불어 그러한 유전자원과 관련된 전통지식 또한 보호받을 수 있게 됐고요.
예를 들어 한국인이 새우젓을 소화불량에 사용해왔다는 기록이 있으면 향후 외국에서 새우젓에서 소화제를 개발했을 때 한국의 전통 지식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개런티를 지불하도록 바뀐 것이죠. 그래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전통지식을 최대한 많이, 빨리 보존해서 증거를 남기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또한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한국 전통지식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관련 전통지식인 민간요법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따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2011년도부터 5차년에 걸쳐서 민간요법 보존사업을 실시, 충남지역은 2012년도 2차년도 조사대상으로 선정돼 현장 방문조사를 통해 민간요법이 정리됐다.
각 지역별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다른 만큼 질병이나 상해에 대응하는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이 박사는 “민간요법을 조사하다 보면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자연환경과 관련된 민간요법이 조사되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계룡산일대 민간요법의 경우 ‘밤’과 관련된 요법들이 많이 조사됐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면 지네에 물렸을 때 다른 지역은 물린 부위를 계란에 담그라고 이야기하는 데 반해 충남 지역에서는 밤의 속껍질을 으깨서 바르라고 권유합니다. 충남지역 내부에서도 해안가 지역은 소화불량에 새우젓을 사용하고 속쓰림에는 굴 껍질을 갈아 마시는 요법이 있지만 내륙지역은 전혀 다른 방법을 제시하죠. 이처럼 충남 내에서도 내륙지방과 해안지방의 민간요법은 모두 달라요.”
“민간요법 보유자, 점점 사라져 시급함 느끼죠”
방대한 분량의 민간의료요법을 한 권의 보고서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 조사와 취재가 관건이다. 저장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문서화 작업으로 옮기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야 하는데, 이 박사는 이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며 조사과정을 회고했다.
“일단 민간요법 보유자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세요. 그러다보니 봄에 찾아가 조사한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가을에 다시 찾아갔더니 돌아가신 경우가 대단히 많았어요. 조사를 하다가 약장사로 오해를 받아 쫓겨나기도 하고 기독교 신앙이 투철하신 몇몇 분들은 ‘민간요법은 미신’이라며 알고 있는 것을 말씀하시지 않으시더군요. 민간 요법을 이야기하는 순간 미신을 믿는 사람으로 오해받을까봐 걱정하신 거죠. 그런 분들을 설득하는 데 굉장히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뿐만이 아니다. 민간의료요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이다 보니 이들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 박사는 “각 지역의 방언을 이해하고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과거에는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약재였지만 현재는 사라져버린 약재들을 활용한 민간요법의 경우에도 어떤 약재를 사용했는지 조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간요법 조사는 의약 관련 전통지식에 대한 내용과 주변에 널려 있는 생물자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인의 단순한 구술채록만으로는 수준 높은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약용 식물 및 동물 등에 대한 지식을 가진 생물분류학 전문가, 그리고 한의학 지식을 가진 한의학 전문가 등이 함께 연구에 참여해야 하는 다학제적 조사 작업인 것이다.
때문에 연구팀은 여러 단계의 조사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민간요법 및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적 농축임어업 등의 자료를 선행적으로 조사했다. 이어 현장조사 전문가가 방문조사를 실시, 질적 연구 방법을 통해 수행한 1차 자료를 기반으로 다시 생물분류학 전문가와 한의학 전문가들이 검토 후에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들은 보완 작업을 거쳤다.
전통의료지식을 지키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더욱 활발한 전국조사가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이 박사는 “민간요법 지식의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대규모 전국조사가 매우 필요하다”며 “조사된 내용을 생물분류 전문가들과 한의학 전문가들을 통해서 재분류하고 정리해내는 작업 역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특허청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지식을 DB화 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농촌 전통지식이나 산림 관련 전통지식 등을 각 부처에서 부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특허청의 한의학 DB는 문헌에 기반을 둔 데이터베이스이고 농촌 전통지식과 산림이나 식물자원을 조사하면서 함께 조사하는 전통지식은 아무래도 의약관련 전통지식으로 전문화되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현재 빠른 속도로 전통의약 지식이 소멸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예산과 노력만으로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향후 20년 안에 대규모의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 박사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김치 유산균을 세계적 식품기업인 ‘네슬레’에 침해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우리는 김치 유산균이 당연히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는 해당 유산균을 특허로 출원했고, 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네슬레가 소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전통지식이라 하더라도 해외 기업이 특허출원을 낼 경우 재산권이 일순간 넘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민간요법 집대성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향후 지식자원 강국이 되기 위한 콘텐츠로 민간요법의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의료적, 신약개발 차원에서 전통지식이 보존되고 다양하게 활용되는 게 중요해요. 보고서가 잘 정리된다면 한국 지식자원으로 등재되면서 해외 제약회사나 화장품회사 등이 국내 전통지식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겠죠.”
이 박사가 속한 연구그룹은 올해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민간요법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상훈 박사는 “내년에는 서울과 기타 누락지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총 5차년에 걸친 전국 민간요법 1차 발굴조사를 마칠 것”이라며 “2016년부터 다시 2차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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