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400년 전 조선에 떨어진 외계인이 지금까지 살고 있으며, 지금의 톱스타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캐릭터가 있다.
바로 ‘소시오패스’를 앓고 있는 캐릭터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착한 사람이지만, 뒤에서는 나쁜 짓을 서슴없이 한다. 중요한 것은 나쁜 짓을 하면서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 캐릭터는 늘 “건강 조심해”라고 하지만, 그냥 하는 말일 뿐이다.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하나로 사이코패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두 질환은 닮은 것 같지만 다른 질환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범행을 하는 데 있어 그것을 ‘인지’하는 방식이다.
▲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는 일상 생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공격적인 성향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기가 생기게 되면 그것이 드러나게 되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Science Times
소시오패스(sociopath)는 사회를 뜻하는 소시오(soci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가 합쳐져 만들어진 개념이다. 반(反)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이다. 반사회적인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없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잘못된 행동이란 것을 알면서도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잘못된 행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사이코패스와는 구별된다.
미국 정신분석학회에서는 소시오패스를 ‘법규 무시·인권침해 행위 등을 반복해서 저지르는 정신질환(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또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 기준인 DSM-IV-TR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오래 나타난다.
만 18세 이상이면서 △반복적인 범법행위로 체포되는 등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으며 △자신의 이익과 쾌락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기성이 있으며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이어서 몸싸움이나 타인을 공격하는 일을 반복하면서도 이를 합리화 하는 특징이 있다.
전혀 양심의 가책 없이, 그것이 범죄 행위임을 인지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바로 소시오패스이다. 그리고 온라인 공간이 점차 확대되자 가상공간에서도 소시오패스 행태를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두고 ‘사이버패스’(cyberpath)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소시오패스와 마찬가지로 반사회적 인격장애 질환 중 하나이다. 하지만 평소 정신병질이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크게 당황한다.
미국 브르크하멜국립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 환자들은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일반인의 1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는다. 고통에 무감각하기 때문에 저지른 죄를 인지하지 못하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는 1920년대 독일의 쿠르트 슈나이트(Kurt Schneider)가 처음 소개한 개념인데, 발정·광신·자기현시·의지결여·폭발적 성격·무기력 등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공격적 성향을 억제하는 세로토닌이 부족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가 반드시 범죄자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폴 바비악과 로버트 D. 헤어는 <직장으로 간 사이버패스>라는 저서에서, 남다른 지능과 포장술 등으로 주위 사람들을 조종하여 조직과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화이트컬러 사이코패스’를 ‘양복을 입은 뱀’(Snakes in Suits)으로 비유했다.
‘추격자’ 혹은 ‘케빈에 대하여’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는 대중문화 산업에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일상에서는 정상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뒤에서 보여주는 공격성은 일종의 반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전은 극적으로 그려지면서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주축이 되기도 한다.
사이코패스를 다룬 영화는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한국 영화인 ‘추격자’이다. 2008년 개봉한 영화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희대의 살인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지영민이라는 가상인물이 벌인 연쇄 살인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 동네에서 여자들이 계속 실종되자 이를 찾아 헤매던 전직 형사가 지영민을 검거하게 되고, 지영민은 경찰에서 실종된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고 밝힌다. 이때 지영민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서술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태연하게 설명한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소시오패스를 다룬 영화도 있다.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이다. 2012년 개봉한 영화로,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가 에바에게 어느날 갑자기 원치않는 임신으로 인해 생긴 아들 케빈에 대한 이야기이다. 케빈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순한 양같이 행동하지만, 에바 앞에서는 매우 공격적이 충동적인 행동들을 그린다.
케빈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들은 단순히 어린 아이가 ADHD 증후군의 일종으로 보이는 행동이라고 하기엔 과도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는 케빈이 아기 때부터 어머니에 대한 깊은 분노와 적개심으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이며, 나중에는 살인과 같은 끔찍한 일을 벌인다. 이러한 행동을 하면서도 인지를 못하는 것, 바로 소시오패스의 모습을 보인다.
사이코패스는 심리학적 정신질환으로, 소시오패스는 사회학적 정신질환으로 구별하는 것이 쉽다. 사이코패스의 경우에는 선천적인 문제에 의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잘못을 깨닫지 못해 치료가 어렵지만, 소시오패스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심리상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연령 증가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반사회적 행동이 오히려 사회 생활과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상당수가 행동을 교정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