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실험용 쥐를 서로 적응시켜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했다. 한 마리는 투명한 감옥 안에 갇혀 있었으며, 다른 한 마리는 자유롭게 넓은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는 상태였다.
약 일주일이 지난 후 자유로운 쥐에게 갇힌 쥐를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을 학습시키자 그 실험용 쥐는 감옥의 문을 열어 동료 쥐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도움을 준 쥐는 초콜릿이 섞인 맛있는 먹이를 먹지 않고 감옥에 갇혔던 동료 쥐에게 일부를 먹도록 허용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말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이 연구결과는 실험용 쥐들도 동료를 도와주는 이타성(利他性)을 지니고 있으며 고통 등의 감정에 대해 전염성을 지닌다는 증거를 제시해 동물실험의 폐해에 대해 또 한 번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법에 따르면 실험실은 동물실험을 위해 국가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며 만약 대안이 있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에는 반드시 대안적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 이 새로운 법안은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적용된다.
세계 각국의 정부도 나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ICCVAM’, 일본의 ‘JACVAM’, 캐나다의 ‘헬스캐나다’, 한국의 ‘KOCVAM’ 등이 바로 그런 곳이다.
동물보호에 대한 정서가 매우 강한 영국은 지난 2004년 동물실험의 대체 및 감소 연구전문센터인 ‘NC3Rs’를 설립, 매년 약 500만 파운드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며 동물실험 대체 기술과 개선책을 찾고 있다.
특히 화장품 회사들은 더욱 다급하다. 그동안 권고사항이었던 화장품 규정을 내년 7월 EU가 법령화해 전 회원국에 적용하게 됨에 따라 당장 동물실험으로 제조된 화장품의 유럽 내 시판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물실험에 대한 대체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이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신약 효과 시험할 수 있는 '칩 위의 폐'
미국 하버드대 위스(Wyss) 생물공학연구소의 연구진은 마이크로 칩에 인공 폐를 만들어 신약 효과를 알아보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최근에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처음 개발된 이 ‘칩 위의 폐’는 실제 폐의 세포 구조와 유사할 뿐만 아니라 숨을 쉬는 행동을 따라할 수 있다.
메인 채널 옆의 두 개 채널에서의 공기 압력이 주기적으로 감소하고 증가함에 따라 중앙 판막이 넓어져서 세포를 확장시키고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한 번 더 수축하게 되는 것. 인간의 모세혈관 세포는 다른 면에 놓여 있어 표면으로 흐르게 돼 있다.
이 장비는 메모리 스틱 크기의 유연한 중합체로 만들어져 투명하므로 병원균 또는 실리카 나노입자들이 유입됐을 때 발생하는 염증 반응의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측정은 고해상도 형광현미경을 사용하여 이뤄지는데, 모의 혈류로 들어간 입자들이 어디까지 가는지도 기록할 수 있다.
이번에 연구진은 이 인공 폐에 암치료제인 ‘인터루킨-2’를 주입해 이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성공했다. 인터루킨-2의 주요 독성 부작용은 폐에 물이 차고 혈액이 응고되는 치명적인 질환인 폐부종이다.
인터루킨-2를 주입하자 인공 폐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어났는데, 거기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에서 개발 중인 폐부종 치료제를 투입한 것. 그러자 체액이 더 이상 폐 세포 쪽으로 스며들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새로운 종류의 약물이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순간이다.
이로써 새 약물을 개발할 때 전통적인 방법으로 사용돼 온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도널드 잉버 소장은 “주요 제약회사들이 세포 배양과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동물실험에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게 시험을 거친 약도 인간에게 사용될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하곤 한다. 그러나 이제는 칩에서 만들어낸 모델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치료용 약물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이 장비는 도널드 잉버 소장과 당시 위스생물공학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허동은 서울대 교수에 의해 개발됐다. 폐는 하나의 예이고 뼈나 연골조직 등의 다른 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장비의 성공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신체 조직을 칩 위에 구현한 연구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실제로 질병을 일으키고 신약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물 없이 어패류 독성 감지 실험할 수 있어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어패류의 독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영국의 환경어업수산양식연구센터(Cefas)의 연구팀은 설사성 패류독과 지방친화성 독, 마비성 패류독을 감지할 수 있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LC) 기술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자연적으로 조개 및 어패류에 축적될 수 있는 이 독들을 사람들이 섭취할 경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고 심지어 치명적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천연 해양 환경에서 오염된 어패류가 생산되는 것처럼 대량 배양과 어패류 섭식 기술을 개발해 다양한 독성 어패류를 생성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낮은 수준의 독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까지 어패류에서 독을 감지하는 데 사용된 표준시험에는 쥐가 포함돼 있었다.
영국만 해도 1년에 약 1만4천 마리의 쥐를 그런 실험에 사용하고 있는데, 만약 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채택될 경우에는 약 100만 마리의 쥐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한편, 지난 7월에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3차원 세포배양기술이 개발된 바 있다. 고려대와 미국 및 일본의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1㎜이하의 유체 움직임을 다루는 미세유체기술을 이용해 혈관이나 신경 등의 신체 환경을 미세유체소자에 정밀하게 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재현된 3차원 세포에서 약물을 평가할 경우 동물실험이 필요 없을 뿐더러 기존의 2차원 세포 배양접시에서의 결과보다 실제 생체결과와 훨씬 가깝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2-1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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