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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3-04-16

인간의 신체, 미래 예측할 수 있다 과거에 한번 경험한 것 같은 데자뷰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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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세 명의 존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고, 일어날 범죄를 미리 막는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세 명의 존재를 통해 미리 내다보고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결국 영화에서는 미래를 내다보고 방지하고자 했던 인간의 불안감은 모두의 파멸을 가지고 왔다.

사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왔다. 토테미즘 신앙을 가지고 있던 시대에는 동물이나 자연 현상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고, 때로는 종교의 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다.

과학적인 데이터 베이스가 쌓이면서부터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미래학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여러 분야간의 학제적(interdisciplinary) 협력 하에 미래사회와 인간의 존재양식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종교 지도자들이 해왔던 미래에 대한 예상을 과학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미래학자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제3의 물결'이라는 책을 통해 잘 알려진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와 같이 미래학자는 여러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예상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기회를 파악하거나 만약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학습, 기억 및 새로운 것의 인식 등의 역할을 하는 해마에서 삽화적 기억이 엉키면서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ScienceTimes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

미래학자들이 과학적 데이터 베이스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지만 모든 것들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예측' 하는 것일 뿐이지, 명확하게 그 일이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때로는 과학적 데이터 베이스보다 더 정확하게 맞는 것이 있는게, 그것은 바로 인간의 신체이다.

종종 처음 경험해보는 것임에도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을 들 때가 있다. 이른바 '데자뷰(deja vu)' 현상이다.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 라는 말인데, 영어로 따지자면 'already seen'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가보는 곳인데도 이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 하는 일인데도 전에 똑같은 일을 해본 것 처럼 느끼는 것이 바로 데자뷰 현상이다. 대부분은 꿈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을 하는데, 이것 역시 데자뷰 현상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응은 사건 발생 10초전에 일어난다

'인지과학의 프론티어(The Frontiers of Perception Science Journal)'를 통해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실제로 인간의 신체는 미래에 일어날 어떤 일에 대해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26가지의 다른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연구한 뒤, 과학자들은 평범한 속에 무언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예측해냈다는 것이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줄리아 모스브릿지 교수와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의 파트리지오 트게솔디 교수, 캘리포니아대학의 제시카 웃스 교수 등이 이 실험을 진행하였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무작위적인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이 사진들은 일상 생활에서 평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사진이기도 했고 어떤 사진들은 매우 자극적인 사진이기도 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예상하는 동안 일어나는 혈압과 뇌 활동의 변화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신체적 반응은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기 10초 전에 나타나고, 이러한 발견은 사람들의 신체가 무의식적으로 미래를 감지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뇌의 신경화학적 요인에 의한 것

데자뷰는 1900년 프랑스의 의학자인 플로랑스 아르노(Florance Arnaud)가 처음 규정한 현상이다. 이후 초능력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에밀 보아락(Emile Boirac)이 처음으로 '데자뷰'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보아락은 데자뷰 현상의 원인을 과거의 망각한 경험이나 무의식에서 비롯한 기억의 재현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 자체로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뇌의 신경화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사실 사람의 뇌는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스치듯이 한번 본 것이라도 잊어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뇌세포 속에 저장한다. 그런데 이런 세포 속의 정보들은 모두 꺼내보는 것이 아니고 자주 보고 접하는 것들만 꺼내본다. 하지만 뇌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했던 일을 다시 하거나 방문했던 곳을 갔을 때, 똑같은 일을 하는 것 처럼 느끼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인간의 착각' 때문이라고 본다. 인간이 어떤 것을 보았을 때, 사물의 세세한 면보다는 전체적인 모습 또는 한 특징을 가지고 기억을 한다고 한다.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할 때 가끔씩 그 기억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처음 경험하는 것임에도 이미 경험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데자뷰 유발하는 뇌 부위, 해마

데자뷰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또 다른 가설은 바로 신경세포가 정보전달에 있어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억들이 정리되는 인간의 뇌에 있는 해마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떠한 원인으로 인하여 과거의 기억회로와 현재 경험하는 회로가 연결되게 되면 데자뷰와 같은 현상, 즉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는 가설도 있다.

MIT 공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중에서도 '해마치아이랑' 이라는 작은 부위에서 '삽화적 기억'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삽화적 기억이란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을 구별하는 기억을 말한다. 연구진은 이로써 데자뷰 현상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 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해마는 장기 기억과 공간의 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뇌의 일부로 관자엽의 안쪽에 위치하면서 변연계(둘레계통)에서 한가운데 원호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학습, 기억 및 새로운 것의 인식 등의 역할을 하면서 뇌활을 통하여 날섬유를 내보내기도 한다. 시상하부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해마에 이상이 생겼을 때,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찾아오기도 한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라는 노래 가사처럼 인간은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 더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daum.net
저작권자 2013-04-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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