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의 최적세포로 여겨지고 있는 만능줄기세포. 만능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세포 분열능력과 분화력이 무한하고 인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세포치료를 위한 충분한 수의 다양한 세포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미분화 만능줄기세포가 세포치료 과정에 혼재돼 환자의 장기에 이식됐을 경우, 무한 증식에 의해 ‘기형종’이라는 만능줄기세포 특유의 양성 종양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미분화 만능줄기세포에 의한 기형종 형성은 만능줄기세포에 의한 세포치료의 임상적용에서 가장 큰 위험요소다. 때문에 이러한 기형종 형성을 억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차혁진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김광수 하버드 대학교 교수, 이미옥 생명연 박사 등이 공동으로 기형종을 형성할 수 있는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화합물을 찾아냈다.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학술원회(PNAS)’ 지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세포사멸억제 유전자(BIRC5) 확인
‘전분화성’이란 성체줄기세포의 ‘제한된 분화성’과 달리 인체를 구성하는 약 260여 가지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해요. 따라서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기원이 어디인지에 따라 분화할 수 있는 세포가 제한적이지만, 만능줄기세포는 심장근육과 혈관, 면역세포, 연골세포, 신경세포, 피부세포 등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죠.”
해당 연구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에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세포의 성장능력이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종양세포처럼 무한정하게 분열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수의 만능줄기세포만으로도 체외 배양을 통해 세포 치료에 필요한 수만큼 분열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분화성 연구는 아직 진행중이다. 전분화성을 유지하는 미분화 만능줄기세포에 대한 실마리가 풀려야 줄기세포 연구가 실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세포치료를 진행할 때는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를 다양한 조작을 통해 원하는 세포로 분화를 유도하며 시작한다. 그러나 분화가 원하는대로 100% 이뤄지지 않는다. 그로 인해 제대로 분화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 그리고 분화되지 않은 ‘미분화 만능줄기세포’가 혼재하게 된다.
“분화 후에도 남아 있을 수 있는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는 종양세포와 같이 무한 분열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세포 치료 과정에서 몸속에 들어가게 되면 몸 안에서 종양세포와 같이 무한 분열하죠.
이것은 큰 위험을 수반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조직 재생을 위해 만능줄기세포에서 간세포를 만들어 간에 이식할 경우 간 조직 재생과 함께 간에 기형종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며 세포 치료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죠.”
차혁진 교수팀은 세포 분화를 유도할 때 미분화 만능줄기세포에서만 특이하게 많이 발현되는 세포사멸억제 유전자(BIRC5)를 확인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화합물 ‘쿠어세틴’과 ‘YM155’을 발굴해 냈다.
더불어 두 화합물이 치료에 필요한 분화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줄기세포치료에 위험할 수 있는 잔류 미분화 줄기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후보물질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선택적 세포사멸 유도해 기형종 형성 억제
“만능줄기세포의 경우 체외에서 배양하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이것은 만능줄기세포를 체외 배양하시는 모든 분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죠. 일반 종양세포는 초보자들도 조금만 훈련을 하면 쉽게 체외 배양을 할 수 있지만 만능줄기세포의 경우 문제없이 체외 배양을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동안 공을 들여야 해요.
가장 큰 이유는 만능줄기세포가 잘 사멸하기 때문입니다. 체외 배양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pH의 변화, 온도와 진동 등에도 잘 죽거든요. 이러한 스트레스 중에서도 만능줄기세포 DNA에 손상을 가하는 자극에는 더욱 잘 죽는데, 저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 만능줄기세포가 잘 죽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차혁진 교수는 세포를 잘 죽게 만드는 유전자 상황에서도 세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반대로 일부 만능줄기세포에서만 높게 발현되는 세포를 죽지 않게 해주는 유전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경우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만을 죽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만능줄기세포에서만 높게 발현되는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를 발현하지 못하게 하면 저절로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 BIRC5와 BCL10이라는 2종의 만능줄기세포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만능줄기세포 연구는 세포치료에 대한 높은 기대감 때문에 기형종 형성의 위험에 대해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내용이다. 만능줄기세포에 자살 유전자를 넣어 특정시기에 자살 유전자 발현을 유도, 세포를 죽게 하거나 만능줄기세포의 표면 표지자 단백질 항체를 이용해 분리하는 방법들이 시도되곤 했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들은 한계가 있었어요. 자살 유전자를 이용한 경우는 임상에 적용하는 줄기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하는 것이므로 실용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고, 만능줄기세포 표면 표지자 단백질의 항체를 이용할 경우 항체에 의한 분리 또는 세포 사멸이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아 완벽한 제거는 어려웠어요.”
차혁진 교수팀은 쿠어세틴과 YM155의 정상세포에 대한 생존 및 기능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만능줄기세포와 만능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세포 1백만 개를 각각 1:1 로 섞어 동물모델에 이식할 경우 기형종이 생겼지만 쿠어세틴 또는 YM155를 전 처리하고 이식할 경우 기형종이 생기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차혁진 교수가 지난 2007년부터 차의과학대학교 줄기세포 연구소에서 ‘줄기세포 신호전달 연구실’을 시작으로 진행한 내용이다. 2008년 브록스마이어 박사 연구팀에 발표한 논문을 읽었는데 문득, 만능줄기세포도 ‘Survivin’ 을 타깃으로 하면 좋은 항암제와 같이 항줄기세포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만능줄기세포의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를 발굴하고 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화합물로 만능줄기세포의 선택적 세포사멸을 유도해 기형종 형성을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들을 추가적으로 찾게 되면 만능줄기세포의 선택적 세포사멸을 유도할 수 있는 신규 화합물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분화된 정상세포의 기능과 생존에는 영향이 적고 미분화 만능줄기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면 세포 치료 후 기형종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3-08-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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