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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02-03

심근경색 진단, 빠르고 정확해진다 [인터뷰] 주재범 한양대 생명나노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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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전체 사망자의 원인별 사망률에서 암(악성신생물)이 1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2위로, 뇌질환을 제치고 심혈관질환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심혈관질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으로 불리는 허혈성 질환으로 이러한 이유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역시 79만 명으로 2003년에 비해 58.4%나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심근경색(AMI)의 경우 미국 심장볍협회에 따르면 발병 후 조기 진단이 임상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자각증상 이후 2시간 내에 응급조치가 필수인데 빠른 시간 내에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15분 내에 바이오마커 검출 可

▲ 주재범 한양대 생명나노공학과 교수 ⓒ주재범

국내 연구진이 급성심근경색을 현재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주재범 한양대 생명나노공학과 교수와 전향아 박사, 윤수영 고려대 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해당 연구결과는 영국 왕립화학회(RSC)에서 출간하는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스(Chemical Communications)> 지 1월 10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2월 프린트 판 표지 논문으로도 게재될 예정이다.

급성심근경색(Acute Myocardial Infarction, AMI) 이란 관상동맥이 막혀 혈액을 공급받는 심장근육이 손상을 입는 질환을 의미한다. 한 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환자가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일 정도로 다른 질병에 비해 조기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질환이다.

현재까지 심근경색 치료를 위해서는 X레이나 심전도 등 기본검사, 심장초음파 등 정밀검사와 별개로 보다 신속한 진단이 가능한 혈액진단 방법이 진행됐다. 현재 사용되는 심근경색 진단기기로는 혈액 속 바이오마커를 형광전이 기술을 이용해 진단하는 것으로 각각의 마커당 약 15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심근경색의 확진은 X-ray와 심전도 등 기본 검사, 심장 초음파와 CT 등의 정밀검사로 결정됩니다. 그러나 일상적인 혈액검사로 심근경색의 징후를 예견하기 위해 최근에는 혈액검사 방법으로 사전 진단을 하기도 해요. 임상적으로 심근경색을 유발하는 ‘트로포닌 I(cTnI)’와 ‘CK-MB’, ‘마이어글로빈’ 같은 바이오마커들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죠.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 심근경색 진단기는 미국의 바이오사이트(Biosite) 사에서 개발해 상용화되고 있으며 현재 대학병원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은 한 번에 하나의 마커에 대해서만 검출할 수 있었고 검출 한계도 1~10ng/mL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저희 연구팀은 15분 이내에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죠.”

주재범 교수가 언급한 ‘CK-MB’와 ‘cTnI’는 심근경색 진단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다. 바이오마커의 농도를 결정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사이트(Biosite) 사에서 형광전이 현상을 이용한 심근경색 진단기기가 널리 보급됐지만 여러 개의 마커를 동시에 검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심근경색의 조기진단을 더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속도가 빨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시에 두 개의 마커를 검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기존에는 검출 한계도 1~10ng/mL 불과했기 때문에 이를 10-100 ng/mL 수준으로 조기 진단하려면 더욱 낮은 농도의 검출 기술이 필요했어요. 저희 연구팀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나노 광센서 기술을 이용해 현재보다 10-100배 정도의 감도로 동시에 두 마커를 15분 이내에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즉, 감도는 10-100 배, 검출 시간은 1/2 수준이 됐다고 보면 되는 거죠.”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재범 교수팀은 꾸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노플라즈모닉스(또는 SERS) 기술을 고감도 바이오검출에 응용하는 기술을 연구해 왔습니다. 나노입자 표면에 특정 타깃 바이오분자를 결합시켜 증폭된 광시그널을 측정하면 매우 낮은 농도의 마커 농도도 측정이 가능해요. 또한 기존 의료진단에 널리 활용되는 형광 측정 기술보다 측정 밴드의 폭이 좁아 여러 개의 시그널을 동시에 측정하는 게 용이하죠. 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능성 나노입자 제조나 표면처리, 광 측정 기술과 같은 핵심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연구해 왔어요. 이에 따라 최근 2~3년 전부터 혈액 진단분야에서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죠”

공학자와 임상의료진의 공동연구

▲ 자성 나노입자와 금 나노입자를 이용한 경쟁반응(검출시간 15분 소요) ⓒ한국연구재단

이번 연구는 그 성과도 주목 받을 만하지만 나노공학자와 임상의료진 간의 공동 융합연구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공학 분야의 나노광센서 기술과 의학 분야의 바이오마커 기술이 결합한 공학-의학 융합연구 성과로 대표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암과 심혈관 질환 등 난치성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의 시작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양대학교에서 선도연구센터가 출범하며 함께 시작한 연구로, 당시 이곳 센터는 신용카드보다 작은 크기의 칩에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려 각종 질병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더불어 나노, 광학, 센서 기술들이 융합된 공학기술을 이용해 기존 혈액 진단 기술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신개념 의료진단용 바이오마커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의료진단용 바이오마커 분석시스템 개발은 기술적 측면에서 보자면 공학기술이지만 반드시 정확한 의학 지식이 동반돼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즉 엔지니어와 의사의 협업이 필수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본 센터는 13명의 공학자와 5명의 의학자로 구성돼 있어요. 의학자들과 심장외과, 진단검사과 등 임상의와 기초의학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공대 교수진 역시 재료와 화공, 생명, 나노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들로 구성된 전형적인 융합 연구진입니다.”

융합연구의 가장 큰 난점은 초기 협업과정상의 조율이라고 이야기 한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와 전문용어가 다른 만큼 이에 대한 개념을 좁히는 작업만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주재범 교수 역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융합연구의 과정을 이야기 했다.

“융합연구 특성상 초기에는 연구자들 간의 협업이 쉽지 않아요. 더군다나 공학과 의학 분야인 만큼 서로 사용하는 용어가 얼마나 달랐겠습니까. (웃음) 각각 사용하는 용어조차 다르다보니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매월 나노메디슨연구회를 열어 토론을 벌이면서 보다 원활한 소통채널을 만들어 나갔어요. 더불어 연구소와 대학, 기업들로 구성된 산학연 그룹 연구회도 만들어 교류에 힘쓰고 있죠.”

융합연구의 어려움도 존재했지만 하드웨어적으로 최첨단 혈액분석 진단 시스템을 사업화할 만한 국내 기업체가 한정돼 있다는 것 역시 큰 난점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주재범 교수는 앞으로 연구성과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업체를 직접 찾아 나설 계획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난치성 질환인 심근경색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나노광센싱 기술을 개발했다는데 큰 학술적 의의가 있어요. 앞으로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크게 두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먼저 본 기술을 이용해 좀 더 많은 종류의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검출해 진단 신뢰성을 높일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혈액 분석을 소형화 진단시스템에서 구현할 수 있는 미세유체공학(microfluidics) 기반의 통합형 SERS 광학센싱 시스템을 구현할 예정입니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혈액분석을 통해 난치성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현장진단 (point-of-care, POC)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술은 앞으로 전립선암과 류마티스 자가항체, 성조숙증 진단마커의 다중검출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주재범 교수는 임상에서 다양하게 테스트하는 동시에 광학 전문 기업체와 공동으로 나노 의료진단 광센서를 개발해 상용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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