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해마’에 대해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어떤 사람들은 바다에 살며 말을 닮은 해양생물인 해마(海馬)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뇌 속에서 기억의 저장과 상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체기관인 해마(hippocampus)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뇌 속에 있는 신체기관인 해마의 이름이 해양생물인 해마(海馬)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해도 틀린 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해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여러 연구를 통해 뇌 속에 있는 해마가 기억과 관련되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해마는 뇌의 다른 부위로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원심성 신경섬유 역할을 하며, 학습과 기억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감정 행동 및 일부 운동을 조절하며, 시상하부의 기능 역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해마의 위치와도 관련이 있다. 해마는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기관인 변연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해마가 잘려나갈 경우 인간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최근 ‘환자 H.M’으로 알려져 있는 헨리 몰라이슨의 뇌가 디지털로 복원되면서 기억과 학습에 관련된 뇌 연구 분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과학전문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표된 연구결과이다.
헨리 몰라이슨은 만성적인 간질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서 1953년 뇌수술을 받게 된다. 미국 하트퍼드 병원의 신경외과의사인 윌리엄 비처 스코빌 교수가 당시 그의 수술을 맡았다. 스코빌 박사는 그의 발작이 좌우 중앙 측두엽의 일부 뇌 조직에서 기인했다고 판단, 해당 부위를 주먹 크기만큼 제거하였다.
수술 후 간질은 대부분 치유되었으나, 문제는 잘려나간 뇌 부위에 해마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기억에 관여하는 부위인 해마가 제거되면서 몰라이슨은 더이상 새로운 기억을 저장할 수 없게 되었다. 수술 이후 만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새로 겪은 경험들을 모두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몰라이슨은 1953년에 갇혀 살게 된 것이다. 방금 전 일어난 일조차 기억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습 효과가 없었다. 따라서 평생 같은 질문과 행동을 되풀이하는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신경과학자들은 그의 일생을 통해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외현기억과 절차기억 간의 차이점이었다. 경험과 새로운 정보를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외현기억과 작업 능력에 대한 무의식적인 절차기억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해마가 제거된 몰라이슨의 일생을 통해서 해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해마는 대체로 장기기억과 외현기억을 부호화하는 책임을 지고 있으나, 단기기억이나 절차기억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이는 기억을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눈 큰 의학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몰라이슨 개인의 일생은 불행하였지만, 그로 인해서 뇌과학은 한층 더 발달할 수 있었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해마가 자라는 것
종종 어릴 때 잠을 유독 많이 자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두뇌발달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좋다. 잠자는 시간이 긴 아이의 뇌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일본신경과학회의에서 발표된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4년간 5세에서 18세 사이 건강한 어린이 290명의 평균 수면 시간과 함께 해마의 부피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평균 수면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어린이는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인 어린이에 비해 해마의 크기가 10%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의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은 더 많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 나아가 고도의 사색기능이나 판단하는 기능, 창조적인 정신기능 등 고등 정신 활동을 더 활발히 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릴 때 아이가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 속에서 기억 형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해마를 비롯하여 뇌와 관련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뇌는 신체에서 굉장히 신비로운 기관이기 때문이다. 최근 MIT 신경과학자들이 뇌의 두 신경 회로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또 뇌 속에서는 두 감각이 어떻게 연결되어 기억을 형성하는지에 대해 발표하였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동차 바퀴가 미끄러지는 타이어 소리 뒤에는 자동차 사고가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조치를 취해야 할 때, 뇌가 작동하는 방법이다. 미끄러지는 소리 뒤에 사고가 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기에 대비하도록 몸을 보호하는 작업을 작동하도록 뇌가 지시하는 것이다.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된 이번 논문에 따르면, 뇌에서는 약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일어나는 일들을 서로 연관짓는다고 한다. 뇌에 의한 두 감각 회로의 상호작용은 뇌가 공포에 의해 쉽게 마비되며, 다른 위협에 방심하거나 부주의 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해마는 전뇌의 변연계에 속한다. 변연계(limbic system)는 뇌의 중심부에서 원처럼 도는 회로를 말하는데, 대뇌 피질에 의해 완전히 둘러싸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변연계는 본능적인 행동과 정서 감정을 주재하는 기구이며 행동의 의욕과 학습, 기억과정에도 같이 관여한다.
다시 말해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이 바로 변연계이며, 이 변연계 중에서도 언어적 기억과 의식적 기억, 특히 쾌감을 담당하는 소기관이 바로 ‘해마’(hippocampus)이다. 그래서 해마는 뇌에서 신경단위세포가 생성되는 몇 안 되는 영역 가운데 하나로, 인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기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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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2-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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