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람 작가는 세계적인 화랑과 갤러리에서 초대가 끊이지 않아 좀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전시회를 보기 어렵다. 그런데 그가 10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12월 9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회가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최우람 작가는 금속 조각과 기계를 융합한 키네틱 아티스트이다. 어릴 적부터 기계에 빠져 지냈던 그는 ‘마징가Z’와 ‘로보트태권V’의 열혈 팬이었다. 하지만 더욱 관심을 둔 것은 로봇을 만드는 김 박사였다. 이번에 함께 전시된 로봇 그림을 봐도 금방 이해가 된다. 7살 아이는 투시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 그림에는 로봇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몸속 구조까지 그려져 있다. 7살 아이가 그렸다고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다. 너무 로봇을 좋아하던 최우람 작가는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3년 간 로봇 회사에 근무하기까지 했다. 기계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느껴지는 행보인 셈이다.
최우람 작가의 작품에는 ‘기계생명체’가 나온다. 뼈를 상징하는 금속 구조물에서 섬뜩한 공포감을 느끼게 하지만 기괴한 아름다움 때문에 말문이 턱 막히기도 한다. 학명처럼 붙은 작품 타이틀에서는 기계생명체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어 관람객들은 순간 상상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동물로 느껴지게 한다.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로 평가되는 최우람 작가. 그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정교한 움직임’, 그리고 ‘기묘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이다. 작품 벽면에 그 기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읽고 난 후 감상을 한다면 작품의 단순한 기계조각이 아닌 풍부한 이야기가 담긴 현실적 존재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스토리텔링이 담겨있는 기계생명체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품 세계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작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서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작품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 달라진 시각을 담은 작품이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소개되고 있다.
기계생명들의 이야기 선보여
기계생명체 시리즈 중 세 작품이 이번에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는데,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 유니쿠스 카붐 애드 이니시움 (Unicus-Cavum ad initium), 아보르 데우스 페나투스(Arbor Deus Pennatus)’그것이다. 웅장한 크기에 놀랍기도 하지만 섬세하고 정교한 금속 조각에 감탄사가 나온다. 마치 신라시대 금속공예와 같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그런데 이 조각들은 마치 우리가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다. 센서를 통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작품들에게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특히 ‘쿠스토스 카붐’의 이야기는 어릴 때 들었던 슬픈 동화 같다. 금속 뼈만 남긴 채 죽은 거대한 이 동물은 가느다란 금속 나뭇가지들을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데, 마치 신화를 관객들 앞에 펼쳐내는 듯 하다. ‘쿠스토스 카붐’은 남극에 사는 바다표범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남극의 넓은 빙판을 뚫어 먹이를 구해 자식을 먹여 살리는 바다표범을 보면서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넓은 빙판과 같이 단절된 세계들이 있지만 두 세계를 잇는 구멍이 있는데, ‘쿠스토스 카붐’은 그곳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른 세계에 관심이 줄어들면서 이 구멍도 줄어들자 결국 수호신도 사라지고 멸종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 단절된 세계가 “가상의 세계일수도 있고 우리의 마음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변화된 작가의 시선이 담긴 작품도 전시돼
작가의 변화를 담은 다섯 작품들은 신화와 삶에 대한 통찰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특별한 이유다. 최우람 작가의 작품에 변화를 보이는 첫 번째 전시회이여서 그렇다.
우로보로스(Ouroboros)는 뱀의 형상을 갖고 있다. 뱀의 비닐이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이 조각은 원으로 돌아가면서 비늘이 세워졌다가 다시 뉘어지기를 반복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뱀의 신화적 모습을 구현하고 윤회와 환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24K 금으로 만들어진 ‘파빌리온’는 마치 성전에 온 것 같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데 그 작품 안에 검은 색 물체가 움직이는데, 가까이 가보면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검은 비닐봉지다. 작가가 어느 날 아내와 길가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뭔가 검은 물체가 휙 지나가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그것이 비닐봉지임을 알고 “우리가 두려워하고 숭배하는 것들이 가까이 가서 보면 의외로 대수롭지 않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 느낌을 갖고 이 작품을 완성했다.
속이 비어있는 전선으로 이루어진 “허수아비”는 요즘 일상이 된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다. 허수아비는 농부에게는 새들을 쫒아주고 밭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새들에게는 허상이지만 무서운 존재다.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잘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정보를 통제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존재다. 족히 5m는 넘을 것 같은 이 조각은 언뜻 SF 영상 속에서 본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날개를 접고 있을 때는 천사 같지만 날개를 폈을 때는 공포감과 위압감을 준다.
