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초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가 처음 발견된 이래, 오늘날까지 HIV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인 에이즈(AIDS)에 대한 치료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들로 인해 HIV 감염자나 에이즈 환자의 기대 수명은 점차 길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완전히 HIV를 제거하는 완치 수준의 치료나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은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AIDS에 감염된 여자아이를 출생 직후부터 약 2년 6개월 동안 약물로 치료한 결과, 몸 안의 HIV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약물 치료를 통한 HIV 감염 첫 완치 케이스
과학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맥(sciencemag)은 온라인 판을 통해, 지난 3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 20차 역전사 바이러스 및 기회감염 컨퍼런스(Conference on Retroviruses and Opportunistic Infections)’에서 존스 홉킨스 대학의 드보라 퍼서드(Deborah Persaud) 박사가 적절한 조기치료를 통해 HIV에 감염된 유아가 완치된 사례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사이언스맥의 보도에 따르면, 이 유아는 HIV가 양성인 어머니에 의해서 수직감염이 일어난 경우로 태어난 직후부터 항 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후 18개월이 되는 시점부터 유아는 병원에 오지 않았고, 그 이후 5개월이 지난 생후 23개월이 되는 시점에는 HIV가 완전 소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날 사례 발표에서 퍼소드 박사는 “당시 산모는 미시시피대 메디컬 센터에 입원중이었는데, 출산중에 실시한 응급 테스트에서 산모의 HIV 감염 사실을 파악했다”며 “의료진은 출생 후 30시간 만에, 아기에게 항바이러스 약물인 지도부딘(AZT) 등 총 3개의 약물을 투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퍼소드 박사는 “통상적인 경우 신생아의 HIV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2개의 테스트를 실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최대 6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며 “의료진은 상황의 위급함을 감안하여 보다 공격적인 테스트와 치료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시시피대 메디컬 센터의 연구진은 “약물치료를 중단하고서도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유아는 현재 기능적으로 완치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능적 완치란 환자가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바이러스의 억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에이즈 첫 완치 사례, 골수이식 통해 이뤄져
현재까지 HIV를 가지고 있다가 치료를 통해 완치된 경우는 지난 2007년 독일에 거주하던 티모시 브라운(Timothy Brown)의 경우가 유일하다.
이 환자의 경우는 HIV 감염과 동시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을 앓고 있었는데 2번째 골수 이식시에 의도적으로 HIV 에 대한 저항성을 지닌 CCR5-Δ32 돌연변이를 지닌 공여자를 선택해 이식을 받았다.
한때 치료에 따른 부작용으로 시력 상실과 기억력 이상이 생기기도 하는 등 온갖 고생을 겪었지만, 일단 치료가 끝난 뒤 검진한 결과, 놀랍게도 몸 안에서 HIV가 사라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는 골수 이식을 위해 항암치료를 받느라 몸 안에 있던 백혈구들을 없애버리는 과정 중에 HIV에 감염된 혈구까지 많이 파괴한 덕분일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치료법은 골수가 맞는 수여자와 공여자를 찾기가 매우 힘들고 골수 이식 자체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널리 시행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의료계는 감염 초기에 유아를 조기 치료한 미시시대 병원의 사례가 약물 치료를 통한 첫 완치 케이스라고 보고 있다.
HIV 자기복제를 막기 위해 조기치료 필요
그동안 과학자들은 약물치료로 HIV의 복제를 단기간 막는 실험에는 여러 번 성공했었다. 하지만 완치가 불가능했던 이유는 바이러스가 서식지 내에 숨어 있다가 약물의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의료진은 바이러스 서식지가 생기기 전에 자기 복제를 막기 위한 조기 치료법을 시행했다.
미시시피대 메디컬센터에 따르면, 약물 치료법 이후 유아의 혈중 HIV 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생후 29일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치료는 생후 18개월까지 계속됐는데 한동안 치료를 끊었다가 5개월 만에 다시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료진은 아이의 몸에서 HIV나 HIV 항체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미시시피대 의료진은 존스홉킨스 의대의 퍼소드 박사에게 유아의 HIV 존재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아이는 존스 홉킨스대 아동병원으로 옮겨져 감염내과 전문의인 데보라 퍼소드 박사로부터 정밀검사를 받았다.
퍼소드 박사 또한 아이의 몸에서 잠복 상태로 들어간 HIV가 검출되는 CD4-T 면역세포를 배양했으나 바이러스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는데 “치료를 중단하고도 바이러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들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대부분 치료가 중단되면 바이러스가 몇 주안에 급증했었다”고 말했다.
