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투명한데 구부리면 숨겨진 이미지가 드러나는 보안 필름이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기계공학과 김태성 교수팀이 기하학적으로 설계한 주름 구조를 활용해 구부렸을 때 보는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구조색으로 나타나는 '광학 보안 필름'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구조색은 염료가 아닌 표면의 미세구조가 빛을 반사하거나 회절시켜 나타나는 색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필름은 표면 주름이 미세구조 역할을 한다. 주름은 필름을 구부린 상태에서만 생기기 때문에 평소에는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다.
또 이 필름은 주름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주름 진행 방향을 다양하게 만들어서 보는 각도를 살짝 틀면 색 변화가 뚜렷하다.
연구팀은 주름 진행 방향을 바꾸기 위해 표면의 주름층 일부를 원형으로 비워내는 기술을 고안했다.
원형 공간에서 먼 곳에는 직선 주름이 생기지만 원형 공간 주변에서는 주름이 부챗살처럼 여러 방향으로 퍼지며 휜다.
이 덕분에 직선 주름과 방향이 서로 다른 곡선 주름이 함께 만들어지면서 빛을 여러 방향으로 회절시켜 필름을 조금만 돌려도 색이 바뀌는 것이다.
실험 결과 가시광선 영역의 색을 모두 나타내는 데 필요한 각도 변화는 약 7도에 불과했다. 기존 직선형 주름 필름은 색을 또렷이 바꾸려면 약 5도, 가시광선 영역의 색을 모두 나타내려면 약 30도 정도 각도를 바꿔야 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구부렸을 때만 앵무새 그림이 보이는 보안 필름을 만들었다. 특정 방향에서만 그림이 나타나던 기존 필름과 달리 0도에서 90도까지 돌리는 동안 이미지와 구조색이 계속 관찰됐다.
같은 보안 이미지가 보이는 필름이라도 주름이 갈라지거나 끝나는 위치는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이를 제품 고유 광학 지문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 필름을 500차례 반복해서 구부린 뒤에도 같은 방향 주름과 구조색 반응이 안정적으로 되살아나 내구성을 확보했다.
김태성 교수는 "주름이 여러 방향에서 잡히도록 설계해 작은 각도 변화에도 색이 빠르게 달라지도록 했다"며 "화폐, 신분증, 고가 제품과 의약품 포장 등의 위조 방지 표식뿐 아니라 작은 움직임으로 색을 감지하는 광학 센서와 유연 디스플레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UNIST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능성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돼 지난달 25일 출판됐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6-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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