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휴일에도 불구하고, 지난 14∼15일 양일간 인하대 자연과학대 물리과 실험실이 오전부터 여학생들의 활기찬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교과부(안병만 장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박찬모)이 주최하고, WISE 인천지역 센터(센터장 최순자)와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이 공동 주관하는 ‘2009 WISE 영재과학캠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WISE는 대학과 연구기관 등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수학·과학 분야에 재능 있는 여학생들을 동기를 유발, 이공계열로 진학 유도를 시켜 탄탄한 예비 과학 기술인으로 성장토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순자 WISE 인천지역 센터장(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로 이끌기 위해선 과학 기술 분야의 유능한 인재를 발굴,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히고, “수학과 과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이 학교 교육이나 입시위주의 공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교 밖의 과학/수학 체험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역량을 개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숭덕여중을 비롯한 인천지역 중학교 1·2학년 학생 총 107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는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의 회장인 숭덕여고 박상대 교사를 비롯해 선생님들이 참가, 학생들의 실험을 위한 직접 지도에 나서 과학캠프의 의미를 더했다.
107명의 학생들을 학년별로 4개 반(A·B)으로 편성한 후, 2인 1조로 팀을 짜서 4개의 주제별 실험에 들어갔다.
이번 캠프의 특징은 교실밖의 입체적인 실험이 진행됐다는 점. 중2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소의 눈 해부와 눈 모양 알아보기’ 실험은 여학생들에겐 다소 파격적인 리얼 실험프로젝트.
준비물은 소의 눈, 해부용 가위, 칼, 일회용 장갑, 핀셋 등이다. 준비물을 보고, “어머! 징그러워”하면서 “까르르!” 웃는 여학생들의 모습에서 “과연 이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사람의 눈과 동물의 눈은 거의 비슷
하지만 일산대진고 최현주 과학 선생님의 일사불란한 통제 아래 곧 실험실은 안정을 되찾고, 학생들은 실습에 들어갔다.
“여러분! 카메라에 대해서 다들 알고 있지요. 눈은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카메라와 구조가 비슷해요. 과학자들은 사람의 눈의 구조를 통해 카메라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요. 이처럼 눈은 뇌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밖에서 보이는 뇌’로 불려요.”
그러나 오늘 준비물은 소의 눈. 사람과 짐승의 눈이 과연 같을까? 학생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충만해졌다. 곧바로 지도교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인간의 눈은 육상에 살고 있는 다른 동물의 눈과 형태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어요. 이런 점을 이용해 이 시간에는 소의 눈을 해부해 눈의 구조, 눈 모형 제작, 눈의 원근 조절 과정을 알아봅시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해부용 가위와 칼 그리고 핀셋 등을 집어든 학생들은 마치 외과의사라도 된 듯하다 진지한 얼굴이 돼서 소의 눈에 붙은 근육을 제거하고, 시신경, 눈알을 분리해 낸 다음에 소의 눈 구조를 들여 보기 시작했다.
“여러분! 카메라에서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가 뭐예요?” “조리개” “맞아요. 조리개는 빛의 양을 조절해 사진이 잘 나오게 하지요. 눈에서 조리개 역할을 하는 것이 홍채랍니다. 소의 눈에서 이 홍체를 찾아봅시다.”
학생들은 분리된 동물의 눈알에서 홍채를 찾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기록지에 표시하느라 분주해졌다.
“홍채가 어느 부분에 있나요?”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요.” “그렇습니다. 홍채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상하로 존재하면서 동공 속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 우리가 사물을 확실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요.”
그 다음은 카메라에서 초점을 조절하는 장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정체. 학생들은 소의 눈알을 수정체가 있는 쪽과 시신경이 있는 쪽으로 분리하고, 각막을 만져본 다음에 수정체를 분리할 때, 진대가 있는지 살펴보는 실습을 진행했다.
“여러분! 진대가 보이나요? 우리 눈이 정확한 상을 맺으려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해야 해요.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수정체의 상하에 붙어있는 진대예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실제 동물의 눈으로 실험하는 소의 눈 해부는 학생들에게 실재하는 과학의 지식을 주는데 효과적이었다.
베이킹 소다가 쓴 이유는 염기성 물질
전기분해 실험은 중학교 실험에서 빠질 수 없는 영역. 만수중학교의 김석중 선생님이 지도교사로 참여한 중2 B반 실험실.
“여러분! 소금물을 전기분해하면 어떤 일이 발행할까요? 그래요 전기가 통하지요. 이번 시간엔 우리 소금물을 전기분해 해봅시다.”
소금물을 전기분해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전기분해가 일어나면 양극과 음극에선 서로 전자를 주고받으며,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양극의 경우, 산화반응이 일어나 염소이온(Cl-)이, 또 음극에서는 환원반응이 일어나 나트륨이온(Na+)이 생성된다.
“소금물(NaCl) 수용액에서는 Na+와 Cl-뿐 아니라 물(H2O)이 존재하기 때문에 물의 자동이온화에 따른 수소이온(H+)과 수산화이온(OH-)가 있어요. 만약에 수소이온(H+)이 나트륨이온(Na+)보다 환원 능력이 뛰어나면, 음극에서는 수소이온(H+)의 환원이 진행되고, 염소이온(Cl-)보다 수산화이온(OH-)의 산화 능력이 뛰어나면 양극에선 수산화이온(OH-)의 산화 반응이 진행되어요.”
중학교 2학년 A반 화학 실험실에서는 계산여중 한영숙 선생님이 지도하는 산/염기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분! 김치를 담근 후 시간이 지나면 어떤 맛이 나요?” “신맛이요.” 학생들은 너무나 쉽다는 듯이 일제히 대답한다.
“그 신맛은 왜 날까요? 산이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빵을 부풀리는데 쓰는 베이킹 소다를 먹어보았나요? 쓰지요. 이건 염기성 물질이기 때문에 그래요. 산과 염기를 금방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리트머스 종이에 담가보면 돼지요.”
산성 물질은 푸른 리트머스 시험지에 담그면 붉은 색으로 변화시킨다. 반대로 염기성 물질은 붉은 리트머스 시험지를 푸른색으로 바꿔놓는다.
“그렇다면 산과 염기는 어떻게 생길까요? 그것은 수소이온농도(pH)때문이에요. pH는 수용액의 수소이온농도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0에서 14까지의 범위를 쓰는데 pH 7.0(중성)을 기준으로 pH가 7.0보다 낮으면 산성 쪽으로 또 pH가 7.0보다 높으면 염기성 쪽으로 변해요.”
15일(일)까지 진행된 과학영재캠프에서는 ‘액체 질소의 세계’, ‘전기야 자기야’, ‘물방울 현미경’, ‘해시계 만들기’ 등 교실 밖의 실험들을 진행했다. 이런 리얼한 실험실습을 통해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평소에 충족하지 못했던 실험욕구를 충족시키고, 예비과학자로서의 꿈을 심었다.
- 조행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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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1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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