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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3-07-18

암세포 자살 막는 단백질 발견 [인터뷰] 허강민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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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는 소멸과 생성을 반복한다. 만약 세포가 스스로 ‘자살’ 을 하지 않고 계속 생존하게 되면 나중에는 세포가 과다하게 증식할 수 있다. 의학 분야에서는 이처럼 과다하게 증식한 세포를 ‘암’ 이라고 이야기한다.

암세포의 자살을 막는 단백질 연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진행됐다. 허강민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의 자살을 막음으로써 암세포 성장과 전이를 촉진시키는 유전자 조절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밝힌 것이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지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 허강민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ScienceTimes

암세포 치료? 스스로 죽게 하면 된다

“우리의 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면 적절한 시기에 ‘자살’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포 과잉으로 인체 균형이 깨지고 말아요. 예를 들어 개구리 성장 과정에서도 손가락이 하나 하나 나온다는 것은, 손가락 사이의 세포들이 자살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도 마찬가지에요. 강력한 자외선이 피부를 뚫고 DNA와 결합하며 세포를 손상시켜요. 정상적인 균형이 일어나는 인체라면, 이 세포들은 모두 죽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유전자가 변형된 DNA 로 살아가게 되거든요. 결국 그게 암이 되는 것이고요. 세포는 반드시 삶과 죽음을 넘나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죽지 못하는, 즉 손상된 세포가 ‘자살’을 못하도록 방해하는 단백질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Nz-κB(kappa B)’ 라는 단백질로, 사멸을 억제하는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면서 유방암과 림프종 및 다발성 골수종 같은 악성종양에 비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NF-κB 단백질에 세포 내 신호전달에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산기’가 붙으면 세포사멸 유전자가 활성화 되고, 떨어지면 작동을 멈춥니다. 이처럼 활성화와 비활성화를 반복하면서 세포 성장과 사멸이 적정수준으로 조절되죠. 하지만 특정 원인으로 인해 인산기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있으면,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사멸을 막는 인자가 과도하게 생성되도록 유도해 암이나 자가면역질환 같은 중증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인산기는 인산과 산소로 이뤄진 화학구조의 물질로, 단백질에 결합하며,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켜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를 시킨다. 신호전달에서 일종의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정상적인 세포는 자외선을 많이 받게 되면 죽어요. 하지만 인산화가 많이 진전돼 있으면 자살을 막는 물질이 나오게 되고, 자외선을 강력히 받아도 죽지 않죠. 손상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세포는 본래 죽어야 정상이거든요. 원래 정상 세포는 인산화가 돼 있지 않습니다. 즉 인산화가 진행돼 있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세포라는 의미이고, 사멸해야 할 세포가 생존‧증식하면서 변형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세포가 많아지면서 결국 암이 되는 거죠.”

그렇다면 암 환자에게는 왜 세포 자살을 막는 유전자 수치가 높이 올라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허 교수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한 기전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 중요한 것은 올라간 수치를 어떻게 떨어뜨릴 것인가죠. 이번 연구가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 연구팀이 발견한 것은 NF-κB 단백질의 구체적인 역할입니다. 때문에 앞으로는 이것을 떼어내는 연구를 진행해야겠죠.”

허강민 교수팀은 암세포에서 NF-κB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원인으로, 단백질 ‘PHF20’이 ‘NF-κB’와 결합하면서 인산화를 억제하는 효소가 NF-κB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기 때문임을 알아냈다. 이 때 인산화를 억제하는 효소인 탈인산화효소 물질은 PP2A로, 앞서 언급했듯 인산기를 떼어내지 못하게 되면 암 세포는 더욱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므로 PP2A 효소가 활발히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NF-κB에 인산기가 계속 붙어 있으면서 세포 자살을 막는 유전자를 계속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암세포 자살이 둔화돼 성장과 전이가 촉진되는 것입니다. 결국 ‘PHF20’ 과 ‘PP2A’는 서로 경쟁하면서 NF-κB와 결합하는 관계이고, 세포가 암세포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많이 생성되는 PHF20이 NF-κB와 계속 결합함으로써 PP2A를 견제하죠. 이에 NF-κB의 활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고요.”

암 치료위해 후속 연구 더욱 중요해

▲ 메틸화 인식 단백질 PHF20에 의한 지속적인 NF-κB 활성화 기전 ⓒ한국연구재단

연구를 진행한 결과 허강민 교수팀은 실제로 뇌암이 진행 될수록 PHF20 물질은 많이 만들어지고, 인산기가 붙어서 활성화된 NF-κB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뇌암 진행정도에 따른 생물학적 표지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항암제 개발에 있어 PHF20 과 NF-κB의 결합을 조절하는 물질이 새로운 타깃 물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 NF-κB 단백질의 역할은 이미 의학계에서 많이 알려져 왔고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해 왔어요. 때문에 기초적인 연구는 많이 진행된 상태였죠. 하지만 실질적인 임상연구는 제대로 진행된 게 없었습니다. NF-κB 단백질의 구체적인 역할을 알기 위해서는 임상연구가 진행돼야 하는데, 환자와 관련된 연구는 많지 않았던 거죠. 때문에 이번 우리팀의 연구는 임상적으로 NF-κB 단백질이 질환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초점을 맞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허 교수의 이번 연구는 NF-κB 단백질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약 2년 동안 진행됐지만, 그 이전부터 가장 기초가 되는 연구부터 기간을 들자면 약 15년 동안 이어진 것이다. 

정확한 저격률의 물질 발견으로 항암치료 선도물질을 만들고 싶다는 허 교수. 그는 앞으로 ‘리드 프로테인(lead protein)’을 개발해 국내 암치료 의학기술을 한 차원 끌어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7-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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