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임신부의 작은 행동이나 식습관 하나가 태아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출산한 산부(産婦)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는 임신부는 더 조심해야 한다.
최근 임신부에게 요오드가 경미하게 결핍되어도 태아의 지능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준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요오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갑상선호르몬인 티록신을 합성하며 기초대사율을 조절하는 무기질로, 중추신경계 발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전문지 랜싯(Lancet)을 통해 발표된 이번 연구는 영국 에이번주 서레이대와 브리스톨대학이 1991년부터 임신부 10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1천40명 중 67%가 세계보건기구 WHO의 권장량보다 적게 요오드를 섭취했다고 한다.

이는 임신부 3분의 2가 '경미한 정도'(mild to moderate)의 요오드 결핍증을 지니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임신했을 때 요오드 결핍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때 태어난 아이가 8살이 되었을 때 갖는 읽기 능력과 IQ지수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팀은 발표하였다.
경미한 수준의 결핍도 지능 발달에 영향
이미 요오드가 현저하게 결핍된 임신부로부터 태어난 아이들 중에서 정신박약아가 많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미한 수준의 요오드 결핍도 지능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며, 요오드 결핍이 부족한 임신부에게 태어난 아이들의 언어 분야 IQ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6%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서레이대 마거릿 라이먼 영양의학과 교수는 "1960년대까지 영국에 요오드 결핍 현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으나, 이후 낙농기술의 발달로 인해 요오드 섭취에 중요한 우유 공급이 확대되면서 이런 문제가 다소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임신부에게 우유나 요구르트, 생선 등을 포함하여 요오드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보충제를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마과의 대형 갈조류로 알려져 있는 켈프와 같은 일부 해초류는 요오드 과다 복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를 요구한다.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요오드
사실 요오드는 과학시간에 실시되는 실험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친숙한 무기질이다. 식빵 위에 요오드 용액을 떨어트리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요오드가 가진 화학적 특성이다. 요오드는 상온에서 고체로 보라색의 결정을 가지기 때문이다.
요오드(iodine)는 체내 대사율을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인 티록신(thyroxine, T4)과 트리요오드티로닌(triiodothyronine, T3)의 구성 성분이 되는 필수 무기질로, 주로 아이오다이드(iodide)라는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아미노산과 결합되어 있으며 소변을 통해 배설된다.
이러한 요오드는 티록신(T4)의 합성으로 인해 표적세포 내에서 이 호르몬의 활성형인 트리요오드티로닌(T3)으로 전환된다. 트리요오드티로닌은 기초대사율을 조절하며,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여 중추신경계의 발달에 관여하는 중요한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 5대호 주변의 지역에서 징병된 군인들이 다른 지역에서 출생한 군인들보다 갑상선종(甲狀腺腫, goiter) 발생이 훨씬 많이 일어났던 일이나, 1920년대 토양에 요오드 함량이 매우 낮은 지역인 오하이오 주에서 주민들에게 요오드를 꾸준히 공급함으로써 갑상선종을 예방한 일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요오드는 갑상선과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인구가 요오드 결핍의 위험에 있으며, 이들 중 약 8억 명은 결핍 증세를 보이고 있고, 따라서 많은 나라에서 요오드 강화 소금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다 섭취할 경우, 부작용 일어날 수 있어
몇년 전, 일본의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태아의 안전을 걱정하는 임신부가 많아진 적이 있었다. 방사능 유출에 있어 요오드가 도움이 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예방 차원에서 요오드가 든 해조류나 영양보조제를 섭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요오드 섭취는 태아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보건국 역시 예방책으로서 요오드화칼륨이라 알려져 있는 포타시움 요오드를 복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가정의학과 변승준 전문의는 "요오드를 만성적으로 과다섭취하게 되면 혈청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이 상승되고, 혈중 트리요오드티로닌(T3)과 티록신(T4)가 저하되어 갑상선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갑상선 악성종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과다한 요오드 섭취로 인해 입과 목, 복부에 통증이 올 수 있으며 발열과 구토, 설사 등을 불러 올 수 있다"며 "이외에도 맥박이 약해지거나 심장을 자극하여 혼수 상태에 빠질 수 있고, 피부나 점막에 푸른색이 나타나는 청색증이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더불어 "요오드 결핍증은 사실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하면 예방이 가능하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해조류와 어패류 등 해산물의 섭취가 높아 요오드 결핍의 위험성이 낮아 요오드 결핍증에 관한 사례는 없다"면서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서 성인 남여의 요오드 권장섭취량은 150㎎이며, 상한 섭취량은 3000㎎이다"라고 하였다.
일상 생활에서 먹는 음식으로도 충분히 요오드를 섭취할 수 있다. 종종 요오드가 부족할 것을 염려해 요오드가 들어있는 영양보조제를 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처방약처럼 잘 관리되어 있지 않아 적정 복용량 및 성분에 관한 정보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예방차원에서 먹는 요오드 영양보조제는 태아에게 해로운 물질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섭취하더라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한 후 조언에 따라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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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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