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잘 보지 못하는 설치류과의 하나지만, 조만간 인류에게 암 정복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동물이 있다. 바로 장님두더지쥐다.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Nature)는 최근 온라인판을 통해 미국의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의 사촌뻘인 ‘장님두더지쥐(blind mole rat)’의 항암 메카니즘에 대한 실마리를 풀었다고 보도하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네이처의 보도에 따르면 로체스터 대학의 베라 고부노바(Vera Gorbunova)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배양 과정을 연구하던 중에, 장님두더지쥐의 세포가 종양들이 성장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항암 기능에 주목하면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유전정보를 밝혀냈다고 발표한 바가 있지만, 장님두더지쥐를 대상으로 항암 메카니즘의 실마리를 공식적으로 규명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님두더지쥐의 항암 메카니즘 발견
장님두더지쥐는 두더지와 비슷한 쥐로, 눈은 퇴화하여 피부로 덮여 있어 앞을 보지 못한다. 눈이 퇴화된 이유는 평생 지하세계에서만 살기 때문에 빛만 감지하면 되므로 눈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앞서 소개한 벌거숭이두더지쥐도 장님두더지쥐처럼 눈이 퇴화되어 있어 거의 앞을 볼 수 없는데,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얼마 전 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 중 하나로 뽑히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두 종류의 두더지쥐들은 앞을 잘 볼 수 없다는 점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암에 거의 걸리지 않아 보통 3년 정도 사는 일반 설치류보다 10배 이상인 최대 30년까지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님두더지쥐는 자연적으로는 암에 걸린 개체가 단 한 건도 보고된 예가 없는데, 일반적으로 설치류는 암으로 죽는 개체가 90%에 이를 만큼 암이 흔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효과적인 암 치료방법의 실마리를 제공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장님두더지쥐의 항암 메카니즘이,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비슷하게 암 저항성이 높은 벌거숭이두더지쥐에 대한 관찰로부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화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앞으로 인류를 위한 효과적인 암 치료방법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체스터대 연구팀의 발표에 의하면, 장님두더지쥐과 종류인 ‘Spalax judaei’와 ‘Spalax golani’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면서 관찰한 결과, 이 세포들은 종양의 증식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암세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프로젝트의 공동 연구자인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에비아타 네보(Eviatar Nevo)’ 박사는 “장님두더지쥐의 항암 능력은 이미 암 저항성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진 벌거숭이두더지쥐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며 지금까지 암을 극복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에 대한 원인을 장님두더지쥐의 스트레스 극복 능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네보 박사는 “장님 두더지쥐는 지하에서 살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그곳은 칠흑같이 어둡고, 먹이가 부족하고, 많은 병원균이 득실거리며, 산소도 부족하기 때문에 장님두더지쥐들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진화시켜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장님두더지쥐 만의 독특한 세포자살 현상
이번 연구를 주도한 고부노바 박사는 장님두더지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실시한 선행연구에서 장님두더지쥐의 세포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거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현상을 통해 장님두더지쥐가 암을 극복하게 하는 열쇠를 제공할 것이라는 힌트를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사실로 동물에서 채취한 건강한 세포들을 배양접시에서 배양하면 접시의 바닥을 뒤덮는 한 겹의 층을 형성할 때까지만 세포분열을 하고는 이내 멈추는(이 것을 접촉저지(contact inhibition)라고 한다) 반면에 암세포의 경우는 접촉저지 메카니즘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세포가 계속 증식되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접촉저지 메카니즘은 대다수의 동물세포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인데,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는 이와 달리 훨씬 일찌감치 세포분열을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는 분열을 멈추는데 그치지 않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집단자살 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런 장님두더지쥐만의 현상에 대해 고부노바 박사는 사촌 뻘인 벌거숭이두더지쥐와 비교하며 원인을 분석했는데, “당초에는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도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세포와 같은 방식으로 거동하리하고 생각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세포는 매우 민감해서 이웃 세포와 살짝 접촉하기만 해도 증식을 멈추는데, 이런 현상이 벌거숭이두더지쥐로 하여금 암이 없는 상태(cancer-free state)를 유지하게 해 주는 비결이라 본 것이다”라고 전했다.
