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 유럽산 자동차 중 디젤차량이 차지하는 모델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인기 있는 독일브랜드의 경우 차종의 약 60~90% 정도가 디젤모델이며, 국내 업체들 역시 다양한 차종에 디젤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연비 면에서 탁월한 디젤차량을 찾고 있는 손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최근 디젤기관 배기가스의 암 유발 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는 디젤 차량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디젤가스를 1등급 독성물질로 상향 조정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보고된 연구자료를 통해 “디젤기관 연소로 인한 배출가스에 고도의 발암성 및 비소, 석면과 겨자 가스와 같은 독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프랑스 리옹에 소재한 국제 암 연구소 (IARC)에 의해 진행됐는데, WHO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3등급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던 디젤엔진 배기가스를 석면•비소와 같은 1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발암물질은 1~5등급으로 나누는데 1등급이 가장 위협적인 단계이며 그 독성을 담배연기에 비유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연구결과를 통해 길에서 디젤차량 배기가스를 들이마시는 일은 간접 흡연만큼이나 인체에 해롭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미국 국립암학회는 지난 3월 “디젤기관 배기가스에 항상 노출되는 작업장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폐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3~5배 높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학회 관계자는 “이 조사보고서를 검토한 바 ‘디젤 배기가스와 폐암의 연관성이 높다’고 결론지을만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IARC의 연구원 크리스토퍼 포터(Porter)는 “(일반 대기환경에서의) 디젤기관 배기가스 관련 발암성 평가 연구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진행 중이지만, 연구결과에서 밝혀졌듯 디젤기관 배기가스가 폐암을 유발하는 제 3의 요소로 나타났다”며 “유해성이 심각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배기가스에 대한 경각심 높여야…
배출가스 기준의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운행하는 디젤차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한 배출가스가 발암에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람들의 의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호흡기 종양 전문가인 빈 의과 대학의 부학장, 만프레드 노이베어거(Neuberger)는 IARC의 결과에 대해 "이번 발표가 산업 의학계에선 놀라운 사실이 아니며, 그동안 이 사실을 놓고 WHO 등 보건기구와 언론 등이 시각차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특히 보건기구들은 흡연처럼 직접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요인에 관심을 기울여온 반면 암등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에는 미미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길거리에서 노출된 배기가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최근 늘고 있는 소아암 역시 배기가스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과 연관?
일본의 도쿄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정부에서 디젤차의 규제를 강화한 2006년부터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이전 보다 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발병율이 줄어든데 대해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 변화와 배출량의 저하가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필터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디젤기관의 미세 먼지는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폐 조직에 스며들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뿐만 아니라 몸 속 혈관으로 흡수돼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도 밝혀진바 있다.
환경적 요인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빈 공대에서 매연 배출 관련 연구를 진행중인 퍽스바움(Puxbaum) 교수에 따르면 다행히도 더 엄격해진 EU법규 적용을 통해 향후 10~20년 안에 차량에서 배출된 연소가스는 거의 제로화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유해물질들이 대기로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유독성 화학물질이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으며 그 중 독성검사를 거쳐 밝혀진 것은 전체의 약 2%에 불과하다. 이러한 특정물질을 다루는 직업과 암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업과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재고가 필요하며 문제 제기를 통해 주변환경 개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소윤상 객원기자
- yooncobra@naver.com
- 저작권자 2012-07-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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