퍼소드 박사는 “미국만 하더라도 매년 200명의 아기들이 출산 과정에서 HIV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 사례가 다른 유아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면 적절한 조기치료를 통해 산모로부터 전염된 유아의 HIV 감염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 국립 소아보건 및 인간개발연구소에서 모자감염 분야를 이끌고 있는 린네 모펜슨(Lynne Mofenson) 박사는 이번 성공사례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논평하면서 “우리는 이 사례의 성공요인을 평가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펜슨 박사는 퍼소드 박사의 의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문제의 아기가 HIV 감염을 치료받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모펜슨 박사는 “만일 이 아기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살고 있었다면 그렇게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유아의 HIV 감염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예 사전에 모자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성과들로 인해 HIV 감염자나 에이즈 환자의 기대 수명은 점차 길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완전히 HIV를 제거하는 완치 수준의 치료나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은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AIDS에 감염된 여자아이를 출생 직후부터 약 2년 6개월 동안 약물로 치료한 결과, 몸 안의 HIV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약물 치료를 통한 HIV 감염 첫 완치 케이스
과학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맥(sciencemag)은 온라인 판을 통해, 지난 3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 20차 역전사 바이러스 및 기회감염 컨퍼런스(Conference on Retroviruses and Opportunistic Infections)’에서 존스 홉킨스 대학의 드보라 퍼서드(Deborah Persaud) 박사가 적절한 조기치료를 통해 HIV에 감염된 유아가 완치된 사례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사이언스맥의 보도에 따르면, 이 유아는 HIV가 양성인 어머니에 의해서 수직감염이 일어난 경우로 태어난 직후부터 항 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후 18개월이 되는 시점부터 유아는 병원에 오지 않았고, 그 이후 5개월이 지난 생후 23개월이 되는 시점에는 HIV가 완전 소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날 사례 발표에서 퍼소드 박사는 “당시 산모는 미시시피대 메디컬 센터에 입원중이었는데, 출산중에 실시한 응급 테스트에서 산모의 HIV 감염 사실을 파악했다”며 “의료진은 출생 후 30시간 만에, 아기에게 항바이러스 약물인 지도부딘(AZT) 등 총 3개의 약물을 투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퍼소드 박사는 “통상적인 경우 신생아의 HIV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2개의 테스트를 실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최대 6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며 “의료진은 상황의 위급함을 감안하여 보다 공격적인 테스트와 치료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시시피대 메디컬 센터의 연구진은 “약물치료를 중단하고서도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유아는 현재 기능적으로 완치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능적 완치란 환자가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바이러스의 억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에이즈 첫 완치 사례, 골수이식 통해 이뤄져
현재까지 HIV를 가지고 있다가 치료를 통해 완치된 경우는 지난 2007년 독일에 거주하던 티모시 브라운(Timothy Brown)의 경우가 유일하다.
이 환자의 경우는 HIV 감염과 동시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을 앓고 있었는데 2번째 골수 이식시에 의도적으로 HIV 에 대한 저항성을 지닌 CCR5-Δ32 돌연변이를 지닌 공여자를 선택해 이식을 받았다.
한때 치료에 따른 부작용으로 시력 상실과 기억력 이상이 생기기도 하는 등 온갖 고생을 겪었지만, 일단 치료가 끝난 뒤 검진한 결과, 놀랍게도 몸 안에서 HIV가 사라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는 골수 이식을 위해 항암치료를 받느라 몸 안에 있던 백혈구들을 없애버리는 과정 중에 HIV에 감염된 혈구까지 많이 파괴한 덕분일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치료법은 골수가 맞는 수여자와 공여자를 찾기가 매우 힘들고 골수 이식 자체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널리 시행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의료계는 감염 초기에 유아를 조기 치료한 미시시대 병원의 사례가 약물 치료를 통한 첫 완치 케이스라고 보고 있다.
HIV 자기복제를 막기 위해 조기치료 필요
그동안 과학자들은 약물치료로 HIV의 복제를 단기간 막는 실험에는 여러 번 성공했었다. 하지만 완치가 불가능했던 이유는 바이러스가 서식지 내에 숨어 있다가 약물의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의료진은 바이러스 서식지가 생기기 전에 자기 복제를 막기 위한 조기 치료법을 시행했다.
미시시피대 메디컬센터에 따르면, 약물 치료법 이후 유아의 혈중 HIV 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생후 29일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치료는 생후 18개월까지 계속됐는데 한동안 치료를 끊었다가 5개월 만에 다시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료진은 아이의 몸에서 HIV나 HIV 항체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미시시피대 의료진은 존스홉킨스 의대의 퍼소드 박사에게 유아의 HIV 존재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아이는 존스 홉킨스대 아동병원으로 옮겨져 감염내과 전문의인 데보라 퍼소드 박사로부터 정밀검사를 받았다.
퍼소드 박사 또한 아이의 몸에서 잠복 상태로 들어간 HIV가 검출되는 CD4-T 면역세포를 배양했으나 바이러스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는데 “치료를 중단하고도 바이러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들어보지 못한 일”이라며 “대부분 치료가 중단되면 바이러스가 몇 주안에 급증했었다”고 말했다.
퍼소드 박사는 “미국만 하더라도 매년 200명의 아기들이 출산 과정에서 HIV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 사례가 다른 유아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면 적절한 조기치료를 통해 산모로부터 전염된 유아의 HIV 감염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 국립 소아보건 및 인간개발연구소에서 모자감염 분야를 이끌고 있는 린네 모펜슨(Lynne Mofenson) 박사는 이번 성공사례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논평하면서 “우리는 이 사례의 성공요인을 평가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펜슨 박사는 퍼소드 박사의 의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문제의 아기가 HIV 감염을 치료받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모펜슨 박사는 “만일 이 아기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살고 있었다면 그렇게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유아의 HIV 감염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예 사전에 모자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 저작권자 2013-03-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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