계속해서 고부노바 박사는 “그러나 장님두더지쥐는 달랐다.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는 단지 세포분열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집단자살을 감행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런 현상은 실로 커다란 충격이었다”고 말하면서 “그 결과, 우리는 이런 현상을 ‘협동 세포사멸(concerted cell death)’이라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장님두더지쥐의 세포 집단자살 현상에 대해 고부노바 박사는 “신호전달 분자인 인터페론-β가 한꺼번에 분비됨으로써 세포의 집단자살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인터페론-β의 일시적 분비를 초래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고부노바 박사는 “세포가 과잉증식(overproliferating)을 스스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우리의 다음 연구과제는 이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으로 인간에게서도 이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찾아내어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새로운 암 치료법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Nature)는 최근 온라인판을 통해 미국의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의 사촌뻘인 ‘장님두더지쥐(blind mole rat)’의 항암 메카니즘에 대한 실마리를 풀었다고 보도하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네이처의 보도에 따르면 로체스터 대학의 베라 고부노바(Vera Gorbunova)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배양 과정을 연구하던 중에, 장님두더지쥐의 세포가 종양들이 성장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항암 기능에 주목하면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유전정보를 밝혀냈다고 발표한 바가 있지만, 장님두더지쥐를 대상으로 항암 메카니즘의 실마리를 공식적으로 규명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님두더지쥐의 항암 메카니즘 발견
장님두더지쥐는 두더지와 비슷한 쥐로, 눈은 퇴화하여 피부로 덮여 있어 앞을 보지 못한다. 눈이 퇴화된 이유는 평생 지하세계에서만 살기 때문에 빛만 감지하면 되므로 눈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앞서 소개한 벌거숭이두더지쥐도 장님두더지쥐처럼 눈이 퇴화되어 있어 거의 앞을 볼 수 없는데,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얼마 전 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 중 하나로 뽑히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두 종류의 두더지쥐들은 앞을 잘 볼 수 없다는 점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암에 거의 걸리지 않아 보통 3년 정도 사는 일반 설치류보다 10배 이상인 최대 30년까지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님두더지쥐는 자연적으로는 암에 걸린 개체가 단 한 건도 보고된 예가 없는데, 일반적으로 설치류는 암으로 죽는 개체가 90%에 이를 만큼 암이 흔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효과적인 암 치료방법의 실마리를 제공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장님두더지쥐의 항암 메카니즘이,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비슷하게 암 저항성이 높은 벌거숭이두더지쥐에 대한 관찰로부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화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앞으로 인류를 위한 효과적인 암 치료방법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체스터대 연구팀의 발표에 의하면, 장님두더지쥐과 종류인 ‘Spalax judaei’와 ‘Spalax golani’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면서 관찰한 결과, 이 세포들은 종양의 증식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암세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프로젝트의 공동 연구자인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에비아타 네보(Eviatar Nevo)’ 박사는 “장님두더지쥐의 항암 능력은 이미 암 저항성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진 벌거숭이두더지쥐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며 지금까지 암을 극복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에 대한 원인을 장님두더지쥐의 스트레스 극복 능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네보 박사는 “장님 두더지쥐는 지하에서 살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그곳은 칠흑같이 어둡고, 먹이가 부족하고, 많은 병원균이 득실거리며, 산소도 부족하기 때문에 장님두더지쥐들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진화시켜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장님두더지쥐 만의 독특한 세포자살 현상
이번 연구를 주도한 고부노바 박사는 장님두더지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실시한 선행연구에서 장님두더지쥐의 세포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거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현상을 통해 장님두더지쥐가 암을 극복하게 하는 열쇠를 제공할 것이라는 힌트를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사실로 동물에서 채취한 건강한 세포들을 배양접시에서 배양하면 접시의 바닥을 뒤덮는 한 겹의 층을 형성할 때까지만 세포분열을 하고는 이내 멈추는(이 것을 접촉저지(contact inhibition)라고 한다) 반면에 암세포의 경우는 접촉저지 메카니즘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세포가 계속 증식되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접촉저지 메카니즘은 대다수의 동물세포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인데,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는 이와 달리 훨씬 일찌감치 세포분열을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는 분열을 멈추는데 그치지 않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집단자살 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런 장님두더지쥐만의 현상에 대해 고부노바 박사는 사촌 뻘인 벌거숭이두더지쥐와 비교하며 원인을 분석했는데, “당초에는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도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세포와 같은 방식으로 거동하리하고 생각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세포는 매우 민감해서 이웃 세포와 살짝 접촉하기만 해도 증식을 멈추는데, 이런 현상이 벌거숭이두더지쥐로 하여금 암이 없는 상태(cancer-free state)를 유지하게 해 주는 비결이라 본 것이다”라고 전했다.
계속해서 고부노바 박사는 “그러나 장님두더지쥐는 달랐다. 장님두더지쥐의 세포는 단지 세포분열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집단자살을 감행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런 현상은 실로 커다란 충격이었다”고 말하면서 “그 결과, 우리는 이런 현상을 ‘협동 세포사멸(concerted cell death)’이라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장님두더지쥐의 세포 집단자살 현상에 대해 고부노바 박사는 “신호전달 분자인 인터페론-β가 한꺼번에 분비됨으로써 세포의 집단자살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인터페론-β의 일시적 분비를 초래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고부노바 박사는 “세포가 과잉증식(overproliferating)을 스스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우리의 다음 연구과제는 이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으로 인간에게서도 이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찾아내어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새로운 암 치료법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 저작권자 2012-1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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