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6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휴대전화를 자주 사용하면 뇌암에 걸리기 쉽다’는 결론을 내린 후 이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휴대전화 전자파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5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전자파에 노출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실었다.
이처럼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지난 2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자파를 줄이는 휴대전화 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어린이들은 가급적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통화할 때는 머리에서 최소한 5밀리미터 정도 간격을 두며, 잠잘 때는 머리맡에 휴대폰을 두지 말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의 의견을 보이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는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사용한 35만 명 이상의 사람들도 암 발병률은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노르웨이 보건복지부와 교통통신부가 꾸린 전문가 위원회도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저준위 무선 주파수의 전자기장의 유해성과 규제법안에 관한 조사(Low-level radiofrequency electromagnetic fields: an assessment of health risks and evaluation of regulatory practice)’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통신기기의 전자파가 건강을 해칠 만큼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전자파와 암 발병의 상관성 못 찾아내
휴대전화, 무선전화기, 전산망, 기지국, 방송장비 등 통신 분야에서 사용되는 각종 기기들은 전파 신호를 내보내면서 100킬로헤르츠(kHz)에서 300기가헤르츠(GHz)에 이르는 약한 수준의 전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이를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s), 저준위 전자기장(low-level electromagnetic field), 무선 주파수장(radiofrequency field) 등으로 부른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아지고 각종 전자장치의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전자파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우려도 커졌다. 이에 노르웨이 보건복지부와 교통통신부는 지난 2010년 봄부터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NIPH)를 중심으로 전문가 위원회(Expert Committee)를 꾸렸다.
위원회는 의학, 생물학, 물리학, 계측학, 전염병학, 철학, 행정, 리스크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의장은 공중보건연구소 부소장인 얀 알렉산더(Jan Alexander) 교수가 맡았다.
이들은 지금까지 진행된 전자파 관련 연구를 종합하는 한편 암과의 연관성이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최대 13년에 이르는 휴대전화 사용기간 동안 건강상태를 추적한 연구도 포함됐다. 또한 전자기장의 강도, 건강 위험과의 연관성, 현재의 규제책, 노출한계치 관찰 등도 조사 항목에 넣었다.
그러나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머리와 목 부분의 암 발병률이 높아진 사례는 발견할 수 없었다. 흔히 떠돌던 소문처럼 남성의 불임 가능성이 높아진다든가 인체의 내분비계 또는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긴 사례도 없었다. 급성종양뿐만 아니라 만성종양 환자들도 전자파와의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통신장비의 전자파만으로는 세포 가열시킬 수 없어
여타 국가들처럼 노르웨이 보건 당국도 휴대전화 등 전파 발신장치의 전자파 허용 한계치를 국제비전리방사위원회(ICNIRP)가 권고하는 수준에 맞춰 규제해왔다. 이 한계치는 인체 내 세포조직이나 신경세포를 자극해서 열을 발생시키는 양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특정 부위에 과도한 열을 발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위원회는 일정 시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때 귀와 머리 부위가 뜨거워지는 것은 전자파가 아닌 배터리의 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귀와 머리 부위의 혈액 순환만으로도 열은 쉽게 없어진다”고 밝혔다. 또한 “전자파 발생량이 허용 한계치에 가까운 일부 휴대전화도 전자파만으로 인체 세포를 가열시키지는 못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전자파에 대한 위험성이 과대평가 되고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어른에 비해 체구가 작은 아이들의 경우를 별도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원본은 관련 웹사이트(http://www.fhi.no/)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영어로 된 요약본도 제공된다.
- 임동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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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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