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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2-06-19

현미경 속 미시세계, 美學과 만나다 바이오현미경 사진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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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커버글라스를 덮을 때는 공기가 완전히 빠져나가서 밀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제 전자현미경을 통해 짚신벌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볼까요?”

“우와, 정말 신기해요. 짚신벌레가 계속 움직여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 어린이들의 탄성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던 짚신벌레를 박물관의 현미경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관찰하면서 아이들의 호기심이 더욱 증폭된 것이다.

국립중앙과학관(관장 박항식)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오는 7월 1일까지, 바이오현미경사진전이 개최된다. '미학, 현미경 속 세상을 탐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은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개최된 바이오현미경사진전의 수상작 중 일부인 280점을 전시, 미시세계를 미학적 관점에 초점을 맞추며 과학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현미경 속으로 들어간 거북이와 민들레

현미경을 통해 바라본 미시세계를 예술적 관점으로 해석한 전시인 만큼 수상작들은 실제로 한 폭의 그림 혹은 그래픽 사진을 연상케 한다. 민들레 꽃밭을 연상시키는 사진, 벼랑 끝에 달린 새 둥지 같은 모습, 연꽃을 모사(模寫)한 연화화생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을 다수 접할 수 있는 것.

▲ 작품명 <언덕 위의 거북이>(왼쪽), 8회 전시 대상작으로 초파리의 생식기를 현미경을 통해 촬영했다. 작품명 <민들레 꽃밭>(오른쪽), 6회 전시 대상작으로 창자샘을 200배 확대해 촬영했다. ⓒ국립중앙과학관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받은 작품은 지난 대회 수상작들로 그 중 하나가 8회 전시 대상작인 '언덕 위의 거북이'(하지훈‧고등부)다. 초파리의 생식기를 현미경을 통해 바라본 모습을 찍은 이 작품은 마치 초록색의 거북이가 언덕 위에 간신히 기어 올라온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한 듯하다.

작품을 찍은 하지훈 학생은 전시 출품과 관련해 “초파리는 성염색체와 2번 염색체, 3번 염색체, 4번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며 완전 변태를 통한 성장을 한다. 또한 배양하는 과정이 매우 용이할 뿐 아니라 사람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초파리를 현미경 관찰의 모델로 삼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훈 학생은 “현미경으로 전체적인 초파리의 형상을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초파리의 생식기였다”며 “많은 영화와 이미지 등에서 괴물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은 초파리 같은 동물들의 특정부분을 확대해 캐릭터화한 것이라고 들었다. 초파리의 생식기 부분을 확대해서 봤을 때 괴물의 형상을 볼 수 있었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언덕 위에 앉아 있는 거북이의 모습까지 상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 6회 대상 수상자인 김지영(일반부) 씨의 사진 '민들레 꽃밭'은 작품명 그대로 민들레 꽃밭을 연상시킨다. 녹색의 풀과 노란색의 민들레가 어우러진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사진은 큰창자에 속하는 잘록창자의 점막을 면과 수평하게 절단해 장액을 분비하는 창자샘(창자움)을 촬영한 것으로, 꽃처럼 보이는 노란 부분은 창자샘이며 노란 부분의 형상 중에서도 가운데의 큰 원은 창자샘의 내강이다. 한편 큰 원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동그라미들은 점막상피에서 점액을 분비하는 술잔세포다.

이번 사진출품과 관련해 김지영 씨는 “창자 속의 창자샘이 창자와 음식물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로 우리 뱃속을 편안하게 해주듯, 꽃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서로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자의 표면상피와 고유판은 독특한 질감이 되어 마치 크레파스로 색칠한 듯 보였고 이는 마치 민들레 꽃밭을 보는 듯했다. 각기 닮은 듯 다른 꽃송이들의 모습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어 출품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출품된 사진에는 봉선화 꽃의 암술머리 끝을 절단해 관찰한 '벼랑 끝의 새둥지'(김효남‧일반부), 모기의 작고 수많은 눈과 가운데 더듬이가 있던 자리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연화화생'(박영일‧일반부), 개미의 배자루마디를 촬영한 '입맞춤'(류동표‧일반부) 등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전자현미경 체험으로 미시세계 접해볼까

이번 특별전에서는 작품 전시 이외에도 관람을 온 학생들을 위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과학관에서 마련한 체험프로그램은 현미경을 사용해 관찰물을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으로 짚신벌레를 전자현미경을 통해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현미경의 원리와 발달사, 종류와 관찰법 등 이론적인 내용까지 덧붙여 프로그램을 알차게 구성했다.

▲ 송림초등학교 과학동아리 학생들이 특별전에서 체험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다. ⓒ황정은

지난 16일, 주5일제 수업 확산과 더불어 학생들의 발걸음이 더욱 잦았던 주말에 대전 송림초등학교의 과학 동아리 학생들이 전시관을 찾았다. 학생들이 특히 관심을 보였던 것은 바로 이 체험프로그램으로 직접 프레파라트를 만들고 짚신벌레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 접할 수 없던 미시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갔다.

전시관의 관찰지도사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직접 슬라이드글라스 위에 관찰물을 놓고 커버글라스를 덮는 등을 경험한 학생들은 실험 중간 중간 저마다 감탄사를 자아냈다. 학교에서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실습인 만큼 호기심이 컸던 것이다.

이번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박재민(송림초 6년) 학생은 “전시관에서 직접 짚신벌레를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과학 동아리에 가입하기 전에는 과학이 재미없었지만 동아리를 통해 전시와 체험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니 과학도 재미있고 실험도 무척 흥미롭다”고 전했다.

이처럼 전시관의 체험프로그램은 현미경을 많이 사용할 수 없었던 학생들에게 유익한 경험을 제공했다. 학생들을 인솔해 전시관을 찾은 신선미 교사(송림초‧과학동아리 담당) 역시 체험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며 흐뭇해하는 표정이었다.

신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현미경을 접하기는 하지만 관찰물로 짚신벌레를 사용하는 것은 흔치않다. 짚신벌레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전시관의 특별프로그램이 아이들의 현장교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주말 프로그램이 매우 유익한데, 이를 잘 이용하면 아이들이 현직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로부터 생생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전시관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관찰실험을 지도한 이화윤 관찰지도교사는 “전자현미경의 경우 사람들이 알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찍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전시의 체험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이 실험 관찰물과 사진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와 참여하는 아이들이 모두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의 이번 특별전은 현미경에 ‘미학’이라는 소재를 더해 미시세계와 원시세계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마련된 것이다. 전시의 취지만큼 일반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무료로 운영해 관람객들의 부담도 줄였다. 전시는 오는 7월 1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 이뤄지며 현미경 체험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총 2회에 걸쳐 진행된다. 회당 선착순 10명에 한해 체험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과학관 홈페이지나 전화(042-601-7765)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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