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초능력이 하나 주어진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물론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반적인 몇 가지로 선택지는 압축된다.
시간을 멈추는 능력, 날아다니는 능력, 투시능력 등. 그리고 그 중엔 당연 투명인간이 되고자 하는 소망도 있다.
이는 영화나 게임 상에서도 이미 셀 수도 없을 만큼 자주 등장해 왔다. 대표적으론 영화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투명망토나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cloaking) 유닛들이 있다. 투명인간 자체를 소재로 한 영화도 있다. 영화 ‘할로우 맨’에선 특별한 시약을 체내에 주입함으로써 피부 및 장기 등 신체 전체가 서서히 투명해져 결국 투명인간이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내용은 현실이 될 수 없다고 이미 결론이 난 바 있다.
영화 해리포터의 투명망토가 현실로
하지만 최근 들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특정 물질은 아쉬움을 달래준다. 비록 신체가 투명해지는 투명인간은 되지 못하더라도 투명망토와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이 개발되고 있는 것.
이는 물질의 광학적 특성을 조절해 만든 메타물질의 한 종류다. 메타물질은 나노 규모에서 물질의 구조를 조작해인위적인 특성을 갖도록 만든 것으로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투명망토를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이는 메타물질은 물질의 특성 중 유전율과 투자율을 조절해 굴절률을 변화시킨 것이다. 빛은 물체에 닿으면 흡수되거나 반사되며 투과 시엔 굴절을 하게 되는데 이 굴절률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 일반적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의 굴절 방향과 정반대로 굴절하게 만든 것이다. 이를 ‘음굴절’이라 하며 투명물질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나노 기술의 발달로 빛의 파장보다 작은 규모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빛이 어떤 물체에 부딫혀 반사된 빛은 우리 눈에 들어와 그 위치에 특정 물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가능하게 한다. 물체 표면의 분자 구조는 해당 물체의 색깔이나 광택 등을 결정짓기도 한다.
빛이 흡수되는 경우는 주변보다 어둡게 보여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투과시키는 경우라도 공기 중과 다른 물질이라면 빛이 굴절을 일으켜 그 존재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투명장치는 특이한 구조로 이뤄져 마치 바람이나 흐르는 물이 물체를 감싸고 지나가듯 빛이 물체를 무시하고 지나간다고 비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가시광선의 파장인 400~700나노미터보다 작은 규모로 이루어진 구조에서 가능하다. 투명 장치를 가능케 하는 메타물질은 이와 같은 원리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항공기를 새로 둔갑시키는 착시 장치도 가능
메타물질은 이처럼 은폐능력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계에는 없는 어떤 특성을 갖게 하느냐에 따라 그 기능과 구조는 달라진다. 최근엔 물체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아닌, 반대로 없는 것을 보이게 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중국 남동대의 웨이 시앙 징아, 티에 준 쿠이 박사는 구리 원통을 대상으로 메타물질로 만든 장치를 이용해 구리가 아닌 전혀 다른 물질로 보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구리는 전기 회선으로 사용할 만큼 전기전도도가 높고 전파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전파레이더에 매우 잘 포착된다. 하지만 연구팀은 구리 원통 주변에 설치한 장치들로 인해 구리 원통이 마치 절연체처럼 보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메타물질을 이용해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군사용 항공기를 숨기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착시 장치는 아직 초기 개발단계에 불과하다. 구리원통을 사용한 이 실험은 물체의 측면에서만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도록 만들어졌다. 3차원 공간의 어느 방향에서나 착시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장치의 규모도 문제다. 이 실험에서 만든 착시 장치는 숨기고자 하는 물체의 3배에 달하는 크기이기 때문에 항공기 등에 사용하는 데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은 아예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에 비해 쉽기 때문에 먼저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비행기를 평범한 새처럼 보이게 하거나, 평범한 물체를 항공기처럼 보이게 하는 등 적을 교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어 활용도 면에서도 투명장치를 앞지를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고굴절률 메타물질이 외에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메타물질은 또 있다. 바로 국내 연구진이 발명해 더 의미 있는 고굴절률 메타물질이 그것이다. 지난 달 17일 네이처지에 발표된 이 물질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민범기 교수팀이 발명한 것으로 이론검증 및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굴절률은 파동이 서로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굴절되는 정도를 나타내며 각각의 매질에서 파동의 속도비율로 정의되기 때문에 특정 매질에서 파동의 전파 속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즉, 굴절률이 높은 매질에선 파동의 속도가 그만큼 느려진다. 진공에서의 굴절률이 1로 기준이 되며 물은 약 1.33, 유리는 약 1.5의 굴절률을 가진다. 굴절률이 높아 휘황찬란한 빛을 내며 최고의 보석으로 여겨지는 다이아몬드는 2.417정도의 굴절률을 가진다.
국내에서 개발한 고굴절 물질의 굴절률은 무려 38.6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과 인공적인 물질을 통틀어 세계에서 가장 굴절률이 높은 물질이다. 이는 또한 이 물질 안에서 빛의 속도가 약 38배까지 느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빛의 굴절을 이용한 투명장치나 착시장치와 같은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관측기술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굴절 메타 물질을 이용해 현미경 렌즈를 제작하면 현재의 광학현미경으론 볼 수 없던 물질들을 관측 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된다.
이 외에도 메타물질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미국 MIT에선 메타물질을 ‘10대 미래 유망기술’로 선정한 바 있기도 하다. 메타물질은 불가능할 것이라 예측했던 여러 기술들을 얼마나 가능케 할 것이며 과학의 가능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 저작권자 2011-03-0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