‘회전목마’는 그야말로 동심의 상징이다. 오르골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나오고 천천히 회전목마가 돌아갈 때는 평화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회전목마는 점점 빨라지고 음악소리도 휘몰아친다. 그래서 관객들은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한다. 순수하고 편안한 시간도 있지만 견뎌내기 힘든 기간도 있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최우람 작가는 금속 조각과 기계를 융합한 키네틱 아티스트이다. 어릴 적부터 기계에 빠져 지냈던 그는 ‘마징가Z’와 ‘로보트태권V’의 열혈 팬이었다. 하지만 더욱 관심을 둔 것은 로봇을 만드는 김 박사였다. 이번에 함께 전시된 로봇 그림을 봐도 금방 이해가 된다. 7살 아이는 투시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 그림에는 로봇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몸속 구조까지 그려져 있다. 7살 아이가 그렸다고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다. 너무 로봇을 좋아하던 최우람 작가는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3년 간 로봇 회사에 근무하기까지 했다. 기계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느껴지는 행보인 셈이다.
최우람 작가의 작품에는 ‘기계생명체’가 나온다. 뼈를 상징하는 금속 구조물에서 섬뜩한 공포감을 느끼게 하지만 기괴한 아름다움 때문에 말문이 턱 막히기도 한다. 학명처럼 붙은 작품 타이틀에서는 기계생명체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어 관람객들은 순간 상상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동물로 느껴지게 한다.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로 평가되는 최우람 작가. 그의 작품은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정교한 움직임’, 그리고 ‘기묘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이다. 작품 벽면에 그 기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읽고 난 후 감상을 한다면 작품의 단순한 기계조각이 아닌 풍부한 이야기가 담긴 현실적 존재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스토리텔링이 담겨있는 기계생명체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품 세계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작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서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작품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 달라진 시각을 담은 작품이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소개되고 있다.
기계생명들의 이야기 선보여
기계생명체 시리즈 중 세 작품이 이번에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는데,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 유니쿠스 카붐 애드 이니시움 (Unicus-Cavum ad initium), 아보르 데우스 페나투스(Arbor Deus Pennatus)’그것이다. 웅장한 크기에 놀랍기도 하지만 섬세하고 정교한 금속 조각에 감탄사가 나온다. 마치 신라시대 금속공예와 같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그런데 이 조각들은 마치 우리가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다. 센서를 통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작품들에게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특히 ‘쿠스토스 카붐’의 이야기는 어릴 때 들었던 슬픈 동화 같다. 금속 뼈만 남긴 채 죽은 거대한 이 동물은 가느다란 금속 나뭇가지들을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데, 마치 신화를 관객들 앞에 펼쳐내는 듯 하다. ‘쿠스토스 카붐’은 남극에 사는 바다표범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남극의 넓은 빙판을 뚫어 먹이를 구해 자식을 먹여 살리는 바다표범을 보면서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넓은 빙판과 같이 단절된 세계들이 있지만 두 세계를 잇는 구멍이 있는데, ‘쿠스토스 카붐’은 그곳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른 세계에 관심이 줄어들면서 이 구멍도 줄어들자 결국 수호신도 사라지고 멸종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 단절된 세계가 “가상의 세계일수도 있고 우리의 마음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변화된 작가의 시선이 담긴 작품도 전시돼
작가의 변화를 담은 다섯 작품들은 신화와 삶에 대한 통찰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특별한 이유다. 최우람 작가의 작품에 변화를 보이는 첫 번째 전시회이여서 그렇다.
우로보로스(Ouroboros)는 뱀의 형상을 갖고 있다. 뱀의 비닐이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이 조각은 원으로 돌아가면서 비늘이 세워졌다가 다시 뉘어지기를 반복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뱀의 신화적 모습을 구현하고 윤회와 환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24K 금으로 만들어진 ‘파빌리온’는 마치 성전에 온 것 같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데 그 작품 안에 검은 색 물체가 움직이는데, 가까이 가보면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검은 비닐봉지다. 작가가 어느 날 아내와 길가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뭔가 검은 물체가 휙 지나가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그것이 비닐봉지임을 알고 “우리가 두려워하고 숭배하는 것들이 가까이 가서 보면 의외로 대수롭지 않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 느낌을 갖고 이 작품을 완성했다.
속이 비어있는 전선으로 이루어진 “허수아비”는 요즘 일상이 된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다. 허수아비는 농부에게는 새들을 쫒아주고 밭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새들에게는 허상이지만 무서운 존재다.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잘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정보를 통제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존재다. 족히 5m는 넘을 것 같은 이 조각은 언뜻 SF 영상 속에서 본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날개를 접고 있을 때는 천사 같지만 날개를 폈을 때는 공포감과 위압감을 준다.
‘회전목마’는 그야말로 동심의 상징이다. 오르골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나오고 천천히 회전목마가 돌아갈 때는 평화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회전목마는 점점 빨라지고 음악소리도 휘몰아친다. 그래서 관객들은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한다. 순수하고 편안한 시간도 있지만 견뎌내기 힘든 기간도 있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 저작권자 2012-1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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