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영상, 음악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일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 되었지만, 냄새를 온라인으로 주고받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향수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상품 설명을 몇 번씩 읽으며 실제 향을 상상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냄새는 공기 중으로 퍼져 나오는 여러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조합이 코의 후각수용체를 자극하면서 느껴진다. 이 때문에 사진이나 음악처럼 정보를 디지털 파일로 바꾸어 전송하고, 다른 곳에서 그대로 재현하기가 쉽지 않다.
냄새를 데이터로 바꾸어 전달하는 센트로닉(Scentronic) 기술
최근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리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 전자 코와 웨어러블 향 분사 장치를 결합한 원격 냄새 공유 기술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하였다. ‘센트로닉(Scentronic)’이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한쪽에서 전자 코가 냄새를 감지하고 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해 전송하면, 멀리 떨어진 수신기가 미리 준비된 향료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냄새를 직접 보내는 대신 어떤 냄새인지를 알려주는 정보를 전달하고, 받는 쪽에서 그에 맞는 향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냄새를 감지하는 전자 코에는 여섯 개의 가스 센서가 들어있다. 각각의 센서는 공기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반응하여 서로 다른 전기 신호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커피나 맥주를 센서 가까이 가져가면 여섯 센서에서 나타나는 신호의 조합이 달라지는데, 인공지능은 이러한 패턴을 학습해 냄새의 종류를 구별한다. 사람의 코가 여러 후각수용체의 반응을 종합하면서 냄새를 인식하듯, 전자 코 역시 센서들의 반응을 하나의 패턴으로 읽는 것이다. 연구진이 맥주, 케이크, 커피, 오렌지, 레드와인 등 다섯 가지 냄새를 학습시킨 결과, 약 98.5%의 분류 정확도를 보였다.
손목과 목걸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디지털 향
이렇게 구별한 냄새 정보는 와이파이와 클라우드를 거쳐 멀리 있는 수신기로 전달된다. 수신기에는 각 냄새에 대응하는 향료 액체가 미리 들어 있으며, 전기 신호를 받으면 작은 진동 장치가 액체를 미세한 안개 방울로 만들어 공기 중에 분사한다. 연구팀은 손목밴드형과 목걸이형 등 다양한 형태의 장치도 제작했다. 손목밴드형에는 두 개, 목걸이형에는 다섯 개의 향 분사 채널이 있으며, 각 채널을 개별적으로 작동시키거나 여러 향을 동시에 내보내 혼합된 냄새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분사한 향을 사람도 제대로 구별할 수 있을까. 연구진은 먼저 성인 참가자 14명에게 다섯 가지 향을 맡아보게 한 뒤, 수신기에서 나오는 냄새가 무엇인지 알아맞히도록 했다. 그 결과 단일 향의 정답률은 약 73%였고, 두 가지 향을 동시에 분사한 혼합 조건에서도 약 71%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제한된 다섯 가지 향을 미리 익힌 뒤 진행한 실험이었지만, 디지털 정보에 따라 작동하는 작은 분사 장치만으로도 사람들이 냄새의 종류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가상현실 환경에도 적용해 보았다. 참가자가 가상 진열대에 놓인 맥주나 커피를 손으로 집으면, 해당 음료의 향과 맛을 내는 자극이 발생하도록 한 것이다. 가상 공간에서 음료를 선택하는 행동이 현실의 냄새와 맛으로 이어지도록 구현한 셈이다. 다만 이는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실험으로, 실제 음료의 맛과 향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하는지까지 충분히 검증한 것은 아니다.
냄새를 정보로 바꾸는 첫걸음
이번 연구는 냄새도 디지털 정보로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겼다. 현재의 기술은 냄새의 화학적 구성을 정확하게 복제하는 대신, 전자 코가 인식한 냄새에 대응하는 향료를 수신기에서 분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받는 쪽에 해당 향료가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더 다양한 냄새를 구현하려면 그만큼 향료의 종류와 분사 채널도 늘려야 한다. 몇 가지 기본 재료만으로 세상의 모든 냄새를 만들어내는 기술과는 아직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가상현실의 몰입감을 높이거나 멀리 떨어진 환자의 후각 기능을 검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식욕이나 영양 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식사 경험을 돕고, 나아가 우주비행사의 식품 경험을 개선하는 연구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에서 향수를 구매하기 전에 실제 향을 맡아보는 날이 곧 찾아온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눈과 귀를 넘어 코로 느끼는 냄새까지 디지털 세계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은 흥미로운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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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용어 해설
*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 공기 중으로 쉽게 증발하는 탄소 기반 화합물로 다양한 냄새와 향을 만들어내는 물질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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