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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2-07-10

‘도전 골든벨’로 시작하는 과학 대전지역 ‘금요일의 과학터치’,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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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문제가 나가면 화이트보드에 정답을 쓰고 번쩍 들어 올리면 돼요. 지금부터 문제 나갑니다.”

지난 6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금요일에 과학터치’. 이날 아이들의 표정은 다른 날과 사뭇 달랐다. 비장한 표정이 얼굴마다 묘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유를 알고 보니 이날은 올 상반기 강연의 내용을 결산하는 ‘도전 골든벨’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엄마 손을 붙잡고 금요일마다 열심히 과학공부를 하러 다닌 학생들이 반년의 결실을 맺는 날이었다.

▲ '도전골든벨'에 참여한 학생들이 정답을 맞추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드디어 지도교사의 입에서 첫 번째 문제가 출제됐다. 첫 번째 문제는 시작인만큼 OX문제가 나왔다.

“이것은 소리의 일종이지만 인간의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는 음파입니다. 이것의 진동수가 많을수록 고음이 되며 인간의 가청주파수를 넘어서는 이것은 ○○○입니다. 박쥐는 이것을 발사하고 반사파로 받아 나방과 같은 먹이의 위치를 탐지하는데요, 이것은 초음파이다. 맞으면 O, 틀리면 X를 적어주세요.”

선생님의 첫 질문이 쉬웠다는 듯, 아이들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자신 있게 매직으로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며 두 손을 번쩍 드는 아이들. 화이트보드를 들고 ‘씩-’ 웃는 모습에 엄마들은 그저 흐뭇할 따름이다.

처음으로 진행된 도전 골든벨

상대적으로 가벼운 문제 후 본격적인 주관식 문제가 시작됐다. 문제는 올 1월 첫째 주부터 6월 마지막 주까지의 강연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기에 아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 문제, 한 문제씩 침착하게 맞춰나갔다.

그동안 대전지역에서는 ‘생쥐와 정신질환’, ‘인공위성의 탄생과 일생’, ‘환경호르몬의 역습과 대응방안’, ‘우주에서 날아오는 분자’, ‘생활 속의 한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강연이 진행된 바 있다. 특히 초등학생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내용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도전 골든벨’에 참여한 학생 중에는 초등학생들이 대다수여서 관심을 끌었다.

제출된 문제는 독일 태생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묻는 것과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한 질문, 열섬현상 등에 대한 것으로 과학과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접할 수 있었다.

대전지역에서 진행되는 '금요일에 과학터치'에서 ‘도전 골든벨’ 진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이었으며 학생들은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그동안 접했던 수업이랑 다른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며 “다음번에는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서 꼭 상품을 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지역 ‘도전 골든벨’은 올 하반기에 두 번째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교육과학연구원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더욱 알차게 준비할 것”이라며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세균도 대화를 한다고?

▲ 본 강연에서 황인규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이날 도입강연 ‘도전골든벨’ 이후 본강연에서는 세균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인규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교수가 ‘세균은 어떻게 대화할까?’에 대한 강의를 선보인 것이다.

세균의 사회생물학에 대해 연구하는 황인규 교수는 우리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처럼 세균도 소통을 통해 번식하고 집단행동을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 이것은 대중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정보다. 동물 등이 서로만의 언어로 소통하고 대화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익숙하지만, 세균이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전에도 들어본 적 없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세균이 대화를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어색해 한다”며 “사람도 외국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 이를 미생물 세계로 접목해보면 세균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대화를 하는지 또한 그 언어와 대화로 어떻게 집단행위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기 전 황 교수는 세균에 대한 기초상식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세균이 무엇이고, 어떤 환경에 살아가며 어떤 성질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우선 세균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다양한 생태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원핵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세균은 다른 세균 또는 다른 생물체와 다양한 관계를 가지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생태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세균은 환경 적응력이 다른 생물종에 비해 뛰어나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 본 강연에서 황인규 교수의 강연을 학생들이 듣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세균이 우리 주변의 다른 생물들과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공생하며 살아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경쟁하며 살아가는 방법 그리고 서로 무관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이처럼 세균은 주어진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다만 그 방법이 인상적이다. 우리 인간도 개별적으로 존재할 때보다 집단적으로 존재할 때 더 큰 생존력을 보이는 것처럼, 세균 역시 집단적으로 존재할 때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집단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바로 소통이다.

“세균은 서로를 인식하고 식별하기 위해 인간의 개념으로는 언어에 해당되는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같은 종이거나 비슷한 종끼리는 같은 화학물질을 이용하지만 다른 종은 인식이 불가능해 상당한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즉 화학물질이 다르면 다른 종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황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경우 다른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학습할 수 있으나 세균에서는 아직 이런 기능이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하고, 집단행동을 하기 위해 소통한다. 즉 이들의 소통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우리 인간이 대화를 하지 않고 산다면 그 결말이 어떻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는 미생물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대화와 소통을 하지 않는다면 그 집단은 도태되고 없어진다. 그만큼 대화가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세균이 어떻게 대화하느냐보다 왜 대화하느냐가 더 중요한 사항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세균도 언어에 대항하는 기능 있어

세균은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목에 가래가 생기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목을 아프게 하고 가래가 생기게 하는 것은 일정 수의 세포가 있어야 가능하다. 목에 있는 세균의 밀도가 낮을 때는 가래가 생기지 않는다.

“어느 정도 세균의 숫자가 올라가면 가래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1cc당 세균의 수가 약 1천만 마리인데, 그 정도가 되면 가래를 만드는 물질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집단이 모이면 혼자서 할 수 없는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끈적거리는 물질도 한꺼번에 만들어 낼 수 있다”

세균은 빠른 시간에 배양과 번식이 가능하므로, 때로는 인류에게 약으로 때로는 독으로 사용돼 왔다. 세균의 효력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바로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이다. 두 전쟁의 차이는 바로 항생제의 존재 여부라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항생제가 없을 때 날카로운 창에 찔리게 되면 감염으로 인해 살 수 없기에 더욱 무기에 취약한 구조였다는 것이다. 즉 항생제 때문에 인류의 수명이 매우 연장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그동안 알지 못했지만 세균 역시 다른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언어에 대항하는 기능이 있다. 이를 통해 세균이 집단 상호작용을 이루면 결국 그 집단의 생존을 위해 많은 개체들이 단체 행동을 하고 그 종족은 그렇게 살게 되는 것이다.

황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세균의 모습이 인간사회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소통이 인간사회의 소통의 이유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 이날 강연은 과학현상을 통해 인간사회 일반에 대한 고찰까지 함께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강연을 접한 양희재(대전월평중학교‧3년) 군은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전문적인 분야인데 교수님을 통해 강연을 통해 들으니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며 “세균의 활동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을 더 많이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에서 주최하는 ‘금요일에 과학터치’는 무료 강의로 누구나 들을 수 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07-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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